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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이라며 CGV가 내놓은 인종차별 이벤트

조회수 2018. 4. 3. 19: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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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척만 해도 무조건 할인'해준다고?

1870년대 미국에서는 백인들이 어리석은 흑인으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인기를 끌던 코미디 쇼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쇼에 나온 어리석은 흑인을 보면서 깔깔댔습니다. 흑인 캐릭터의 이름은 ‘짐 크로우’였죠.


당시 미국에는 흑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법이 있었고, 그 이름은 짐 크로우 법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흑인은 어리석은 존재로 취급됐고, ‘어리석은 흑인’을 위한 법이니 짐 크로우라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1870년대 탄생한 짐 크로우 법 관련 이미지.

이 법은 흑인차별 반대운동으로 뜨거웠던 1960년대 폐지됐습니다. 미국인들은 인종차별에 대해 점차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인종이라는 타고난 요소(innate factors)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도 금지 및 금기시됐습니다.


현재 여러 다문화 국가에서는 타고난 요소를 가지고 오락거리나 이벤트로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정 인종이나 모국어 같은 타고난 요소를 오락거리로 사용하는 것은 인격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난 4월 1일, CGV는 만우절 행사를 위해 “외국인(척)이면 무조건 할인”이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트를 게재했습니다. 포스터에는 피자와 짜장면, 그리고 외국어 문구가 붙어 있었고, 사진 중앙에는 터번과 미간에 점을 찍은 남자의 그림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벤트 설명에는 외국인처럼 보이기 위해 외국어를 쓰거나 전통 의상을 입고 오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의문이 가는 이미지입니다. 짜장면은 중국 화교들이 한국인 입맛에 맞춘 한국형 음식입니다. 그리고 이슬람과 힌두교가 섞인 종교인 시크교도들은 머리를 칭칭 두르는 터번을 쓰지만, 미간에 빈디(bindi)라는 점을 찍는 것은 꺼립니다. 아니면 CGV에서는 인도의 수행자인 사두(sadhu)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CGV 페이스북

전통 의상을 입는 거나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여지가 적을 겁니다. 그러나 의상이나 외국어를 가지고 인격체를 비하하거나 오락거리로 사용한다면 충분히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인 척’이라고 하는 단어가 'imitating non-Koreans' 즉 '그 사람들의 특징을 따라 해 오락거리로 만들자'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캡처

저는 사람들이 영화 티켓 값 할인을 받기 위해 특정 인종을 오락거리 요소로 사용할까 걱정됐습니다. 할인을 받기 위해서 흑인으로 분장을 하거나 특정 억양(accent)으로 비꼬는 행위들이 나타날까 두려웠죠. 타 인종의 타고난 특징을 오락거리로 만든다는 것은 분명한 인종차별이기 때문입니다.


다인종 국가에서 온 제 친구들은 이 이벤트를 알고 나서 매우 당황했습니다. 자기 나라에서는 분명 금기시된 행위가 한국에서는 이벤트가 됐으니까요.

-이건 사람들(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종특인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이런 마케팅이 정말 싫어. 이런 걸 하는 직원들은 다 해고돼야 해. 나는 제멋대로 입혀지고 벗겨질 수 있는 코스튬이 아냐.


-진정해. 사람들은 마케팅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지. 사실 진짜 문제는 대중이 이것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야. 이건 어쩌면 이 나라의 3%(한국 거주 외국인)가 그냥 '미국인'으로 퉁칠 수 없다는 걸 한국 사람들이 깨닫게 될 절호의 기회일지도 몰라.


-그래, 다른 문화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할 수도 있어. 그런데 시크교 터번을 두른 채 힌두 빈디를 이마에 찍고, 손질된 턱수염을 기른다고? 만약에 그 종교를 믿는 사람이거나, 해당 문화권의 사람이 한 거라면 전혀 상관 없겠지. 하지만 이 종교적 상징들의 이상한 매쉬업(섞임) 어디에서도 다른 문화에 대한 '인식'이나 '감사'를 느낄 수 없군.


-이 마케팅 이벤트의 문제는 주최 측이 사람들로 하여금 외국인을 '흉내'내게 만드는 거야. 전통 의상을 입는 것으로 외국인인 '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휙 나타나서 "칭 총 창 양-코치 칭-따오!" 또는 "커리커리 인디안!"이라고 말하면 할인을 받는다는 거지. 천박하기 짝이 없어. 이 마케팅은 당장 잘려야 해.


-나는 하나도 기분 안 나빴어. 왜냐면 난 백인이거든. 그러니까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건 상당히 어렵다는 거지. 아무리 의도가 순수했다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것은 한국을 퇴행적으로 보이게 할 거야.

반대로 생각을 해볼까요? 타국에서 온 사람이 "한국인인 척"을 하고 찍은 사진을 올려놓겠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자주 등장하는 유투브 채널인 Solfa에서 제작한 “한국인 흉내내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를 올립니다. 또 어떤 나라에서 “한국인 흉내내기 행사”를 열고,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흔한 옷차림을 입고, ‘한국인스러운’ 흉내를 내며 낄낄댄다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로 외국인이 한국 시골 여성을 흉내낸 모습이다.
'한국인 따라하기' ⓒyoutube 'solfa'

CGV에서는 이벤트 공고를 시작한 당일 여론을 의식했는지 “외국어 말하기/전통복장입기”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척만 해도 무조건 할인’이라는 포스터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4월 1일, CGV 페이스북에 만우절 관련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다행이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분장을 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CGV에서 걸러서 올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사진만 본다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CGV

한국은 아직 다인종 국가가 아니라서 인종차별 문제에 민감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인종차별인지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인종차별은 단순히 특정 인종 앞에서 비하 발언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행위들도 포함된다는 사실을요.

참고자료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28/0200000000AKR20180328060600005.HTML


http://www.cgv.co.kr/culture-event/event/detail-view.aspx?idx=17720&menu=0


http://www.bostonkorea.com/news.php?code=&mode=view&num=23892


http://populargusts.blogspot.kr/2012/03/three-decades-of-black-face-in-korea.html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77729.html


http://english.yonhapnews.co.kr/culturesports/2018/03/29/0701000000AEN20180329004852315.html


https://www.huffingtonpost.kr/2017/01/08/story_n_14043322.html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00355.html


* 외부 필진 'Korean Grammar Doctor'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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