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IT 정책은 정말 실패한 것일까?

조회수 2018. 8. 3. 2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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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 발자국' 만 앞서야 하는 이유


오늘 화제가 된 아웃스탠딩의 기사 ‘문재인 정부의 IT벤처정책은 거의 최악입니다’에 대한 힝고님의 반론 기고글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IT정책에 대한 상반된 의견, 같이 읽고 판단해보시죠



아웃스탠딩 원문 기사


IT 기술의 발전은 중요하다. 2010년대 후반 세계가 본격적으로 플랫폼 경쟁에 진입하면서 경제에서 IT 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2000년대 초반 선진국과 함께 닷컴버블에 올라타면서 인터넷의 급속한 확장이 이루어졌으며, 그 때의 IT산업의 발전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거의 전설적인 그 무엇(?) 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까지 이어져서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우리나라에서 터전을 잡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특히 IT 기술에 대한 지원정책은 어떠한 방법을 내놓든지 간에 항상 각계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IT 기술은 우리의 삶 전체를 포괄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커다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교 대상으로 미국이나 중국을 상정한 뒤, “우리는 왜 그만큼 빨리 이들을 쫓아가지 못하는가”라는 비판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이 모두 정확한 곳을 찌르고 있는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1. 문재인 정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꽤나 자주 잊곤 하는 일인데, 국민의 정부 시절 인터넷 보급과 초기 닷컴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 정보통신부는 이명박 정권 당시 폐지된 이후 긴 시간을 암흑 속에 갇혀 있었다. 이것이 박근혜 정권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라는 기묘한 이름을 가진 부처로 되살아나긴 했으나 이 부서는 실제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탄핵 사태 이후 급하게 정권을 인수한 현 정부 앞에 놓인 현실은 9년 간의 정책 공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인수 후 이런저런 개각과 부서 개편을 거친 정부가 고작 1년의 시간을 갖고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이제 겨우 부서간 업무 재정의 및 조정이라도 마쳤다면 다행이다. 사기업에서도 새 부서가 셋팅되면 안정화까지 보통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지금은 ‘지금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할 시점이 아니라, ‘지금부터 뭐라도 시작해 볼 수 있을 때’라고 해야 옳다.


2. 주 52시간 근무제가 문제다?



주 52시간 근무를 문제삼는 분들께 되물어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노동자들을 갈아 넣는 것이 맞습니까?’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성장동력 기저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있어 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을 덜 하자는 것이 아니다. 실근무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라는 것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임의 취지이다.



물론 대부분의 IT 스타트업은 영세하다. 그러나 이 분들이 영세한 것이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IT 스타트업의 영세성 문제는 결국 엔젤 투자자가 턱없이 부족하고, 부동산에 유동성이 몰려 벤처 투자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 투자 시장의 문제다. 재미있는 것은 IT 업계의 영세성을 거론하는 분들이 정작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주의’, ‘혈세낭비’ 의 프레임을 동원하며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둘 중에 한 가지만 이야기 해야 앞뒤가 맞는 것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은 정말 우리에게 풍요를 안겨줄까?

3. 기존의 구태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을 막고 있다?



늘상 그렇다. 택시 업계가 우버를 방해하고 서울시에서 에어비앤비를 방해하고. 우리에게 찬란한 미래를 가져다 줄 4차 산업 혁명은 구태 산업 및 이들과 결탁한 정부가 모조리 방해하고 있다. 그런데 백 번 양보해서, 과연 이것이 우리에게 그토록 찬란한 미래를 안겨 줄 지는 경제적으로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기존 서비스 산업들의 독점성과 공급부족 문제와는 별개로 말이다.



특히 공유경제의 첨병으로 칭송받는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이들의 주가를 치솟게 함으로써 겉으로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사회 경제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그리 긍정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에어비앤비는 여행객을 위한 단기 임대수요를 폭증시켜, 실제 장기간 임대하여 거주해야 하는 원주민을 향한 공급을 부족하게 만들고, 도심지의 지가를 불필요하게 상승시키고 있다. 우버는 공유경제를 주창했지만 정작 전업 우버 운전기사를 양산했으며, 우버와 기존 택시 업계는 상호간 시장 잠식을 벌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옳은’ 현상인가?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은 경쟁의 격화로 인해 가격이 낮아져서 경제적 후생이 올라간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택시를 이용하는 중산층 사무직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후생을 배분하는 플랫폼은 현재로써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금 시대를 선도하는 나라들을 급하게 따라갈 이유가 전혀 없으며, 과거의 실책과 과오들 때문에 반 발자국 앞서 나가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이다. 치타처럼 날쌔게 달려나가, 모두를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는 그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날랜 몸놀림이 남기는 그림자는 길고 또한 어둡다. 우리가 항상 반 발자국만 앞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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