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원 벌금형 군수가 청렴한국인 대상!?

조회수 2017. 12. 1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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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자랑스런 청렴한국인 대상 뭔가 수상하다

아침 신문을 보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기사가 있어 팩트 체크를 해봤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는 창원시장 출마를 앞둔 허성무 전 경남부지사와 함께 오영호 의령군수가 '청렴 한국인대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기사를 자세히 읽지 않았을 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는 상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자세히 보니 국민권익위원회 소관 사단법인 청렴코리아가 주최해서 주는 상이었습니다.  


사실 수상자 명단을 볼 때부터 국민권익위원회가 도대체 어떤 기준을 갖고 경남의 정치인들을 선정해 이렇게 큰 상(명칭만 보면...)을 주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문에 그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팩트 체크에 나서게 만든 또 다른 기사가 실렸습니다. 바로 같은 신문 5면(사회면)에 나온 “산지 훼손 혐의 오영호 의령군수 항소심도 벌금형”이라는 기사였습니다. 

기사 내용은 “창고를 돼지축사로 바꿔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영호(68) 의령군수가 항소심에서도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입니다. 

불법 저지른 현직 군수의 청렴한국인 대상

“오영호 군수는 군수가 되기 전부터 양돈업을 해왔고 의령군 용덕면에서 돼지 9000마리를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0년 4월부터 군수로 재임 중인 올해 2월 중순까지 자신이 소유한 농장에 있는 창고 2동을 돼지 축사로 변경해 사용한 혐의와 지난해 4월 농장 인군 임야에 옹벽을 쌓아 배수로를 만든다며 산지 1176㎡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합니다.


아울러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 소홀로 말미암아 인근 하천과 저수지에 흘러들게 한 혐의로도 기소되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건축법, 산지관리법,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입니다.

현직 군수가 자신의 농장에 불법으로 돼지 축사를 만들고 가축 분뇨를 하천과 저수지에 방류한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그런 군수에게 “제 3회 자랑스런 청렴한국인 대상”을 수여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의령군에서도 보도자료를 냈고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해보면 뉴시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서 오영호 군수의 “제 3회 자랑스런 청렴한국인 대상 수상” 소식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상자 선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서 인터넷 검색을 좀 더 해봤습니다. 수상식장에 내걸린 펼침막을 보면 김영란법을 앞장서서 만든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와 청렴코리아가 함께 주는 상으로 착각하기 십상입니다.


아니면 일부러 국민권익위원회 공식로고인 ‘청렴한 세상’을 사용하고 마치 국민권익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인 것처럼 착각하도록 유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를 검색해봤습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청렴코리아는 2011년에 국민권익위원회 소관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일 뿐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자랑스런 청렴 한국인대상은 국민권익위원회 소관 (사) 청렴코리아가 주최해 평소 청렴문화 확산과 부패방지에 이바지한 기관과 인물을 선정, 그 공로를 치하하는 상”이라고 돼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기관이 아니라 국민권익위원회 ‘소관’이라고 했으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행사장 펼침막이나 소관이라고 하는 애매한 문구를 사용해 마치 국민권익위원회가 주는 상 혹은 국민권익위원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으로 착각하도록 유도했다는 의심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청렴코리아에 대해서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겠더군요. 이 단체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사단법인 청렴코리아’ 임원 명함을 뿌리고 다닌 간부가 진천 산단 브로커로 활동했고 “지방의원 등에 불법정치자금과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름도 거창한 '자랑스런 청렴 한국인 대상'을 지역 정치인들에게 수여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의혹을 가져 볼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지역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단체가 서울도 아니고 경남 창원까지 와서 이런 시상식을 벌이는 것도 수상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 이 글은 외부 필진 잡곡밥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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