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불러온 대형 참사들

조회수 2017. 12. 24.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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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충북 제천, 또다시 우리 주변의 많은 생명을 화염에 빼앗겼다.

또다시 우리 주변의 많은 생명을 화염에 빼앗겼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악몽과도 같은 참사다.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29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쳤다. 대학 입학을 눈앞에 둔 여고생의 꿈이, 친정을 찾은 딸과 손녀의 손을 잡고 사우나를 찾은 노모의 기쁨이 속절없이 화마에 사그라졌다. 휴대전화로 '살려달라'는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실려 왔건만 남편은 그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출처: 연합뉴스

화재에 취약한 소재로 만들어진 건물 외벽과 소방차 현장진입을 방해한 건물 주변 주정차 차량, 고장난 출입문과 창고로 사용된 비상계단까지. 이번 화재도 안전불감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대형화재 참사였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불필요한 피해들은 수없이 많았다. 

10년 전, 2007년 2월 11일 새벽.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보호시설 4층 건물 3층에서 중국인 수용자의 방화로 인한 불이 나 수용돼 있던 외국인 55명 중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불이 난 3층은 쇠창살로 나뉜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사망자는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누군가 밖에서 열쇠로 열어주지 않으면 대피가 불가능한 구조였기에 신속히 대피하지 못한 수용자들은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부상자들도 유독가스로 인한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출처: 연합뉴스

현장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견된 참사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근무 소홀로 피해를 키운 직원 3명은 구속돼 법의 심판을 받았다.

1년 뒤인 2008년 1월 7일에는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코리아2000의 냉동창고 지하층 기계실에서 유증기 폭발로 인한 불이 나 4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지하층에는 근로자 57명이 작업 중이었는데,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되거나 스스로 탈출한 17명을 제외한 40명은 지하층 곳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회사 측은 오작동 시 작업에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와 방화문 등을 수동으로 작동하게 했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창고 건물에는 불이 삽시간에 번졌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귀결됐다.

수사 과정에서 이천소방서 소방관이 전기 및 소방설비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는 등 안전의식 해이와 당국의 감독소홀이 총체적으로 빚어낸 인재였음이 드러났다.

해가 바뀌기도 전인 2008년 12월 5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물류센터 지하층 냉장실에서 전기용접 중 튄 불티로 인해 화재가 발생,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도 작업 불편을 덜기 위해 스프링클러 등 방화설비를 수동조작으로 놔둔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연합뉴스

이런 사고는 근로 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파트와 쇼핑몰 등 다중이 밀집한 곳에서도 연달아 터졌다.

2015년 1월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 주차됐던 오토바이에서 화재가 발생, 주변 건물까지 불이 번지면서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부상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숙소 등지에 머물며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야 했다. 조사 결과 건축주는 분양수익을 높이려고 '세대수 쪼개기' 등 불법행위를 자행했으며, 소방안전관리자는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곳곳에서 피해를 키운 정황이 포착됐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2월 4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66층 주상복합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상가 건물 3층 철거 작업 중인 점포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54명이 다쳤다.


철거에 나선 작업자들은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용단작업을 하면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시설관리 업체는 오작동을 이유로 평소에 방재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아 참사를 야기했다. 화재 당시 고층에 거주하는 주민과 주말 나들이를 나온 쇼핑객, 영화관 관객 등이 한꺼번에 대피하느라 대소동이 빚어졌다.

이 외에도 불꽃작업이 많은 공사장이나 철거현장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난 화재가 잦았다. 아울러 요양병원에서 난 불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미처 탈출하지 못해 다수 숨진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07년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소 외국인 보호시설 화재를 기점으로 전날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까지 10년간 발생한 대형화재는 총 19건이다.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2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화재의 발생 장소나 원인은 모두 달랐다. 그러나 피해를 이토록 키운 배경에는 모두 안전불감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미 죽지 않아도 되었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더 이상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안전조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함께 미조치시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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