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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파 언론사의 '고마운 미국(?)' 만들기

조회수 2018. 10. 4. 2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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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설문조사를 이상하게(?) 인용했다.

10월 2일 우파 성향 언론 미디어펜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한국을 지켜야 한다는 미국인들 74%"라는 멘트와 함께 설문조사 결과가 담긴 한 장의 이미지가 올라왔습니다.

이미지에는 "74% 주한미군 주둔 찬성", "64%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방어 조치 찬성"이라는 숫자가 커다랗게 나와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북한에 적대적이고 (북한으로부터의) 한국 방어에 적극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들게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 감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도 여러 개 보였습니다.


뭔가 찝찝해 인용된 자료의 원문을 확인해봤습니다. 설문조사를 한 곳은 미국의 민간연구 단체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였습니다. 

북한 공격에 대한 미군의 대응

출처: ⓒCCGA
▲북한이 태평양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경우 미군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은 84%, 한국을 공격할 경우는 64%다.

미디어펜 이미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북한 공격에 대한 미군의 대응'에 대한 설문조사도 있었습니다. 만약 북한이 태평양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하면 응답자의 84%는 미군이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면 64%가, 북한이 한국을 침략하면 64%가 미군이 대응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설문조사는 '북한이 미군 기지를 직접 공격할 때'와 '일본과 한국을 공격했을 때' 미국의 반응 차이를 보여줍니다. 미국인들은 북한이 직접 미군 기지를 공격했을 때 가장 적극적 대응을 원했습니다. 일본과 한국 지역까지 커버하는 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졌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중대 위협? 전년 대비 16% 하락

일부 언론은 해당 설문을 보도하며 "주한 미군 주둔 찬성" 숫자만 강조했지만, 더 중요한 설문조사 항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북한을 미국의 중대 위협으로 보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응답자 중 59%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전년 대비 16% 포인트가 하락한 수치입니다.

"미국인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에 나서지 않으면 사실상 (북한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줄어든다."

- 칼 프리드호프(Karl Friedhoff) 연구원

이번 조사를 주도했던 칼 프리드호프(Karl Friedhoff) CCGA 연구원은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에 나서지 않으면 북한을 미국의 중대 위협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등 최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기 때문에 전년 대비 수치가 줄어든 것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 수치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핵 포기 시 주한미군 부분 철수도 찬성

설문조사에는 북한이 핵 포기 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77%가 "미국과 북한의 수교"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지는 답변은 "북한에 대한 경제와 인도적 지원"이었습니다. "주한미군 부분 철수"가 54%, "한미 군사훈련 취소"도 44%였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주목할 것은 공화당원의 82%가 미국과 북한 수교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입니다. 미-북 수교를 지지하는 민주당원 비율은 75%였습니다.

미군의 북한 핵시설 타격, 한국 정부 승인은 42%

출처: ⓒCCGA
▲북한 핵 시설 타격에 대한 사전 승인 필요성을 묻는 질문. 미국 의회 승인은 받아도 한국 정부의 승인은 필요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의 63%는 미군이 북한 핵시설을 타격할 때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42%에 그쳤습니다.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승인도 41%에 불과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이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대북 선제 타격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인이나 미국 정부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전쟁보다 북한의 미 본토 핵 공격을 더욱 두려워합니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 양상에 따라 북한에 대한 생각도 당연히 변합니다. 


한국 언론이 인용한 CCGA 설문조사는 미국의 이러한 (자국 중심의) 사고방식이 드러났을 뿐이지, 결코 한국만을 생각하는 소위 고마운 우방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설문조사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확증편향은 경계해야 합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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