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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치고는 잘생겼다'는 말의 무서운 의미

조회수 2018. 2. 20.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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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피부'를 선호하는 뿌리깊은 인종차별

외모 칭찬을 싫어하는 이는 없다지만, 그래도 시간과 장소가 있는 법입니다. 오밤중에 모르는 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느닷없이 외모 칭찬을 듣는다면, 그것도 불법 택시를 타고 가던 중이라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작년에 베이징의 택시 기사에게서 뜬금없이 “잘생기셨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한 후 화제를 돌렸죠.


당시에는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바로 다음 주 홍콩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같은 일을 겪고 나서는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제 옆자리 승객은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가는 중년의 대만 여성이었는데, 국적과 하는 일 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잘생기셨는데요!”


‘하지만’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도 저는 그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잘생겼다는 말을 당연하고 귀찮은 일로 취급할 만큼 자주 듣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같은 일을 세 번 겪고 난 후 저는 제가 동아시아에서 인기폭발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방콕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동행과 국수를 먹으러 간 식당의 지배인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무슨 일로 왔냐, 방콕에는 얼마나 머무르냐, 어디에서 왔냐 등 평범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인도에서 왔다는 말에 지배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죠.


“인도라고요? 하지만 너무 잘생기셨는데요?”


똑같은 ‘하지만’이었지만 이번에는 부연 설명이 있었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못생겼잖아요! 인도분이시라니!”

ⓒpixabay

인도인에 대한 선입견이라면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덴마크에 잠깐 살았을 때, 제 룸메이트가 아는 인도인이라고는 만화 ‘심슨 가족’에 나오는 캐릭터뿐이었죠. 독일 뮌헨에 가니 택시 기사는 제 직업이 당연히 소프트웨어 기술자일 거라고 여기더군요. 제 경험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도인은 관심 밖의 존재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집단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다른 인도인들이 동아시아에서 겪은 차별을 듣고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베이징에 근무했던 저널리스트 레쉬마 파틸은 회고록을 통해 중국에서 견뎌야 했던 끊임없는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적었고, 인도계 싱가포르인인 작가 파즈 역시 싱가포르에서 피부색이 어두운 아이로 자란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었죠. 인도 매체 ‘스크롤.인’은 태국에 사는 인도인들이 겪는 일상의 인종 차별을 기록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인도인은 아프리카인들과 더불어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집단입니다.


앞서 말한 동아시아 국가의 공통점은 하얀 피부색에 집착하고, 그러다 보니 어두운 피부는 곧 못생겼다고 인식합니다. 이 주제에 대한 글들을 읽다 보니 비행기에서 만난 대만 여성의 말도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녀의 외모 칭찬에는 ”인도인들은 피부색이 어두운데, 당신은 인도인 치고 피부색이 밝다“는 뜻이 숨어있었던 겁니다.


처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분노가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내가 해외에서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접한 일에 분노할 때, 내 모국에서도 수백만 명이 피부색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하얀 피부가 미의 상징인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 역시 인종차별이라는 분야에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우니까요.


인도에서도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은 결혼을 못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결혼 광고는 신붓감의 ‘하얀 피부’를 자랑하기 바쁘고, 가장 인기 있는 미백 크림의 연간 매출은 3억 달러 이상이죠. 피부색 관련 마케팅을 줄이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어져도, 피부 미백 시장은 갈수록 성장세를 보입니다.


제가 모국에서 피부색과 관련해 고통을 겪지 않았던 이유 역시, 일부는 제가 남성이기 때문이며, 또 제가 ‘인도인치고는’ 밝은 피부색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동아시아에서 겪은 일은 인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상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밝은 피부색이라서 ‘잘 생겼다’는 말을 듣는 경험은 곧 내 나라의 추한 면을 직시하는 거울과 같았습니다.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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