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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가 보여주는 노희경의 흥행 비결

조회수 2018. 4. 26. 18: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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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과 진정성.

tvN <라이브>(연출 김규태, 극본 노희경)가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시청률은 착실하게 상승 곡선(1회 4.337%, 13회 7.058%)을 타고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연출, 극본, 배우들의 연기까지 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삼박자가 제대로 갖춰졌고, 경찰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몰입도 역시 훌륭하다. 신뢰의 이름, 노희경 작가는 시청자들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라이브>는 분명 웰메이드다.

ⓒtvN

그렇다고 해서 <라이브>에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이화여대 시위를 묘사할 때, 이를 진압하는 장면(2회)은 논란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경찰 교육생 신분이던 한정오(정유미), 염상수(이광수)의 시선을 견지했고, 시청자들은 '경찰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경찰 1,600명이 투입된 진압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여전히 심리치료를 받는 등 당시의 괴로움 속에 살고 있기에 논란이 커졌다.


"힘들었던 현장에 대한 기억이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분들이 당시 상황이 연상되는 장면으로 인해 다시금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 그리고 제작진 일동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경찰을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수뇌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제작진의 해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연출에 있어 세심함과 배려가 부족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라이브> 제작진은 곧바로 사과에 나섰다. 제작진의 진심이 담긴, 재빠른 사과로 <라이브>는 초반의 악재를 털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라이브>. 그 상승세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노희경의 힘일 것이다.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경찰이라는 직업은 노출이 될 대로 노출됐다. 경찰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나 드라마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제대로, 깊숙이 다룬 작품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경찰 설정은 많이 엉성했고 많이 부풀려졌다. 그나마 진지했던 작품들도 직업적 특성의 일부분만 강조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 속에 경찰은 '무능력하다' '우스꽝스럽다'에 가까웠고, 가끔 '멋지다'는 감상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즉 디테일의 차이다. <라이브>는 경찰 조직의 생리, 지구대 시스템, 사건 처리 및 수사 과정 등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졌다고 평가받는다.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현직 경찰관들도 큰 불만 없이 시청하고 있다니 디테일의 견고함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tvN

노희경은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끄집어냈다. 경찰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걸 이해시켰다. 그들도 중년의 고독을 겪으며 청춘의 비애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공감의 여지가 생기자 몰입의 강도는 더욱 커졌다.


거기에 더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들, 세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화두들은 <라이브>의 백미다. 홍일 지구대장 기한솔(성동일)을 비롯해 은경모 팀장(장현성), 퇴직을 앞둔 이삼보 주임(이얼), 완벽에 가까운 최명호 경장(신동욱) 등은 단지 주변 인물이 아니라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진 의미 있는 조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상 주조연을 가리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정도다.


강력계의 레전드이자 사이코 오양촌(배성우),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안장미(배종옥)가 그려내고 있는 중년 부부의 갈등과 사랑이라든지, 양촌부(이순재)와 오양촌의 부자 관계도 드라마에 묵직한 울림을 더한다. 특히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있던 모친의 존엄사(연명치료 중단)를 받아들이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했는데, 세대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tvN

한정오(정유미), 염상수(이광수)가 중심이 된 청춘들의 삶은 <라이브>의 중심 이야기다. 이들이 자신의 삶에 부과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은 같은 고통을 짊어진 세대들에게 위로를 준다. 처음에는 서로를 못마땅해하며 반목했던 이삼보 주임과 부사수 송혜리(이주영)가 점차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노희경은 이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과 교감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의 소재로 삼은 경찰(의 권한과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경찰의 입을 빌려 여성을 겨냥한 범죄들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속 시원히 쏟아낸다. "그 어떤 것도 네 잘못이 아니"라는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따뜻한 위로, "네 허락없이 네 몸에 손대는 거 정당화될 수 없어. 이해받을 수도 없고. 그건 범죄"라는 데이트 폭력의 가피해자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은 최고의 장면들이었다.

ⓒtvN

전작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희경은 <라이브>에서도 결핍을 통해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딘가 부족하고 약점이 있기 때문일까. 노희경의 드라마 속 인물들에선 사람 냄새가 난다. 그 냄새가 가만히 스며든다. 그가 만들어낸 세상 속의 사람들은 미성숙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로부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힘을 얻게 된다.


유대와 연대는 노희경의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결국 사람은 부대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표현하기에 경찰은 가장 적절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장 없는 드라마, 자극적인 소재 없는 드라마, 노희경은 매번 성공했다.


가능성은 낮겠지만 <라이브>가 시즌제로 제작되는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미성숙했던 주인공들의 다음 시즌. 분명 한정오는 안장미처럼 훌륭한 경찰관이 될 것이다. 염상수도 오양촌을 뛰어넘는 레전드(이자 또라이)가 될지도 모른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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