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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덮친 전염병 시체 먹고 자란 괴물 '물괴'

어찌 됐건 소재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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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작성일자2018.09.14. | 206 읽음

*영화 <물괴>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영화 <물괴>엔 역병의 공포를 먹고 자란 두 자식이 있다. 그 공포를 먹고 권력을 보강한 심운(이경영)과 그 공포가 만든 시체를 먹고 자란 물괴다.


같은 걸 먹고 자란 그들은 유사한 속성을 공유한다. 심운은 왕좌에 눈이 멀었고 물괴는 말 그대로 눈이 멀었다. 심운은 은유적으로, 물괴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심운은 허상으로서의 공포를, 물괴는 실체(직설)가 있는 짐승으로서의 공포를 뿜어낸다. 


이 두 자식은 무고한 백성을 무자비하게 죽이며 왕권을 위협한다는 것까지도 닮았다. 


한편, 윤겸(김명민)은 조선이라는 공동체에 뿌리내린 공포심의 근원을 쫓는 역할을 중종(박희순)에게서 위임받는다. 그는 과거 역병이 만든 공포가 무고한 인간을 죽음으로 내모는 걸 봤고 공포 그 자체를 악용하는 인간에게 염증을 느껴 한양을 떠났다. 


운겸은 그렇게 역병의 공포와 그것이 만든 악취에서, 그 역병으로부터 살아남은 아이와 함께 도망갔던 인간이다. 그러나 중종은 왕의 이름으로 그에게 다시 악취 속으로 뛰어들어 과거에 두고 온 매듭을 풀라 한다.

<물괴>는 윤겸이 한양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해 다시 한양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런 반복의 구조엔 수미쌍관이라는 형식적 의미 외에도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윤겸이 도성에 속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의미다.


악이 사라지고 백성이 기쁨에 소리침에도 그는 그곳에 남지 않는다. 윤겸은 세속적인 곳에서 조장되는 공포, 그를 이용하는 권력에 염증을 느껴 지친 인간이었다. 대신 영화는 그가 있는 자연 속의 집을 아름다움과 인간미가 넘치는 곳으로 대비함으로써 공포를 초월한 곳으로 묘사해뒀다. 


공포정치의 로베스 피에르, 선동정치의 괴벨스, 가깝게는 우리 한국에서 북풍 공작을 이용한 세력들까지, 공포와 선동으로 유지된 권력은 찾기 쉽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말년이 좋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물괴>는 이런 점을 상기시키는 정치적인 영화라 할 수도 있다. 즉, 거창하게 말하면 이 영화는 실패로 돌아간 공포와 선동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물괴>의 완성도와 재미는 기대 이하다. 괜찮을 법한 주제의식을 가진 이 영화를 망치는 건 조악한 CG, 내면이 비어 있는 캐릭터, 일관성 없는 괴물의 능력 등 거의 모든 것이다. 심운의 대사처럼 영화의 모든 것들이 허상으로만 존재하다 관객에게 와 닿지 못하고 끝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영화다. 


흡혈괴마에 이어 물괴를 쫓는 김명민의 자기 복제가 아쉽다. 유머를 날리며 분투하는 김인권은 외로워 보였으며 혜리는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녀가 최악은 아니다. 저 혼자 날뛰며 오그라드는 연기 및 CG력으로 객석을 공포로 몰아넣은 ‘초롱이(물괴)’의 연기력이 최악이었다.

* 외부 필진 영화읽어주는남자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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