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 후 다시 'NLL 포기' 꺼낸 자유한국당

조회수 2018. 9. 2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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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도, 문재인 정부 때도.
출처: ⓒ시정일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위원장

자유한국당은 다시 한번 NLL 문제를 끌고 나왔습니다. NLL(Northern Limit Line)은 북방한계선으로 1953년 유엔사령부가 정전협정 체결 직후 서해 5도인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를 따라 그은 해안 경계선을 말합니다.(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9월 18~20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NLL 포기’에 합의했다는 겁니다.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정찰 자산을 스스로 봉쇄했다. ‘노무현 정부 시즌2’ 정부답게 노 전 대통령이 포기하려 했던 NLL을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하게 포기하고 말았다.

- 김성태 원내대표 
출처: ⓒSBS

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해 완충구역 설정을 통해 적대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사실상 불가침 선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완충구역이 북한보다 우리나라에 넓게 설정됐다고 지적하며 영토주권을 포기했다고 딴지를 걸었습니다. 

대한민국 영토주권을 포기한 진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한국당의 NLL 포기 주장은 가짜뉴스이자 제2의 국기문란 행위다.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NLL은 한반도에서 늘 스파크가 튀던 이슈였습니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을 시작으로 제2차 연평해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수많은 군사적 갈등이 이곳에서 일어났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종전선언을 위해선 NLL 문제를 평화롭게 풀어야만 합니다. 이에 남과 북은 이 지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자고 합의했습니다. 

출처: ⓒ미디어오늘
정문헌 전 새누리당 의원

NLL은 우리나라만 인정하는 개념입니다. 북한은 아예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늘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거론조차 못 하게 했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NLL을 공동선언문에 ‘명기’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정문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비밀회담을 했고 이 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록도 있다며 정치생명까지 걸었습니다. 하지만 비밀회담은 없었고 정문헌 전 의원은 의혹 제기 3일 후 은근슬쩍 녹취록을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이 말한 대화록으로 말을 바꿨습니다. 결론은 비밀회담은 없었고 NLL 포기 발언도 없었습니다.  


새누리당은 1급 기밀 국가기록인 대화록을 열어 보자고 공세를 이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대화록을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NLL 포기 발언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주장한 의혹이 허위로 밝혀지고 그 배경에 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새누리당이 NLL 의혹을 다시 제기한 시점(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댓글 사건 이슈 등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던 시기였습니다. 정문헌 전 의원이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시점은 2012년 대선 전이었습니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며 위기를 겪던 시기.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허위사실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NLL 포기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그는 2012년 대선 부산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는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정문헌 의원이 이 내용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가 그 내용을 여러분에게 보고 말씀드리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에게 한 말입니다.
(이하 문건 낭독)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습니다. 남측에서도 군부가 뭘 자꾸 안 하려고 해서 이번에 군부가 개편되어서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평화협력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NLL 문제는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습니다. 남측에서는 이것을 영토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헌법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헌법 문제 절대로 아닙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지난 5년 내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 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 왔고, 국제 무대에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습니다.
남측에서 이번에 가서 핵 문제를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오라는 주문이 많았지요. 그런데 그것은 제대로 가서 판을 깨고 오라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분명히 얘기하는데, 방코델타아시아 BDA 문제는 미국의 실책인데, 북측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고 북측보고 풀어라 하는데, 이런 거 부당하다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미국입니다. 나도 역사적으로 제국주의가 사실 세계인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전계획 5029라는 것은 미군 측이 만들어서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못한다고 해서 없애버렸습니다. 이종석에게 요구했는데, 미국 제끼고 우리가 경수로 짓자고 얘기했습니다. 보고서 쓰도록 했습니다. 경수로 꼭 지어야 합니다.”

김무성 의원이 읽은 내용은 대화록 원문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이 때문에 1급국가기밀 문서를 불법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검찰 고발까지 됐습니다. 불법 유출 의혹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지라시’에서 본 것이라 해명했고 검찰 역시도 김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지라시 내용을 보고 1급 국가기밀 문서 내용과 똑같은 내용을 머리 속에 담은 김무성 의원의 능력으로 인해 당시 그는 ‘무당’ 소리를 들었습니다. 불법유출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도 큰 논란이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 이후 출범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출처로 청와대를 지목했고 이에 검찰은 김무성 의원의 대화록 불법 유출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자유한국당은 다시 한번 ‘NLL’ 공세를 퍼붓는 모습입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전방초소(GP)철수,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활동 제한 등 수많은 군사 합의를 이끌어낸 성과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못 보는 것일까요? 아니면 안 보는 것일까요?

* 외부 필진 보헤미안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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