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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슬기로운 신앙생활을 위한 숙취 바이블 '해장의 정석'

자매님들, 나이가 들수록 주(酒)님께 예배를 세게 드린 날이면 더욱 성대한 고통이 찾아든다. 그렇다고 주님에게서 등 돌린다는 불경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왜냐, 해장을 위한 귀한 음식들이 많고 많다. 평양냉면, 아이스아메리카노, 초코우유... 숙취 상태의 정도에 따라 취향껏 골라 드시라. 참, 경건한 주말 예배도 잊지 마시길.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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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1. 해장의 정의

  2. 해장의 목적  

    1) 숙취 상태의 정도에 따른 해         장의 목적 

    2) 해장의 궁극적 목적  

Ⅱ. 본론 - 해장의 목적에 따른 능률적 숙취 해소 방법  

Ⅲ. 결론 


Ⅰ. 서론


1. 해장(解酲)의 정의 


해장은 술 마신 다음 날 속을 풀기 위해 식전에 국과 함께 술을 조금 마시는 일을 의미한다. "해장에는 해장술이 최고지!"와 같이 말하곤 하지만, 해장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해장술이라는 개념이 포함된 셈이다. 


이 글에서는 술을 포함한 그 어떤 음식류도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숙취 해소법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밥알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다면 굳이 해장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라고 간주하므로,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콩나물국밥, 선짓국, 순대국밥, 육개장류의 한식이나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류의 양식은 해장 음식의 반열에 들지 못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2. 해장의 목적


1) 숙취 상태의 정도에 따른 해장의 목적 


[1] 혼연일체가 되어 쉴 새 없이 나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 오장육부가 뇌와 몸뚱이로 편을 갈라 쌈질을 하고 있는 춘추전신시대春秋戰身時代의 효과적 진압. 

숙취 정도: 극악(極惡) 수준


[2] 저작을 동반한 식사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태로의 신속한 회복. 

숙취 정도: 거악(巨惡) 수준


[3] 업무 혹은 학업과 같은 고등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상태로의 유연한 복귀. 

숙취 정도: 악(惡) 수준



2) 해장의 궁극적 목적 


배변 혹은 구토 유발을 통한 몸속 독소 제거의 촉진.

Ⅱ. 본론



1. 해장의 목적에 따른 능률적 숙취 해소 방법 


[1] 혼연일체가 되어 쉴 새 없이 나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 오장육부가 뇌와 몸뚱이로 편을 갈라 쌈질을 하고 있는 춘추전신시대의 효과적 진압이 필요한 경우. 


숙취의 정도가 극악한 수준으로, 나 같은 사람의 입에서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는 부질없는 맹세가 나오는 수준의 강력한 숙취가 닥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내 경우 이십 대 초중반에나 몇 번 있었고, 술 권하는 사회로 편입된 이후로는 오히려 이런 일이 거의 없는 단계다.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샤워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뇌가 다리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를 가리킨다. 이 단계는 보통 필름 끊김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몸과 마음의 통증을 동시에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의 특효약이 있는데, 약국에서 파는 수면유도제를 구비해 놓으면 좋다. 수면제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과장된 공포가 팽배해있는데,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는 감기약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몇 번 먹는다고 습관이 되는 기적 역시 일어나지 않는다. 수면 유도제를 한 알 먹으면 구토와 오심이 완화되고 이내 수면에 이르게 되어, 불콰한 육체로부터 불쾌한 정신이 몇 시간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후 한숨 자고 일어나면 숙취는 어느 정도 진압되어 있다. 


결국 숙취 해소에는 잠이 제일 좋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해장 키트를 추천한다. 가격 1만 원 대(강남구 압구정동 기준). 

[2] 식사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태로의 신속한 회복이 필요한 경우


일체의 건더기를 씹을 수 없는 거악 수준의 숙취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컵라면 같은 걸 먹을 수 있는 상태는, 주님의 독실한 신자들에 의하면 굳이 숙취 해소가 필요 없는 상태로 간주한다. 


