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사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조회수 2018. 8. 23.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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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도가 담겨 있다.

8월 21일 조선일보는 신문 1면에 ‘상반기 자영업자 폐업 사상 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신한카드 가맹점의 폐업 현황과 국세통계연보 등을 근거로 금융위기 때보다 자영업자 폐업이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자영업자 폐업 기사를 머리기사로 배치한 의도는 하단에 위치한 ‘언론 탓, 前정권 탓, 100년 적폐 탓’이라는 기사에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부·여당이 고용참사 원인을 놓고 남 탓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지는 4면에서도 조선일보는 이 모든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식으로 아래와 같은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장하성 아파트’도 경비원 줄인다

고용 파국에.. 여 ‘4대강 때문’,’전 정부가 대비안한 탓’

청, “경제팀 교체 않고 특단의 대책 세워라”

그러나 조선일보가 제시한 근거는 문제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2017년 5월부터 시작됐습니다. 2017년 자영업자 폐업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음식점 폐업 현황은?

자영업자 폐업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문재인 정부에만 물을 수 없는 근거는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과거에도 높았기 때문입니다. 2011~2017년 음식점업 사업자 신규·폐업 신규 현황을 보겠습니다.

2011년 음식점 신규 대비 폐업 신고 비율은 93.8%입니다. 2017년 92.0%보다 높습니다. 2011년은 이명박 정권 시절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 초기도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었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폐업 신고 비율도 80~9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7년 음식점 폐업률 수치가 결코 문재인 정부에서만 벌어졌던 일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자 비율

역대 정권에서도 음식점업 폐업률이 높았다면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합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자영업의 문제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2015년 통계를 근거로 2016년 8월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자영업의 문제가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꼽았습니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은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며, 특히 식당이나 소매업이 상대적으로 창업이 쉬운 탓에 은퇴자나 자영업 희망자들이 소액 창업으로 몰렸다가 골목상권 경쟁 등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폐업률이 높음. (자영업 경쟁력 강화방안. 중소기업연구원 2016년)

자영업자의 악화되는 영업환경 요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창업과 대기업과의 갑을관계, 을병의 갈등을 꼽았습니다.

- 청년실업률 사상 최고 12%, 편의점 점주·식당 주인 등 어쩔 수 없는 창업 증가세, 실패 사례 대다수 ‘이중고’

- 비정규 저임금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창업이 증가하며, 영세·중소상인 어려움은 대기업과의 ‘갑을 관계’ 때문

-영세·중소상인 갉아먹는 임대료 문제도 발생하여 ‘을’(자영업자)과 ‘병’(저임금노동자)의 갈등이 발생 (자영업 경쟁력 강화방안. 중소기업연구원 2016년)

2016년 보고서를 보듯 자영업자의 폐업은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에도 여전히 높았으며 임대료와 대기업과의 갈등 요소도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60명 인구당 식당 하나씩 있는 나라

8월 18일 연합뉴스는 ‘불황의 악순환…음식점 10곳 문 열 때 9곳 이상 폐업’이라는 제목으로 음식점 폐업을 다뤘습니다.


연합뉴스는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회식 감소 등 악재까지 겹쳐 구조조정이 가속하는 모습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일까요?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역별 음식점당 인구수’를 보면 인구 60명 대비 식당 하나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심지어 제주도는 인구 36명당 하나입니다.


아무리 외식 인구가 늘었다고 해도(제주도의 경우 관광객이 늘었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당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한정된 인구에 많은 식당이 있으니 음식점 매출이 늘어나지 않고 폐업이 높은 겁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재정통계’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OECD 주요국 자영업 비율’ 1위는 그리스(35.2%), 2위는 대한민국(25.9%)이었습니다. 국내 자영업 비율은 미국(6.5%), 일본 (11.1%)보다 훨씬 높습니다. 


언론은 자영업자 폐업, 음식점 폐업 등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통계는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경제 기사를 있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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