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매우 익숙한 헬-중국의 입시 지옥

조회수 2018. 7. 4.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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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이거 완전 한국 얘기 아니냐..?

지난주, 중국에서는 약 천만 명의 수험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험이자 그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학업 평가의 결과를 손에 받아 들었습니다. 바로 가오카오라고 불리는 대입 고사이죠.


수많은 수험생들이 지난 몇 년간 명문대 입학이 가능한 점수를 받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부에 매달려 왔습니다. 중국은 대학에서 얼마나 잘했는가보다 어떤 대학에 들어갔는가로 학습의 성과가 판단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오카오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광저우 수험생들의 모집일이라 알려진 엄청난 인파의 사진

가오카오는 중국인들에게 애증의 대상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은 이 시험이 부정부패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공정한 제도라고 칭송합니다. 한때 마오쩌둥이 가오카오를 폐지하고 자신의 추종자들로 대학을 채운 역사가 있는데, 1977년 그가 사망한 후 가오카오 제도가 부활하자 많은 중국인들이 기뻐하기도 했죠.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주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꼽아 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최근엔 중국 중산층의 빠른 성장으로 서구로 유학 가고자 하는 학생의 수도 많아졌습니다. 외국 유학생의 수는 10년 전에 비해 4배나 증가했죠. 가오카오를 피하는 것이 유학의 주요 동기로 꼽히곤 합니다. 


가오카오의 문제는 어린 학생의 인생이 시험 하나의 결과에 크게 좌지우지된다는 것뿐이 아닙니다. 가오카오 시험과 그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혁신적인 인재상"을 키워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죠. 이 시험은 수학 부문 정도를 제외하면 주입식 교육과 암기에 크게 의존하는 시험입니다. 


물론 이는 다른 수많은 시험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가오카오는 그 어떤 시험보다도 중요한 시험이라는 점이 문제죠. 중국 학생들은 고교 마지막 3년을 오로지 시험을 위한 암기로 보냅니다.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미래 비전인 “지식 경제”에 필요한 창의력이나 팀워크 같은 것을 습득할 시간은 전혀 없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초이스
중국의 입시 지옥

중국 정부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오카오 준비 외에 다른 것을 시키면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칩니다. 학부모들의 목표는 보통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소수의 중국 대학에 자녀를 보내는 것이니까 이해할 만 하죠. 가오카오 자체를 개혁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 내 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가오카오라는 제도의 전제 조건인 “실력주의”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은 주로 도시에 사는 부유층의 자제입니다. 


도시 밖에 사는 빈곤층이 교육에서 불리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의 문제는 정부가 도시 학교를 더 많이 지원해 교육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점입니다. 무상교육은 중학교에서 끝이 나고, 가오카오 준비에 필요한 자원은 빈곤층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출처: 소셜 펀치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는 오랜 거주민들에게 특혜를 주는 학군 제도 때문에, 도시 밖에서 온 이주민의 자녀들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오카오에 출제되는 문제 자체도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공산당의 시각에 맞는 답을 적어내기 바쁘죠. 올해는 시진핑의 사상에 대한 에세이 쓰기가 문제로 출제되었는데, 주석의 사상에 반대하는 것은 아예 옵션이 아닙니다. 고위 관료가 나서서 가오카오는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교육하고 선발하는 미션을 가진 시험”이라고 말한 바 있죠.

출처: TONG
획일성, 주입식 ..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다.

가오카오 제도에는 이처럼 개혁의 소지가 많습니다. 그러나 서구에서도 점점 더 많은 대학들이 국제 공인 시험 점수가 아닌 가오카오 점수를 가지고 중국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사상의 자유를 표방하는 교육 기관이라면 정치적인 순응이 요구되는 시험의 결과로 구성원을 선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원문: 이코노미스트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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