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직썰

“탈덕하면 때린다”는 남자 아이돌

남자 아이돌은 어떻게 ‘갑’일 수 있을까?

4,052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출처Jtbc2

아이돌 그룹 JBJ 멤버 노태현이 부적절한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JBJ는 JTBC2 프로그램 <개이득2>에서 팬들의 ‘탈덕’(연예인 팬덤에서 팬들이 탈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스처를 보여 달라고 요청받았다. 마지막 순서였던 노태현은 허공에 주먹을 세게 휘두르며 “탈덕하시는 순간 이렇게 맞아요”라고 말했다. 


노태현의 언행에 폭력 논란이 일자 JTBC2는 이 영상을 공식 SNS 계정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영상 캡처본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에서 ‘안전탈덕 하세요’라는 제목으로 빠르게 퍼졌다.

아이돌은 ‘을’, 팬덤은 ‘갑’?


아이돌 그룹 멤버가 팬을 때리겠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발언이 가능했을까? 


다른 사례를 보자. 작년 말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아이린을 두고 ‘태도 논란’이 일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극적이고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난이었다. 아이린은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단지 ‘충분히 웃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예린이 자신을 불법촬영하던 남성 팬을 잡아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남성 팬들은 ‘예린의 태도가 쌀쌀맞다’, ‘꼭 무안을 줘야 했냐’는 불만을 내비쳤다. 


예능에서의 태도에 불만을 표하고, 심지어 범죄행위인 불법촬영에도 태도를 운운할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팬)이 ‘갑’이라는 생각에서 온다. 돈을 냈으니 원하는 대로 소비할 권리가 있다. 자본주의적 갑을관계가 무리한 감정노동을 합리화하는 꼴이다.

출처페이스북 캡처

그런데 아이돌과 팬덤의 관계를 갑을관계로만 본다면 노태현의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태현은 탈덕하는 팬을 때릴 수 있을 정도로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벗어난, ‘아쉬울 것 없는’ 아이돌일까?


JBJ는 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즌2 참가자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했지만 팬들의 지지로 데뷔했다. 팬과 아이돌의 관계가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다면 JBJ는 한없이 ‘을’이어야 한다. 팬을 때리겠다는 발언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남성 아이돌의 폭력적 언행은 처음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작트년 7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카메라 사진과 함께 “내 님들 내가 다 지켜보고 있음. 한눈팔다 걸리면 이 카메라로 찍어버림/모서리로/정수리를”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빅스의 멤버 켄은 2013년 7월 컴백 홍보 영상에서 “팬들이 갈아타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에 “갈아타면 귓방망이를!”이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2년에는 JYJ의 김재중이 사생팬을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출처트위터 캡처

출처유튜브 캡처

여성 아이돌과 남성 아이돌에 대한 논란의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자본주의 논리만으로는 이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남성 팬의 범죄를 잡아내고도 비난받는 예린이 방송에서 ‘몰카 찍으시면 귓방망이 맞아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걸그룹 아이돌로서의 생명이 끝나버릴 것이다.


결국, 노태현의 발언은 자본주의적 갑을관계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젠더 권력을 보여준다. 예린과 노태현 사례의 차이는 아이돌-팬덤 관계에 개입하는 젠더 관계의 차이다. 


자본주의 갑을관계와 젠더 권력은 서로 교차한다. 이는 여성 아이돌/팬에게는 억압과 멸시로, 남성 아이돌/팬에게는 막대한 권력으로 나타난다.

나를 때릴지도 모르는 ‘우리 오빠’


노태현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세 가지로 나뉜다. ‘무서워서 탈덕한다’, ‘실수였을 뿐이다’, 혹은 ‘농담에 불과하다’. 


노태현의 발언을 농담 아니냐며 옹호하는 이들은 ‘노태현이 탈덕한 팬을 진짜로 때리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농담인지 아닌지, 노태현이 물리적으로 팬을 때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태현의 행동은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 폭력의 경험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폭력을 쓰겠다는 노태현의 발언은 데이트폭력을 연상시킨다. 


데이트폭력의 본질은 통제다. 가해자는 상대방의 거부를 용납하지 못한다. 물리적, 정신적 폭력으로 상대방을 위협하고 의사결정을 통제한다. 노태현의 행동이 전형적인 데이트폭력을 연상시키는 건 이 때문이다. 그의 행동은 (탈덕이라는) 팬의 선택을 폭력으로 통제하겠다는 위협이었다. 


여성 팬들이 느낀 분노는 과민반응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의 반응과 비슷하다. 


상대방을 욕하거나, 밀치고 때리거나, 감시하고 구속하는 행동을 데이트폭력이라고 부르면 과민반응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우리 사회엔 여전히 많다.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는 당사자의 의견은 늘 무시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태현의 행동을 농담이나 실수라며 무마하려는 시도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현실을 반영하는 행위다. 


여성들은 사회에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에 공포와 분노를 느낀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칼이나 염산을 맞지 않기 위해 차라리 여성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여성들의 현실을 이해했다면 노태현의 행동은 ‘실수’로도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작성자 정보

직썰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