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비어천가' 검증한다며 네팔까지 가 인터뷰한 월간조선
월간조선 10월호에는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네팔에 방문했을 때 가이드였던 벅터 람 라미차네(Bhakta Ram Lamichhane) 씨의 단독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월간조선은 조선일보의 자회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부정적인)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오던 조선일보 계열사가 네팔까지 찾아가 문 대통령의 가이드를 인터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문비어천가’를 검증하려 했던 인터뷰
2016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팔 방문 시 가이드였던 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가 네팔에 있는 동안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겸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매일 직접 손으로 빨래하시고, 포터나 가이드와 같은 밥상에서 밥 먹고, 지진 현장에선 아주 아파하셨다. 15일간 문 전 대표와 함께 다니며 느낀 것은 이렇게 유명한 정당의 전 대표님이 이 정도로 소탈하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다음번 선거 때 어떤 분이 상대 후보로 나오신다 해도, 문 전 대표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실 것으로 믿는다. 이런 분이 대통령 되실 수 있게 한국의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한국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해결되고 모두가 웃음과 행복을 되찾으실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월간조선의 기자는 기사 앞부분에서 람 씨의 글이 올라올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그의 글이 연출이나 홍보 전략이었다는 보수 쪽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또한, 기자는 ‘그는 왜 이런 글을 쓴 것일까. 2년이 넘은 일이지만 궁금했다’라며 인터뷰를 한 목적이 ‘문비어천가(문재인+용비어천가)’라는 글의 검증을 위해서임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월간조선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기자의 질문이 꽤나 자극적이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람 씨는 질문들을 소신껏 답변했습니다.
기자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한국에서 일했던 람 씨에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는지 돌려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람 씨는 “한국으로 일하러 간 게 돈 때문은 아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한국 생활이 별로였나.” 이어 물었습니다. 람 씨는 자신에게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며 네팔에서 해야 할 일을 잊을 것 같아 돌아왔다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는 네팔 왕정을 반대하는 저항군의 활동가였습니다. 이 활동 때문에 한달 동안 옥살이를 하고 나오니 주변 사람들이 ‘너는 네팔에 있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 외국에 나가라’라며 만류하는 바람에 한국에 가게 된 겁니다.
기자가 트래킹 코스를 물어보며 항간에 떠돌던 ‘문재인 대통령 건강이상설’에 대해 람 씨에게 묻자 “전혀요. (…) 강한 체력의 소유자”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어떤 의도를 담은 질문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대통령 건강이상에 대한 가짜뉴스를 타인의 증언으로 반박(?)하는 기회를 마련한 셈입니다.
노골적인 질문이 다시 한번 이어졌습니다. 기자는 인터뷰 말미 람 씨에게 누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달라고 시킨 거냐 물었습니다. 람 씨는 “문 대통령을 보니 한국 사람들이 부럽기도 해서 자발적으로 글을 썼다”고 반박했습니다.
람 씨는 문 대통령 가이드 후 한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빗발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돈 받고 모시고 다닌 것뿐인데 제가 대통령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한 이유를 묻는 월간조선 기자의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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