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직썰

이영표의 ‘무통주사’ 해명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이유

‘나는 설득했고 아내는 선택했다.’

4,991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특정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행위가 정말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주체적인 행위가 될 수 있는가?’

이건 좀 곁가지이긴 한데, 이영표와 무통주사 논란에서 이런 얘기도 한번 해 볼만하지 싶어요.


우선 동아사이언스에 실린 지뇽뇽 님의 글을 한번 읽어보죠. 이 글은 왜 사람은 사이비종교에 빠지는지에 대한 글이지만, 사실 사이비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이 글을 제멋대로의 해석을 섞어서 요약하자면 이래요.

영화 <사이비>의 한 장면

종교인들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소속감을 느끼죠. 집단생활을 하고 같이 예배를 드리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의식을 통해 집단으로서 더 강하게 결속돼요. 개인은 이렇게 강하게 결속된 집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요.


하물며 종교는 신을 얘기하고 내 존재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죠. 그건 나의 자아, 정체성 중에서도 가장 깊고 본질적인 부분을 형성하는 거예요. 따라서 이미 종교에 귀의한 사람이 종교 집단을 따르지 않는다는 건 나의 정체성, 본질을 도려내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돼버리죠. 


게다가 종교는 강력한 원칙을 갖고 있어요. 이건 경전과 같은 형태로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토론이나 비판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냥 따라야 하죠. 안 그래도 집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이 권위에도 맹목적으로 복종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이러한 종교의 원칙에 충실한 ‘우리’와 그렇지 않은 ‘그들’을 분리해서 보게 되고 ‘그들’을 적대시하고 공격하기까지 한다고 해요. 

사이비종교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정상 종교에서도 정말 자주 보이는 현상이죠. 예를 들어 개신교를 볼까요? 그들은 높은 비율로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목사의 권위에 비정상적으로 복종하죠. 이단 논쟁도 그 어디보다 거세고 사회적으로는 성 소수자 등을 적으로 규정하고 강한 공격성을 보이기까지 해요.


종교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강한 소속감을 제공하고 행복을 주기도 하죠. 종교가 도덕적인 원칙에 충실하면 그 어디보다 모범적인 커뮤니티가 될 수 있고 그 개개인도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럼으로서 종교가 말하는 구원에 비로소 가까워질 수 있겠죠. 


그러나 위험성을 늘 경계해야 하죠. 뭐가 하나같이 너무 강해요. 소속감이 너무 강해서 개인이 돌출행동을 할 수가 없고 목회자의 권위가 너무 강해서 이를 비판하거나 토론할 수가 없죠. 설령 종교가 위험한 주장을 한다 해도 이를 주체적으로 거부하기가 쉽지 않아요. 

의료행위의 경우 위험성이 더 커지는 이유가 의료행위는 정보비대칭이 아주 심하기 때문이에요. 이 증상은 왜 나타나는가부터 시작해서 여기엔 어떤 치료가 적절한가, 이 치료에 따른 반응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비의료인이 알기가 너무 어려워요.


이건 의료행위가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풋과 아웃풋이 그리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그 과정이 아무리 복잡해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쓰는 우리가 그 과정을 모두 알 필요가 없단 말이에요. 이런 인풋을 넣으면 이런 아웃풋이 나온다는 것만 알면 돼요. 그것만 확인하면 이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비전문가도 충분히 알 수 있죠. <몬스터 헌터: 월드>가 재미있는 게임인지 재미없는 게임인지 뭐 꼭 프로그램을 할 줄 알아야 아나요. (네르기간테 개객기 ㅠㅠ) 


그런데 의료행위는 그게 안 돼요. 심지어 수준급의 의사조차 이 인풋을 넣었을 때 이 아웃풋이 나올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게 의료행위란 말이죠. 그러니 사짜가 횡행하기 더 쉬워요. 사짜는 아주 직관적으로 설명하거든요. “약을 먹으면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 큰일이 난다! 약을 안 쓰고 아이를 키우면 면역력이 강해져서 건강해진다!” 

갑자기 이 분이 생각나고…

그러다 보니 많은 경우 의료는 의료소비자의 주체성을 가끔 부정하기도 해요. 법적으로는 인간의 생명권이 그 어떤 권리보다도 우선한다는 논리를 내세우죠. 종교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도 물론 소중하지만, 생명권을 침탈하는 수준에서는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무통주사를 종교적 신념에 따라 거부하는 게 정말 다른 사람의 압력과 전혀 상관없는, 자기 자신의 주체적 선택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종교는 맹목적이고 개인의 일탈을 용납하지 않아요. 의료행위는 소비자가 100%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기에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하고요. 종교의 맹목성과 의료행위의 정보비대칭성이 결합하면 정말 끔찍한 혼종이 탄생하죠. 


그러니 다시 물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 외부 필진 임예인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작성자 정보

직썰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