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한테 피해 입히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

조회수 2018. 4. 4. 19: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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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유포에 성폭력 2차 가해까지

KBS2 <연예가중계> SBS <본격연예 한밤> MBC <섹션TV 연예통신> 같은 프로그램들을 소위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도무지 그 효용을 알 수 없지만 이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소명이 있다. 한 주간의 연예계 소식, 화제가 되는 핫 이슈를 엄선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기능. 연예계 소식에 관심이 많지만 일일이 뉴스를 챙겨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일목요연한 정리.

이런 프로그램들이 한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연예가중계>는 시청률 18.3%(2009년 3월 7일)를 기록했었고, <섹션TV 연예통신>도 15.5%(2009년 1월 2일), <본격연예 한밤>의 전신 <한밤의 TV 연예>도 12.6%(2010년 9월 9일)까지 시청률을 기록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에 와선 각각 3.9%, 5.1%, 7.6%로 쪼그라들었지만 말이다.


공교롭게도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의 성장과 절정, 그리고 쇠락의 흐름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쪼그라든 시청률이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앞서 “효용을 알 수 없다”고 말한 까닭은 단순히 쪼그라든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다.


매일같이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겐 이를 걸러낼 장치가 요구된다. 단편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전달하기보다 사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또한 연예계 내부 혹은 연예계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대해 파악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곰곰이 따져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효용일 것이다.


문제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좀 더 냉정히 말하면 사실상 그 역할을 방기(放棄)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다분히 의도적인 방기라는 점이다.

ⓒMBC

지난 26일 <섹션TV 연예통신>(이하 <섹션TV>)은 AOA 멤버 설현의 합성사진 유포 사건을 보도했다.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이 사진들은 진짜가 아니라 합성됐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섹션TV>는 “휴대전화를 분실한 적 없다”는 설현의 전 남자친구 지코 측 입장을 전했고, 전문가들을 등장시켜 설현의 사진이 합성됐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섹션TV>는 이 과정에서 설현의 합성사진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한 채 공개하기도 했다.


설현 측에서 이미 합성사진 제작과 유포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뒤라 의미 없는 심층 취재였고, 특히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해도) 합성사진의 일부 공개는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짓이었다.   

ⓒMBC

<섹션TV>의 헛발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과 래퍼 육지담의 열애설 및 여행설에 대해서 보도할 때는, 확인조차 되지 않은 소스를 인용해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단순한 루머를 마치 사실인 양 전달했고, 아예 입증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듯 <섹션TV>는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이런 자초위난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섹션TV>는 지난해 송혜교-송중기의 열애설을 보도할 때에도 발리의 호텔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취재를 했고, 송혜교의 비공개 SNS를 무단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엔 티아라의 팬인 재벌 2세 왕쓰총이 티아라의 멤버들에게 슈퍼카드를 선물했다고 보도했으나 완전한 오보로 밝혀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도 있다. 당시 MC 이상민은 "앞으로 팩트 체크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사과했지만 그 뒤로도 달라진 건 없었다.


SBS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과거 <한밤의 TV연예>는 비공식으로 치러진 김소연- 이상우의 결혼식장까지 찾아갔다. 그러면서 결혼식에 온 개그우먼 이은형이 청첩장을 두고 와 식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검문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물론 오보였다. 이은형은 결혼식장에 간 것이 아니라 동료 개그우먼을 데리러 간 것이었다. 기본적인 팩트 체크조차 되지 않았다.

ⓒSBS

<본격연예 한밤>은 샤이니 종현의 자살에 대해 보도하면서 고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담긴 편의점 CCTV 영상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인에 대한 추모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영상이었다. 이는 경건하게 대해야 할 죽음조차도 프로그램의 시청률 장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철학도 없고, 고민도 없어 보인다. 황색저널리즘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KBS <연예가중계>는 어떨까? 2010년 5월부터 <연예가중계>의 MC를 맡았던 신현준은 "<연예가중계>는 나쁜 걸 취재하지 않는 연예프로그램"이라면서 "제작진이 나와 한 약속이 있는데, 잘 지켜준다"는 의미심장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오마이뉴스(오마이스타)

그 약속이라는 게 뭔가 하니, '가십을 비롯한 연예인 뒷조사하지 않기'라고 한다. 신현준은 “연예인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을 해달라”는 바람을 전했고,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다른 연예 정보 프로그램과는 달리 <연예가중계>가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없는 걸 보면 확실히 <연예가중계>는 방향성을 제대로 잡은 듯하다.


물론 시청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일정한 전략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한다.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팩트를 놓치지 말 것. 나쁜 걸 취재하지 말 것. 더 나아가 나쁜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을 것.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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