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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평소 말이 없던 '꽃할배' 신구의 뭉클한 고백

"나는 어렸을 때 너무 어렵게 자라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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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꽃할배들은 숙소가 있는 잘츠카머구트로 향했다.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 잘츠부르크와 빈 사이에 위치한 곳이었다. '황제의 보물 창고'라는 뜻을 가진 지역이자 70여 개의 호수를 품은 낙원 같은 곳, 그곳이 바로 잘츠카머구트였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졌고 꽃할배들은 그 장관을 바라보며 저마다 감상에 잠겼다.


김용건은 어김없이 수다를 늘어놓았고 박근형은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렸다. 흥이 오른 백일섭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드디어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휴양지 장크트 볼프강 마을에 도착했다. 호수 주변으로 숙소들이 마련돼 있었고 장기 투숙객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 방을 함께 사용했던 꽃할배들은 이번만큼은 독방을 쓰게 됐다. 꽃할배들의 여독을 풀어드리고 싶은 이서진의 작은 배려였다. 


지난 3일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 6회는 이번 시즌 들어 최고의 에피소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록 시청률은 7.908%(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로 전회에 비해 조금 떨어졌지만, 방송은 그 어느 때보다 진솔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꽃할배들이 숙소 앞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들어 유독 말을 아꼈던 신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순재 형님은 자상하게 얘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꼭 필요한 말 아니면 안 해. 나는 어렸을 때 너무 어렵게 자라가지고... 고생은 그때 해봐서 웬만하면 참아. 참을 수가 있다고. 그때 훈련이 돼서. 그런데 조금 개인적이야 내가. 이게 잘못 보면 이기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이기적인 생각도 있지. 마음이 넉넉하지 못해요. 이렇게 베풀고. 어릴 때 어려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가지고.

신구의 말은 조금 의외였다. 그는 <꽃보다 할배>와 <윤식당>에서 누구보다 자상하고 따뜻한 어른이었으니까. 그런데 신구는 자신이 개인주의적이라면서 그런 자신이 이기적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김용건처럼 베풀지 못하는 성격을 아쉬워한다. 어릴 적 어려웠던 기억들이 깊게 남아 있어 그런 것 같다는 그의 자책이 아프게 들린다.


사실 신구는 김용건이 부럽다. 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그 말재간이,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엔돌핀을 주려는 그 배려심이 말이다. 그래서 김용건을 볼 때마다 늘 칭찬을 한다. 김용건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신구가 고맙기만 하다. 수십 년 동안 같은 분야에서 일했지만, 함께 작품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두 사람은 이번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됐다. 

성공의 사례를 내가 뒀어. 학생들에게 얘기하는 게 뭐냐면 신구라는 배우가 화려한 배우가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후발 주자라고. 늦게 시작한 사람이라고. 그게 결국은 자극이 된 거야.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갈 길이 있다, 도전의 대상이 있다 생각하고서 밀고 나온 거란 말이야.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모든 분야가 가능한 배우가 됐단 말이야.

신구의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지 가만히 듣고 있던 이순재가 입을 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배우로 성공한 사례로 신구를 예로 든다고 운을 띄웠다. 이순재는 화려한 배우도 아닐뿐더러 후발 주자였던 신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끊임없는 노력에서 찾았다. 영화·연극·드라마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83세 신구는 여전히 도전하는 배우였다.


신구라는 배우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건 대중들뿐만 아니라 연기를 업으로 하는 수많은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순재의 말처럼 신구는 화려한 배우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던 배우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신구는 어떠한가. 그 누구와도 차별화된 뚜렷한 개성을 갖추고 어떤 배역이라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능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배우가 아닌가. 

내가 젊었을 때 하고 싶고 부러워했던 건 판검사, 의사 이런 것들이었거든요. 제일 선망의 대상이었지. 그런데 지금 결과적으로 살아 놓고 보니까 오히려 그때 내가 뒤처져서 이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금 나한텐 더 다행인지 몰라. 살아가는 데 내가 즐겁고.

배우가 처음 그가 원했던 직업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남들에게 뒤처져서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신구는 선망했던 것보다 오히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건 거저 얻어진 건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 도전에 나섰다. 남들보다 더 많이 고뇌하고 고민했다. 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지금의 신구가 돼 만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리라. 


방송이 끝난 후, 백일섭에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던 이서진과 샤프베르크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이서진이 백일섭에게 어깨를 내주고 손을 잡아줬던 가슴 뭉클한 장면이 화제가 됐지만, 그런데도 신구의 진솔한 고백이 잔상처럼 남아 쉬이 잊히지 않는다.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은 채 그저 멍 때리며 여행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구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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