일어나 앉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면 이제 식사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 단계에 이르기 직전 훌륭한 숙취 해소 기능을 하는 음식들을 크게 '해장똥 촉진제'와 '구토 촉진제'로 나누어 살펴보자.

1) 해장똥 촉진 역할을 하는 음식들


① 냉면 없는 냉면 육수 


평양냉면 육수 >>> 함흥냉면 육수 정도의 강도로 전자의 육수가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편이지만, 양쪽의 육수 모두 훌륭한 촉진제 역할을 한다. 숙취의 유형에 따라서는 오로지 함냉만 당기는 때도 있다. 


저작이 불가능한 수준의 숙취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냉면집에 가면, 면을 다 남기게 되어 아까울 수 있으니, 우리 신자분들이라면 마트에서 파는 냉면 육수를 냉장고에 미리 쟁여놓는 것을 추천한다.

(좌) 연희동 청송 함흥 물냉 (우) 30초 만에 숙취로 비벼낸 하얀 비냉.

출처정소담

보통 한 봉에 1000원꼴이고 할인하면 500~700원 정도 한다. 육수는 크게 동치미맛과 쇠고기맛이 있는데, 역시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냉면 육수는 약 9000~10000원. 약 8000원을 아낄 수 있다.

② 아이스 아메리카노, 일명 아아


신자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진 생명수 격에 해당한다. 


숙취의 유형에 따라 아아가 필요한 날이 있고, 우유를 넣은 아이스 라떼가 필요한 날이 있고 아메리카노에 시럽만을 추가한 형태가 필요한 때도 있는데, 그건 몸이 알아서 결정해 주니까 몸이 시키는 대로 셋 중에 골라 마시면 된다. 홀짝이는 것이 아니라 숨도 쉬지 않고 황급히 원샷을 때리는 것이 포인트. 

집에서 내린 해장국.

간밤 와인의 흔적.

③ 우유


위를 달래고 보호하는 데에는 우유만 한 것이 없으며, 물똥 유발에도 아주 그만이다. 딸기, 바나나, 초코, 흰 우유 중 취향따라 골라 마시면 되는데, 이 중 해독에 가장 좋은 것은 초코.

물똥유발제.

④ 요거트 류


요거트 스무디나 요거트 아이스크림 역시 쾌변 촉진에 좋다. 다시 말하지만, 해장이란 결국 똥이다. 술똥이 나와야 모든 상황이 정리된다. 

요거트.

2) 구토 촉진 역할을 하는 음식들


술똥으로 해결이 안 되는 숙취라면 어쩔 수 없이 한 번은 게워내야 하는데, 이때 향그러운 구토 생활을 돕는 촉진제들은 다음과 같다. 


① 사과맛 음료


과일 주스 중에서는 사과가 제일이다. 의사인 친구 놈이 왜 사과 해장이 좋은지 설명해줬는데 옮기자니 귀찮고, 어차피 니가 설명해주기 전부터 내 몸은 다 알고 있었어 어쨌든 과일주스 중에서는 사과다. 마셔보면 안다. 캔 음료는 양이 적으니 500미리짜리 페트로 가는 것이 좋다. 끊어 마시지 말고 한 번에 마시는 게 중요하니까.

숙취에 사과.

② 이온 음료


게토레이, 포카리 스웨트, 이프로 등의 이온 음료도 좋다. 나의 경우 포카리와 이프로는 소주에 1대 2의 비율(소주 2)로 타 먹고 살았던 시절이 있어, 숙취 상태에서는 오직 게토레이만을 마실 수 있다. 


