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쌓였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꼭 '이걸' 한다

조회수 2018. 5. 4. 17: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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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카톡 구경: 카톡친구, 숨김친구 목록을 뒤진다. 말 걸기는 애매하니 그냥 프로필 사진만 구경한다.

보통 뭔가를 하고 싶거나 하기 싫은 것을 구분하는 건 두뇌의 역할입니다. 두뇌는 냠냠이입니다. 활동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를 필요하죠. 흔히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고 알려졌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때론 간에서 지방을 분해해 케톤체에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우린 풍부한 지방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배나..배..또는 배 같은 곳에)


당 분해를 통해 에너지를 만든 두뇌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메이트와 GABA(Gamma-aminobutyric acid)을 통해 흥분과 억제작용을 만들어냅니다. 글루타메이트는 흥분과 자극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에요. 적당히 나오면 두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주지만, 너무 나오면 발작을 일으키거나 뉴런을 싸늘한 주검으로 만들죠. 


반면 GABA는 원하지 않는 생각을 억제할 수 있게 만들죠. 예를 들어 개무서운 공포영화 귀신 모습이(이를테면 영화 <곤지암>의 슈비슈비 같은) 1년 365일 머릿속에 떠돈다고 생각해봐요. 삶이 얼마나 지옥 같을까요. 


그래서 GABA는 이러한 자극을 억제해서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만든답니다. GABA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무단침입이라는 증상이 발생하면서 환각이나 원치 않는 기억들이 마구 떠오르고 해리성 정신장애나 조현증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해요. 

글루타메이트

갑자기 생물학 공부를 하는 느낌이겠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만 있고 싶을 때 우리의 상태는 둘 중 하나입니다.



1. 당이 떨어졌거나  


2. 할 일이 너무 많거나 


1번의 경우는 두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나 케톤체가 부족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에너지원이 다 떨어진 상태가 되는 거예요. 물론 실제로 그렇진 않습니다. 느낌일 뿐이죠. 두뇌는 포도당이 떨어졌다고 작동을 멈추거나 하진 않아요. 


오히려 지속적인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고 재흡수하는 과정에서 둥실둥실 뇌를 둘러싼 뇌수(물 주머니) 안에 이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줘야 하는데 이때 더 필요한 건 홈런볼이나 바닐라라떼 같은 게 아니라 '산소'거든요. 사무실에 5명이나 숨 쉬고 있으니 산소가 떨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면서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고 퇴사하고 싶은 거예요. (아무 말)

산소가 부족해!!!

2번의 경우는 할 일이 45개나 쌓여있는데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있을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기억을 억제하기 위한 GABA의 역할이에요. GABA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억제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무서운 업무량을 잊게 해주고 두뇌의 활동도 억제해버려요. 이제부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어항 바라보는 고냥이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거죠. 대자연의 명령이니까 우린 따라야 해요.

이런 느낌. 어항 보는 고양이로 유명했던 덕배.

보통 이렇게 두뇌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신체에 이상한 명령을 내리곤 하는데, 때문에 특이한 행동이 발생하곤 한답니다. 가끔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죠. 몇 가지 한 번 알아볼게요. 사실 이걸 왜 알아보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제가 일이 하기 싫은 거겠죠. 이 글도 그러한 특이한 행동 중 하나입니다.

1. 벽을 쳐다보는 것조차 재미있다


사실 일을 하기 싫은 거지 다른 것에는 계속 주의집중 할 수 있는 경우예요. 딴짓이라고 하죠. 지금 이 글이 그래요.

샴푸 성분 읽는 것도 재밌음.

2. 예전 사진 뒤적거리기


여행 갔을 때 사진을 다시 뒤적여보거나 셀카를 보면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무엇으로 바꿀지 고민해요. 신기하게도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셀카에 집중할 수 있어요. 여행 갔을 때 사진을 보다 보면, 아래의 행동도 동반 돼요. 



3. 어디 여행갈지 괜히 검색해 보기


여행 뽐뿌를 떠올리게 되면 괜히 어딜 가고 싶어져요. 돈이 있든 없든 그냥 여행 후기나 사진, 또는 스카이스캐너로 항공권 가격을 검색하면서 대리만족을 느껴요. 매우 즐거워져요.

너무 대놓고 하면 안 돼요.

4. 로또 당첨되면 뭐할지 구상하기


흔히 밤에 자기 전에 많이 하는 생각이에요. 한 번 떠오르면 그 날 잠은 다 잔 거예요. 돈이 많다는 건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얘기와 같아요. 생각할 거리가 넘쳐나죠. 공상과학소설도 이 시간을 따라올 수 없어요. 


사실 돈 생기면 쓸 데는 맛있는 걸 먹거나, 평소 사고 싶던 컬렉션이나 모으는 것이지만, 이미 머릿속에선 마당 있는 집에 개가 뛰어놀고 있어요. 견종까지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출근 시간이 다가와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5. 어딘가 간지러워


뭔가 하기 싫을 땐 맨날 어딘가 간지러워요. 긁다 보면 그 옆도 간지럽고. 허리도 뭔가 불편하고, 왠지 목도 말라요. 물을 마시면 쉬가 마려운 것 같고 쉬 누다 보면 똥도 마려워요. 똥 싸고 나면 눈이 뻑뻑하고, 인공눈물을 넣고 나면 어깨에 오십견이 느껴지기도 해요. 14년 전 넘어졌던 무릎도 다시 욱신거리는 느낌이에요.



