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시누이로 어그로 끄는 한 예능프로그램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공식(?) ‘욕받이’ 역할을 했던 김재욱-박세미 부부가 논란 끝에 퇴장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시누이가 등장했다. 그의 행태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창환-시즈카 부부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시청자의 기대가 커졌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결혼이었던 만큼 다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가령, 일본인의 결혼관이나 육아관 등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와의 공통점 및 차이점 등을 살펴보고 다양한 고민을 나눌 수 있을 거로 여겼기 때문이다.
기대는 ‘막장’으로 무너졌다. 시누이(정확히는 사촌 시누이)의 무례한 행동 탐구에 그치고 있다. 이 막장극의 시작은 시누이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부터 시작됐다. 고창환은 시즈카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시누이의 방문을 허락했다. 그것도 잠시 들르겠다는 게 아니라 하룻밤을 자고 가겠다는 부탁이었다.
밤늦게 도착한 시누이는 미안한 기색조차 없었다. 오히려 “너를 봤을 때 진짜 여우같이 생긴 거야”, “뭘 꼬셔서 우리 창환이를 저렇게 만들었나”, “나는 솔직히 이해가 안 갔어. 아니, 뭐가 좋아서 결혼했을까?”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였다. 고창환은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다음 날 아침, 시즈카는 시누이의 해장을 위해 갓난아기를 안고 콩나물을 사러 장을 보러 가야 했다. 모유 수유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시즈카는 불평 없이 아침을 지었다. 그런데 옆으로 다가온 시누이는 난데없이 작은 엄마, 그러니까 시즈카의 시어머니를 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한다. 시즈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결정된 일이었다. “창환이한테 허락받았다~”
‘며느리’ 몰래 모든 일이 진행됐다. “저 집이 시누이 집이 아니고 시즈카 씨 댁인데, 그쵸?”라는 MC 이지혜의 말처럼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그 와중에 시어머니가 오시는데 준비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누이. 집에 있는 반찬을 차려서 먹으면 된다며 속 편한 소리를 하는 남편.
초창기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관찰 카메라를 통해 드러난 문제들, 며느리의 시선을 통해 발견된 고민을 풀어보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쏟아내는 공분이 긍정적으로 해소될 여지가 있었다. 결국, 그것이 한국 사회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를 풀어내야만 한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파일럿 방송이던 시절부터 이미 문제의 해답은 나와 있었다. 당시 MC로 출연했던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은 고부 갈등의 본질적인 원인을 진단했다. 또, 남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리고 등장한 제이블랙-마리 부부를 통해 그 사실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현명한 제이블랙은 갈등을 사전에 차단했고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며 주도적 역할을 해나갔다.
그런데 지금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무의미하게 나열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시누이까지 투입하면서 또 다른 갈등 구도를 부추기는 데 주력하고 있는 인상이다. 심지어 다음 회 예고편에는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합심해서 며느리의 뒷담화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과연 제작진이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그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순히 누굴 욕하기 위함이거나 그 집의 변화만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프로그램을 보고 시청자의 집이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던 제작진의 초심은 다 어디로 간 걸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