여기서 떠올려야 하는 것은 대장 내시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인데, 내시경 전에 가루약을 타서 비워내야 하는 3리터의 물은 나 행복하자고 마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저 다른 과정의 촉진을 위해서 마시는 거니까, 목구멍을 열고 이온 음료 최소 페트 한 병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걔네들은 우리 몸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잠깐 들어갔다 다시 나올 거예요. 참고로 과음 다음 날 물을 마실 때 목구멍이 열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아직 깊은 신앙심이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개도라이? 저요?

③ 슬러시


슬러시를 큰 컵으로 원샷 때리고 토하면 – 간밤의 안주는 이미 다 소화된 상태라는 전제 하에 – 토사물이 몹시 달콤해지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음식 먹고 토할 때가 힘들지 물만 먹고 토하는 것은 그럭저럭 할 만한 일인 데다가 물토(물 먹고 토)는 체내의 숙취 알갱이들을 한 번에 쓸어내 주므로, 구토에 대한 공포를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슬러시를 먹고 토하면 그 달달함으로 인해 '아 이 맛에 술 먹고 토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어, 숙취가 들 때마다 구토로 해결하려고 하는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자. 


구토는 안 할 수 있으면 되도록 안 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온 더 보더의 논알콜 마가리타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700원짜리 미란다 슬러시면 충분하다.

[3] 업무 혹은 학업과 같은 고등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상태로의 유연한 복귀가 필요한 경우


어느 정도 건더기를 먹을 수 있을 만하게 되었으면, 이제는 업무 혹은 학업과 같은 고등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상태로의 유연한 복귀를 꾀해야 한다. 


이때 식사로는 토마토 요리 / 동치미 국물 요리 / 달걀 요리를 권한다. 


세 가지의 메뉴 중 특히 앞의 두 가지는, 필자가 내 집에서 철야 예배를 함께 한 신자들에게 아침밥으로 내어주곤 하는 귀한 음식이다.

토마토 순삭 국수 / 집밥 담선생

메밀 김치말이 국수 / 집밥 담선생

계란찜

예전에는 나도 지옥불로 끓인듯한 짬뽕과 라면 따위를 즐기곤 했다. 그런 해장은 쉽게 말하자면, 아프다는 애를 죽도록 때려서 아프다는 말을 못 꺼내도록 만드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십 대에나 부려볼 수 있는 객기이니, 슬기로운 음주 생활을 위해서는 아픈 위를 살살 달래 가며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좋겠다. 


신앙생활의 도구가 되는 오장육부에 대해서는 항상 #wegotogether 의 마음을 지니고 살도록 하자.

Ⅲ. 결론


원고를 쓰다 보니, 귀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구상유취한 시절이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구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종종 힘이 들 때면, 다시는 주(酒)님을 찾지 않겠노라 울면서 헛된 맹세를 하곤 했던 미성숙한 나날도 있었다. 그런 날라리 신자였던 주제에, 밖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독실하고 신실한 체 하고 다닌 날도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진리를 찾아 예배를 세게 드린 날이면 더욱 성대한 고통이 찾아들곤 하지만, 이제는 주님에게 등 돌린다는 불경한 생각 따위는 결코 하지 않는다. 올해로 신앙생활 12년 차, 내가 가장 독실하다고 뽐내는 일도 없어졌다. 


얕은 신앙심으로 교만했던 나를 언제나 같은 빛깔과 같은 도수로 품어주신 주님께 모든 영광 돌리며, 오늘도 경건한 마음으로 주일을 기다려 본다. 


한 가지 더. 최근 주일을 지키는 것보다 여행, 휴식, 자기 계발 등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이단 마인드가 널리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이 그런 식으로 끝 간 데 없이 타락하다간 인류가 종말을 맞을 날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주일은 지키며 살아야 한다. 


덮어놓고 선교를 하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신앙생활에서 찾아오는 고통과 괴로움에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 정성껏 적어보았다. 


아무쪼록 자매님들께서도 금요 예배, 주말 예배드리는 것 잊지 마시길. 

* 외부 필진 '정소담'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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