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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oo'로 똘똘 뭉친 2018 골든 글로브 시상식

조회수 2018. 1. 18. 16: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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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풍경이 대종상 시상식에서 펼쳐졌다면?

지난 7일 밤(현지시각) 2018 골든 글로브 시상식 풍경을 정리해봤다.


1.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차별적 악습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타임즈 업(Times Up)'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 배우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참가했다. 뜻을 함께 하는 남성 배우들도 검은색 셔츠와 검은 넥타이를 착용하고 뱃지를 달았다.

ⓒbillboard news

2. 사회를 맡은 세스 마이어스는 행사 시작부터 지난해를 들썩이게 했던 하비 와인스틴 및 쇼비즈니스계 남성들의 성추문 스캔들을 거론했다.

ⓒNBC

"안녕하십니까, 여성분들과 (성추문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으신 남성분들"


"하비 와인스틴추도사에서도 야유를 받는 최초의 인물이 될 것입니다"

3.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로 TV 미니시리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니콜 키드먼은 수상소감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언급했다. 그 캐릭터는 극중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NBC

"제가 연기한 캐릭터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화두를 상징합니다. '힘의 남용' 말이죠. 저는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말미암아 분명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4. TV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흑인 최초로 스털링 K.브라운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NBC

"제가 맡은 역은 흑인을 위해서, 오직 흑인에 의해서만 연기될 수 있도록 쓰여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었고, 제 모습 그대로 사랑 받았습니다."

5.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발표하기에 앞서 제시카 채스테인이 한 말이다.

"이 상을 받으시는 분은 남녀 임금격차 때문에 23%나 낮춰 받는 출연료를 꼭 상환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6. 나탈리 포트만은 감독상 후보들을 발표하며,

"오직 남성 뿐인 감독상 후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골든글로브 영화 감독상 후보가 모두 남자라는 사실은 후보명단이 발표됐을 때부터 논란이 됐다. 이날 감독상은 기예므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돌아갔다.

7. 역대 골든 글로브 감독상 수상자 중 유일한 여성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작품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billboard news

"역대 감독상 수상자 중엔 제가 유일한 여자였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상을 받은 게 1984년이에요. 그 이후로 34년 동안 아무도 없다니요? 여러분, 이제 과거는 지났어요!(Time's Up!)"

8.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날 최고의 스타는 흑인 여성 최초로 공로상인 세실 B.드밀 상을 수상한 오프라 윈프리와 그녀의 수상소감. 청중은 이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NBC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진실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꿋꿋하게 드러내 준 여성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우며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습니다. 여기에 모인 우리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우리는 이야기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비단 영화산업 뿐만 아니라 국경과 문화, 인종, 종교, 정치를 넘어 전파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오랜 시간 동안의 학대와 폭력을 견뎌낸 여성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분들껜, 저희 어머니처럼, 먹여 살려야 할 자식과 내야 할 돈과 이루고자 한 꿈이 있었습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그 모든 분들을 기립니다. (...)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남성의 권력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거부 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독점한 남성들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청중 환호)


그들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청중 기립)

(...)


저는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견뎌낸 사람들을 인터뷰해 왔습니다. 그 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은, 가장 깜깜한 밤중에서도 더 밝은 아침을 꿈꾸게 해주는 희망을 놓치지 않는 능력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을 듣고, 보고 계실 모든 여성들께 외칩니다. 새로운 날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날이 마침내 도래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훌륭한 수많은 여성들과 일부의 놀라운 남성들 덕분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해 열심히 투쟁했습니다. 이 시대에서는 그 누구도 '나도 겪었다(Me Too)'라는 말을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기립박수)"

자, 이제 똑같은 풍경이 청룡영화제나 대종상시상식에서 펼쳐졌다고 상상을 해보자. 그리고 인터넷에 어떤 추악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할지, 저런 발언을 한 배우들이 어떻게 조리돌림과 온라인 능지처참을 당할지 상상해 보자.

* 외부 필진 '정중원'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정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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