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 판결 규탄하는 로스쿨생들

조회수 2018. 8. 22. 1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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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비판점을 들었다.
출처: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1심 무죄 판결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직접 비판하고 나선 법학도들이 있다. 바로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회 연합(이하 전젠연)의 로스쿨생들이다. 전젠연은 지난 19일 SNS 등을 활용,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안 전 지사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간음이라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재판부를 비판하듯, "인정차별이나 성차별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인종차별과 성차별 때문이다"라는 영국 작가 사라 아메드의 명언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이어지는 내용은 무죄 판결 이후 언론에 의해 일부 공개된 판결문과 함께 논란을 빚고 있는 쟁점들 중 크게 네 가지 사안을 조목조목 꼬집으며 진행됐다. 먼저 전젠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다소 과한 기준을 적용해 인정치 않은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하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및 간음의 구성요건을 기존 대법원판결의 판시보다 엄격하게 해석한 근거에 대해 재판부는 합당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피해자와의 관계상 위력을 가지고 있음은 인정하나 그 위력을 행사하진 않았다고 판단하며 그 증거로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제압하고 협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전젠연은 과거 1998년 대법원의 판례를 들며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1998.1.23 97도2506 판결)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재판부가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구분하지 않고, 피해자의 강한 저항의 존부를 문제 삼지 않는 기존 대법원의 법리보다 훨씬 엄격하고 후퇴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전젠연에 따르면 이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의 특성과 피해자 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자의적인 해석이었다.

출처: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회 연합 페이스북 페이지
성명서 일부

둘째로는 재판부의 증명력 판단 과정이 대법원이 이미 제시한 성인지 감수성 기준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상술했듯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판단하기 위해선 관계상의 위력이 피해자의 심리, 행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데, 재판부가 "심리의 초점을 피해자의 자유의사 제압 여부로 옮겨" 버렸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행법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아닌 일반 강간 사건에 적용되는 기준이라는 비판이 이미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전젠연은 재판부가 피고인(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았던 이른바 '품행 심판'을 피해자에게 과도하게 적용한 부분을 비판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과한 사실, 잊으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송한 사실,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입장문을 냈던 사실, 피해자의 업무용 핸드폰을 초기화하여 증거를 인멸한 사실"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피해자의 평소 언행, 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대응과 태도, 나이, 학력, 결혼 여부 등"만을 엄격하게 심리했다는 것이다. 


전젠연의 세 번째 지적에 따르면, 재판부의 이러한 심리 과정은 "대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에서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법리를 완전히 형해화한 것"이다. 가령 재판부는 피해자 심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정조 관념에서 벗어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피해자가 그것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전젠연은 이에 대해 "당위와 현실을 혼동하여 여성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는 맥락과 현실의 성별 권력구조를 외면"한 처사라 논평했다. 피해자가 법원이 제시하는 태도를 수행했을 때,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는 점을 재판부가 충분히 유념해야 했다는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마지막 네 번째에선 현행법 해석상 무죄가 맞으나, 추후 입법을 통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던 재판부의 입장을 "법 해석 및 적용 권한의 전속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입법 책임의 소재가 불명한 비동의 간음의 처벌 문제가 아니"라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 사건이며, 이미 해당 법안이 포괄하고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동의 간음 처벌의 경우 현행법상 직접적인 폭행, 협박이 증명돼야 하는 강간의 기준을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죄 같은 경우 일반 강간과 달리 관계상 위력에 따라 직접적인 폭행, 협박 없이도 성폭력이 가능함을 이미 전제한 법안이다. 전젠연이 재판부에 법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소임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회 연합은 대학 로스쿨 내 젠더법학회 및 인권법학회 소모임들의 연합 모임이다. 성명에는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회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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