한 번쯤 따라 해보고픈 작가 김영하의 여행법

조회수 2018. 10. 16.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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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행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꼭 한번씩 가봐요."
전 여행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꼭 한 번씩 가봐요.
왜요?
일단 조용해요. 고요합니다. 산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알씁신잡3>는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겼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피렌체(Firenze). 일반적으로 피렌체 하면 두오모 성당, 우피치 미술관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김영하는 뜬금없이 영국인 묘지를 찾았다.


김영하가 묘지를 찾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명한 관광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도시가 주는 소음에 지치는 경우가 많다. 그때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소 이야기꾼으로 알려진 그는 묘지에서조차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걸 자신만의 언어로 옮겨냈다. 영국의 여류 시인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Elizabeth Browning)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바로 그 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억압적인 삶을 살았다. 15세 때 낙마로 장애를 얻게 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로 사회비판적인 시를 썼다. 그러다 훗날 남편이 될 6살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이 보낸 연애 편지를 받고 사랑에 빠지게 됐다. 애정 시를 써 내려 간 건 그때부터다. 김영하는 이 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흥미롭게 쏟아냈다.

김영하는 최고의 묘지로 파리의 ‘페르 라셰즈’(Pere Lachaise)를 꼽았다. 아름답고 파리 도심에서 가까우며 짐 모리슨, 쇼팽 등 유명인의 묘가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여행할 때마다 묘지 투어를 한다는 그의 말에 유시민은 “역시 소설가는 다르긴 다르다”라고 말했다.


페르 라셰즈는 아니지만, 파리 여행을 갔을 때 들렀던 ‘몽마르트르 묘지’가 떠올랐다. 그 고요한 분위기에 취해 잠시나마 마음에 안식을 얻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도시를 설계할 때 우리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해요.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게 아니니까”라는 그의 말이 인상 깊다. ‘우리에겐 가보고 싶은, 혹은 잠시 들러 쉬었다 가고 싶은 묘지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피렌체에서의 둘째 날 tvN <알쓸신잡3>의 출연자들은 피렌체의 근교 도시들로 여행을 떠났다. 도시계획학 박사 김진애는 중세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시에나(Siena)로, 물리학 박사 김상욱과 유시민 작가는 갈릴레오 박물관과 피사의 사탑이 있는 피사(Pisa)로 떠났다. 김영하의 선택은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유희열과 함께 키안티(Chianti)라는 생소한 지역을 방문했다. 르네상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골 전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키안티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역의 소도시로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다. 대도시 위주의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김영하는 도시 여행을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고 그럴 때 농가 민박에 머무르며 자연을 즐기는 여행법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어로 농업(Agricoltura)과 관광(Turismo)의 합성어인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유희열은 과거에는 이탈리아 하면 전통적인 4대 여행지(로마,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를 많이 찾았지만, 요즘에는 소도시를 여행하는 게 유행이라며 달라진 여행 인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김영하가 묘지를 찾고 화려한 도시 대신 소도시를 찾을 수 있는 건 평소 여행을 많이 다녀봤기 때문일 것이다.


<알쓸신잡3>의 시청자라면 김영하의 존재감을 인정할 것이다. 김진애의 건축 및 도시적 관점도 흥미롭고 김상욱의 과학적 사고방식도 재미있다. 김영하는 여기에 풍요로운 이야기를 보탠다. 말 그대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이른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올라가던 중 김영하는 처음 피렌체를 여행 왔던 20대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이 도시는 거의 변한 게 없어요. 저만 변해요.

그때의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주는 여행의 묘미. 김영하의 여행법은 우리와 같고 우리와 조금 달랐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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