6. 배고파

하이에나는 온종일 뭔가를 킁킁대며 찾아다녀요. 우리는 두 번째 서랍을 찾아다녀요. 계속 뭔가를 먹어요. 딱히 진짜 배가 고픈 건 아니에요. 그냥 손과 입이 심심해서예요. 피해자는 뱃살이에요.



7. 유튜브 봐 

유튜브는 올레TV보다 재미있어요. 게다가 연관 동영상을 끊임없이 보다 보면 하루해가 저물어요. 요즘엔 정말 끊임없이 방탄소년단의 광고가 나오는데,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디에네이!~' 이것만 하루에 50번은 듣는 것 같아요.



8. 못 일어나

보통 누워있다고 하면 일하다가 눕는 게 아니라 애당초 아침부터 누워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온종일 못 일어나요. 머리의 무게는 4.5~6kg에 가까워요. 엄청나게 무겁죠. 보통 이런 날엔 꿈을 시리즈로 꾸는데 놀랍게도 극적인 장면에서 항상 깨요. 그리고 다시 잠들면 2탄이 시작하죠. 흥미진진한 하루를 겪을 수 있어요.

내가 왜 일어나야 하지?

9. 연락처 뒤지기


갑자기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해요. 연락처나 카톡숨김친구, 카톡친구목록 등을 뒤지며 ‘말 걸 사람 없나아아~’하고 찾아봐요. 대부분은 인사해도 그다음 할 말이 없기에 그냥 프사나 구경하다가 추억에 잠기곤 해요.



10. 다른 일 하기


시킨 거 말고 다른 일 하고 있어요. 그것도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심지어 굉장히 잘돼요.



11. 이상한 노래 부르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해요. 제목도 뭣도 없어요. 어르신들이 낚싯대 찾으러 갈 때 ‘어디 있나 보자아아아~~’하면서 혼잣말에 가락을 붙이는 것과 비슷해요. 종종 아침부터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노래를 종일 흥얼거리는 경우도 있어요.



12. 지르기 or 아이쇼핑


괜히 집안에 뭔가 부족하진 않은지 혹시 특가세일을 갑자기 하고 있진 않은지 궁금해져요. 저 같은 경우엔 마켓컬리나 무인양품을 뒤적거려요



13. 스케줄 정리하기


정리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걸 언제까지 미뤄도 되는지 계산하고 있는 거예요. '진짜 빡세게 하면 이틀이면 하겠지?'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할 순 있어요. 빡셈의 정도가 기대 이상이어서 문제지.

대학일기 자까님 감사해요.

14. 남의 소식 보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뒤져요. 그냥 스크롤 놀이하는 거예요. ‘좋아요’도 투척해줘요. 댓글도 남겨요. 대부분 이런 상태에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정도의 성의 없는 댓글이 많아요.



15. 담배 피우기


흡연자들은 막 담배가 땡겨서 피는 경우도 있지만 실은 심심해서 그냥 피는 담배가 더 많아요.



16. 돈 계산하기



가계부 앱을 쓰거나 자산정리를 해놓는 분들은 괜히 ‘이번 달 얼마 쓸 수 있지? 얼마 남아있지?’하고 계산해봐요. 오천오만 번 계산해도 숫자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407만 원이 있으면 왠지 7만 원은 그냥 써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12번으로 돌아가요. 




17. 핸드폰 게임 하기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핸드폰 게임만큼 시간 때우기 좋은 게 없어요. ‘한 판만 해야지’라고 결심해요. 배터리가 75%였는데 한판 하고 나니까 43%가 됐어요.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 건가?

18. 다른 사람 뭐하나 구경하기


괜히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며 주변 사람은 뭐하나 살펴봐요. 사람 구경하는 거죠. 좀 더 나가면 분석도 해요. 


저 사람 NCS 준비 중이네, 쟤, 쟤 분명 취준 한 4개월 차 됐겠다. 이번에도 떨어지겠네? 게임 하면서, 에흐 쯧쯧. 아 일해야 하는데..아...아 하기 싫어.. 언제 하지? 집에 갈까? 하아... 



19. 멍 때리기 


무상무념의 세계로 빠져들어요. 진짜 아무 생각도 없어요. 초점도 없어요. 영혼도 없어요. 공허의 장막을 들추고 내면을 엿보았지만 그곳엔 암흑뿐이었어...

20. 쓰기 싫어요


보통 이렇게 마지막 하나 남겨두고 하기 싫어져요. 안 쓸래요. 



인간은 하루하루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존재예요.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더 발전된 모습이란 소리죠. 그러니 오늘 이 일을 하는 것보다 내일의 나에게 맡겨보는 게 더 현명할 수 있어요.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똘똘할 테니까요. 뭔 소리야... 


아 하기 싫어... 

* 외부 필진 '박창선'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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