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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심리학 배웠는데 손 좀 줘볼래? ㅎ”

성희롱을 심리학이라 포장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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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길이를 알면 성호르몬 관계나 수치를 알 수 있다? 최근 육군 내부에서 있었던 성추행 사건의 핵심 레퍼토리다. 최근 한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장성이 같은 부대 소속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보직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기사에 따르면 A 장성은 “자신이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타인의 손가락 길이를 보면 그 사람의 성호르몬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여군의 손을 만지는 성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만에 본 '심리학 기사' 내용이 이거라니...

출처한겨레

참담하다. 심리학도로서 심리학이 오남용되고 있는 사례를 보니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우선 범죄에 이용됐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게다가 손가락 길이를 통해 타인의 성호르몬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설사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는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일종의 경향성으로서 검증된 사실을 개개인에게 맹목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분명 위험하다. (만약 해당 주제와 관련해 알고 있는 분이 있다면 꼭 제보를 부탁한다. 다만 대학원에서 잠깐 진화심리학 분야 논문들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여기와 맥락이 좀 비슷할 것으로 짐작된다).


안 그래도 심리학은 각종 유사과학과 싸움으로 늘 혼란스러운 판국이다. 수 세기에 걸친 집요한 독심술의 망령과도 싸워야 하고 각종 이상한 논리로 무장한 심리테스트와의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심리학에 대한 이런 오남용 사례는 나름 정통 심리학도로서 열심히 심리학의 과학적 신빙성을 강변해오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맥 빠지는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내가 평소 사회학을 좀 공부했는데~

내가 평소 역사학을 좀 공부했는데~

내가 평소 컴퓨터공학을 좀 공부했는데~

이러지는 않을 거면서, 만만한 것인지 꼭 심리학을 언급하며 추한 이기심을 드러내려는 이들이 간혹 있어 종종 우려스럽다. 예를 들어 연애를 진정성이 아닌, 일종의 게임(game)으로 여기고 심리학을 단지 ‘이성 꾀는 도구’로 써먹으려 할 때면 심리학의 본질과 의의가 왜곡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다. 아무 적절한 근거도 갖추지 않은 채 심리테스트라는 이름을 걸고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자료 또한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그저 마음속으로 소망하자면 부디 사명감과 노력으로 나름의 정체성을 수호해 온 심리학 분야에 불똥이 튀지를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손가락 길이 - 성호르몬 관계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 심리학 연구 결과를 범죄 행위에 이용했다는 점에서는 오남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참고해볼 만한 연구들이 존재한다. 제보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 외부 필진 허용회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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