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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방관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들

그들은 언제나 죽음을 무릅쓴 구조를 한다.
직썰 작성일자2018.01.02. | 9,718  view

제천 화재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소방관들이 우왕좌왕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MBN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소방대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에 대한 이런저런 주문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9명이나 사망한 사고니 슬픔과 안타까움은 비단 유족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세월호를 겪으며 얻은, 적지 않은 트라우마 탓도 크다.


재난을 막고 긴급 구조 활동을 벌이는 소방대의 활동은 그것 자체로 매우 긴요한 공공서비스다. 화재는 워낙 황망히 치를 수밖에 없는 일이어서 진압과 구조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화재에는 유족뿐 아니라, 사고의 추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만 제기와 제언을 그치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가르쳐 준 것

일단, 재난 구조 활동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불만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건설적 제안을 하게 된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세월호 이후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각종 재난 사고를 겪으면서 개인적, 사회적으로 학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때 배는 가라앉고 있는데 해경이 할 일이라곤 그것밖에 없다는 듯 배 주변을 빙빙 돌고 있던 그림을 시민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았던가 말이다. 그때 사람들은 국가를 대신하여 재난 구조 활동에 나선 이들을 냉정하게 지켜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이번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해 유족들이 소방대의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에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한 것은 그 정당성과 무관하게 새겨들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이고 유족들이 그런 마음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왜 사망자가 집중된 2층 목욕탕의 창을 깨고 진입해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유족들의 문제 제기나 이에 대한 소방대 쪽의 해명에 대해서도 일단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 창문을 깨고 진입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유족의 주장도, 창문을 깨어서 산소가 급격히 유입되면 불이 더 거세어질 수 있다는 소방대원의 해명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 조사단이 곧 이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하리라 하지만 실험의 결과가 책임의 문제로 이어져선 곤란할 듯하다. 결과가 어떠하든 이 문제는 차후 구조 활동에 참고할 일이지, 그것으로 어느 일방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는 근거로 쓰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재 이후에 이어지는 뉴스를 통해 이런저런 뒷이야기들 속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과 장비, 진입로 확보의 어려움 등 소방대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는 것도 있지만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구조 활동에 대한 고발성 기사도 적지 않다. 

해당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문제의 영상, '뭘 알고 얘기하라!'는 반박

12월 26일께 한 방송사가 공개한 제천 화재 당시 건물 외곽의 CCTV 영상은 ‘당시 소방대원들이 우왕좌왕했다’라는 근거가 되어 언론은 물론, 시청자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문제의 영상을 보면서 나도 같은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다.


급박하게 화재 진압과 함께 구조 활동이 진행되어야 할 현장에서 기동복을 입은 소방대원이 무전기를 들고 골목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대체로 대원들의 현장 대응이 매우 부실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뭐야! 피해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을 텐데 구조 활동은 ‘세월아, 네월아’ 하는구먼!”


그걸 본 사람들은 구조 활동이 관성에 빠져 있다고 오해할 만했다. 보도에서 기자의 리포트는 그런 점을 집중해 지적하고 있었다.


“가스 마스크만 착용한 소방대원들은 사람들에게 멀리 물러나라고 하지만 직접 구조에 나서진 않습니다.”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며 건물 주변을 걸어 다닙니다. 이 대원이 가스 마스크를 착용한 시간은 구조대가 건물 앞 2층 통유리로 첫 진입을 시도한 4시 38분이 조금 넘은 42분이었습니다.”


이 뉴스를 본 사람들은 모두 분개하고도 남았을 터인데,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다. 이 영상 보도를 두고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아래 119복지단)에서 ‘모르면 방송하지 마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반박은 대체로 전문가들의 구조 활동을 모르는 이들의 오해를 겨냥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 “응급처치는 누가 합니까” 소방대원 질책 보도 정면 반박] 


“기자 말대로 ‘무전기만 들고 왔다 갔다’ 한 소방관은 현장을 지휘하는 사람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누가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를 합니까?”


“화면상 헬멧과 공기호흡기를 갖추고 있지 않은 소방대원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인데 구조를 하고 진압을 하란 말인가요?”


119복지단에 따르면 소방대원들은 환자 처치와 화재 진압, 운전 등으로 직무가 나뉘어 있다고 한다. 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해서 임의로 부여한 직무로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해진 직무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다.


참사의 피해가 심각해서 그럴 것이지만 이런 유형의 비난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상황에서 힘들게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들의 활동 자체를 위축시킨다고 복지단은 전한다.


“구조와 화재 진압에 대한 명백한 실책이 나오면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이렇게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이유로 비난당하는 것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굉장히 위축된 분위기다.”

소방관은 재난현장에서 보여주는 헌신 때문에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

비판하되, 그들의 '헌신'을 기억하라!

소방관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들이 재난 현장에서 보여주는 헌신’ 때문이다. 그 헌신은 때때로 이들의 고귀한 목숨마저 앗아간다. 그래도 이들은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화재 현장으로 간다.


사회적 존경을 받는 것과는 무관하게 우리나라의 소방관들이 일하는 환경이나 처우는 부끄러울 지경이다. 부족한 소방관 숫자가 재난 대비에 흠이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에 비기면 제천의 초기 출동 인원은 절반이라고 한다.


지역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재난 대비 능력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재난의 대비나 구조가 지역과 무관하게 평등하게 시행되는 제도나 시스템이 소망스러운 이유다.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공공서비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이들의 헌신을 기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 외부 필진 '낮달'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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