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르는 전기요금 폭탄의 비밀

조회수 2018. 8. 1. 11: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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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좀 맘 편하게 켜고 싶다..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8월 1일 기준 서울 최고 기온은 39도까지 올라갑니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선풍기로는 이 더위를 버텨낼 수가 없습니다. 에어컨을 켜지만, 이내 전원 버튼을 끌까 말까 고민하게 됩니다. 전기요금 때문입니다. 


어쩔 땐 이런 무더위에도 전기요금을 걱정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우리는 더위만큼이나 전기요금을 두려워하게 됐을까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전기요금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기는 사용 장소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책정됩니다. 에어컨 또한 전기를 사용하기 것이기 때문에 같은 요금 책정 방식이 적용됩니다. 


전기 사용 장소는 크게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 곳에서 동일하게, 같은 모델의 에어컨을 사용했을 때 요금은 어떻게 책정될까요? 


1년간 매일 3시간씩 에어컨을 사용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공장(산업용)에서 사용한 전기요금은 10,439원, 카페(일반용)는 10,978원입니다. 반면, 아파트(주택용)는 24,102원으로 산업용, 일반용보다 2배가 높습니다.

물론, 주택용이라고 전기요금이 다 같지는 않습니다. 1인이 사용하는 원룸은 5,211원, 아파트는 24,102원, 다수가 사용하는 다인 공동 거주 숙소는 60,957원입니다.


동일한 에어컨을 똑같은 시간 동안 사용해도 1인 원룸에 비해 아파트는 4.6배, 다인 공동 거주 숙소는 11배가 차이가 납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장소에 따라, 주택 형태에 따라 전기요금이 다른 건 누진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2016년까지 주택용 누진율은 크게 여섯 단계(현 3단계로 축소)로 나뉘었습니다. 1단계 대비 6단계가 무려 11.7배 차이가 났습니다. 1단계 기준으로 요금을 비교하면 6단계는 무려 30배 이상의 요금을 내야 합니다. (2012년 단가 기준)


미국은 2단계, 일본은 3단계 구간의 누진 단계를 적용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대만도 5단계이지만, 누진율은 최대 2.4배에 불과합니다. 

가정에서 550kWh의 전력을 사용하면 1단계 요금 구간인 55kWh보다 전기 사용은 10배이지만, 전기요금은 무려 41.6배가 넘는 요금을 내야 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과도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산업용은 어떨까요? 산업용 전기는 주택용보다 저렴합니다. 단계별 요금을 보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이나 일반용에 비해 저렴합니다.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추가 전기요금을 보면 주택용은 산업용보다 3.8배 이상 더 많이 냅니다. 누진제로 인해 사용시간이 길어지면 8시간 기준 7.8배까지 늘어나는 불합리한 구조입니다. 


공장을 돌리고 영업을 하는 매장이니 전기요금이 저렴해야 한다고요? 


제조업에서 전력비는 제조원가의 1.6% 비중만 차지합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1% 인상해도 제조원가는 0.0160%만 오릅니다. 전기요금 상승이 제조업 원가 상승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2016년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코너에서도 ‘’누진제’ 불만…산업용 전기료 왜 못 올리나?’라는 제목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다뤘습니다.  


재계는 지난 1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84.2%(주택용 15.3% 인상)로 올라 반대하는 실정이지만, 이는 단가가 낮았기 때문에 퍼센티지가 높아 보이는 것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전기요금의 단가는 산업용 106.8원, 주택용 125.1원입니다. 지난 20년간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는 주택용 그것보다 단 한 차례도 높았던 적이 없습니다. 


해당 방송에서 인용된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용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주택용에서 수십 년간 메워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요?


발전, 송전, 배전 판매까지 대한민국 전력 산업의 전반을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왜 더 비싸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정보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여러 문제가 계속 지적되자 한전은 결국 2016년 12월 이전 6단계였던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합니다. 


하지만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단계가 3단계로 줄었다고 해서 전기요금의 형평성이 바로잡힌 것은 아닙니다. 

2016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5년 한전은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으로 무려 3조 2,623억의 초과이윤을 얻었습니다.


한전은 다 한 번도 용도별 전기 원가를 공개하거나 통계로 잡지 않았습니다. 감사원 자료를 보면 한전은 5년간 6조 원 이상의 원가를 조작한 사실도 있습니다. 

전기는 이제 선택적 소비재가 아닌 생활필수품이 됐습니다. 과거에 비해 전기 제품은 더 다양해졌고, 삶의 질을 위해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름철만 되면 가정에서 전기를 아끼라는 캠페인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전력 수요량의 85%는 산업용(55%)과 일반용(30%)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국민은 언제까지 전기요금은 더 많이 내면서 정전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할까요? 


전기 요금 누진제는 주택 전기 사용자에 대한 차별과 한국 전력공사의 불공정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전기는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입니다. 장소, 소비자에 따른 차등적 요금 징수는 명백한 차별입니다. 


이제 합리적인 전기 요금 체계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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