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비어천가' 검증한다며 네팔까지 가 인터뷰한 월간조선

조회수 2018. 10. 15. 19: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엄청난 노력에도 원하는 답변(?)은 얻지 못했다.

월간조선 10월호에는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네팔에 방문했을 때 가이드였던 벅터 람 라미차네(Bhakta Ram Lamichhane) 씨의 단독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월간조선은 조선일보의 자회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부정적인)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오던 조선일보 계열사가 네팔까지 찾아가 문 대통령의 가이드를 인터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월간조선은 조선일보가 84%의 지분을 소유한 ‘주식회사 조선뉴스프레스’가 발간하는 잡지다. 보수 언론인 조갑제 씨가 1991년부터 2004년까지 편집장으로 재임하기도 했다.”

‘문비어천가’를 검증하려 했던 인터뷰

출처: ⓒ페이스북 화면 캡처
▲ 2016년 네팔을 방문했던 문재인 당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가이드 람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2016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팔 방문 시 가이드였던 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가 네팔에 있는 동안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겸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매일 직접 손으로 빨래하시고, 포터나 가이드와 같은 밥상에서 밥 먹고, 지진 현장에선 아주 아파하셨다. 15일간 문 전 대표와 함께 다니며 느낀 것은 이렇게 유명한 정당의 전 대표님이 이 정도로 소탈하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다음번 선거 때 어떤 분이 상대 후보로 나오신다 해도, 문 전 대표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실 것으로 믿는다. 이런 분이 대통령 되실 수 있게 한국의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한국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해결되고 모두가 웃음과 행복을 되찾으실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출처: ⓒ월간조선 화면 캡처
▲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의 기자는 기사 앞부분에서 람 씨의 글이 올라올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그의 글이 연출이나 홍보 전략이었다는 보수 쪽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또한, 기자는 ‘그는 왜 이런 글을 쓴 것일까. 2년이 넘은 일이지만 궁금했다’라며 인터뷰를 한 목적이 ‘문비어천가(문재인+용비어천가)’라는 글의 검증을 위해서임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월간조선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기자의 질문이 꽤나 자극적이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람 씨는 질문들을 소신껏 답변했습니다.

출처: ⓒ월간조선 화면 캡처
▲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기자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한국에서 일했던 람 씨에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는지 돌려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람 씨는 “한국으로 일하러 간 게 돈 때문은 아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한국 생활이 별로였나.” 이어 물었습니다. 람 씨는 자신에게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며 네팔에서 해야 할 일을 잊을 것 같아 돌아왔다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는 네팔 왕정을 반대하는 저항군의 활동가였습니다. 이 활동 때문에 한달 동안 옥살이를 하고 나오니 주변 사람들이 ‘너는 네팔에 있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 외국에 나가라’라며 만류하는 바람에 한국에 가게 된 겁니다.

출처: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기자가 트래킹 코스를 물어보며 항간에 떠돌던 ‘문재인 대통령 건강이상설’에 대해 람 씨에게 묻자 “전혀요. (…) 강한 체력의 소유자”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어떤 의도를 담은 질문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대통령 건강이상에 대한 가짜뉴스를 타인의 증언으로 반박(?)하는 기회를 마련한 셈입니다.

출처: ⓒ월간조선 화면 캡처
▲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노골적인 질문이 다시 한번 이어졌습니다. 기자는 인터뷰 말미 람 씨에게 누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달라고 시킨 거냐 물었습니다. 람 씨는 “문 대통령을 보니 한국 사람들이 부럽기도 해서 자발적으로 글을 썼다”고 반박했습니다.


람 씨는 문 대통령 가이드 후 한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빗발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돈 받고 모시고 다닌 것뿐인데 제가 대통령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한 이유를 묻는 월간조선 기자의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들은 저와 함께 왕복 10시간 거리의 아루카르카 공립 중등학교(문 대통령이 자원봉사 했던 곳)를 같이 다녀왔잖아요. 그곳을 가 보자고 하는 한국 봉사단체나 관광객은 많았는데, 기자들은 없었거든요. (웃음)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억울하면 고소해. 근데 변호사 비용은 있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