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김주혁 사망'으로 클릭 장사를 했다

조회수 2017. 11. 1.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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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차량 가격까지 보도했다
출처: 뉴스 캡처.

배우 김주혁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은 앞다퉈 속보로 사망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김주혁씨의 사망 소식을 전달하면서 ‘배우 김주혁이 사고 당시 몰았던 자동차는 벤츠… 가격은?’이라는 황당한 기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김주혁이 운전했던 차량은 ‘벤츠 G63 AMG’로 5500cc급의 지프형 모델이다”라며 “가격만 무려 2억500만 원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지프형 가운데에서 가장 비싸”’다고 말합니다. 


차량이 가진 안전성과 내구성을 검증하는 절차도 없었습니다. 막무가내로 “가장 비싸다”고 말하더니 “지난 2016년 국내에 출시 됐으며 고성능 담당 브랜드 AMG에서 만든 만큼 실제 차도 화려하고 단번에 시선을 끈다. 내외관 모두 소재를 비롯해 가격도 성능도 모두 최고를 달리고 있는 차다”라며 마치 벤츠의 홍보문 같은 글을 올리기까지 합니다.

사망 소식을 스포츠 중계처럼 취급한 언론


김주혁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은 '단독'을 달고 사고 당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단독] 배우 김주혁 교통사고로 사망… 현장 사진 단독 공개 

[단독] 김주혁 교통사고 사망, 처참한 현장 

[단독] 김주혁 추돌사고 영상 단독 공개 


단독이라 공개된 사고 당시 사진과 영상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료들이었습니다. 단독에 눈이 멀어 자료의 파급력도 고려하지 않고 검증도 없이 마구 갖다 쓴 것입니다. 


사망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도 난무했습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취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기자들을 비롯해 종편 패널들까지 사실 확인 없이 ‘상상’으로 김주혁씨의 사망 원인을 보도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 사람의 죽음을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취급했다는 사실입니다. 속보 경쟁에서 이겨 클릭 장사를 해보겠다는 언론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출처: tvN

"반쪽 특종 빨아주느니, 내 의심을 믿겠어"


김주혁씨가 최근 출연한 드라마 <아르곤>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건물이 붕괴해 많은 사람이 사망하자 보도국장은 현장 소장의 과실이 원인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냅니다. 그리고 김백진(김주혁 분)은 “남들 다 하는” 보도를 거부합니다. 다음은 해당 씬의 각본입니다.


김백진(김주혁 분): 마지막 꼭지 형이 취재한 거야? 이국장이 던져준 거야?


PD: 보도국에서 준거야. 지금 못 바꿔. 


김백진: 소장 과실 아직 확인 안 됐어. 위에서 던져주는 거 그대로 받아쓸 거면 기자를 왜 해. 


PD: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수긍할 대상을 찾게 돼 있어. 이럴 때 무식하고 무책임한 쓰레기 하나 악역 맡아주면 다 편해지지. 니 말대로 구멍이 몇 개 있다고 치자. 그래도 뉴스나인에서 먼저 내보낸 거잖아. 그럼 받아줘야지. 이러다가 우리 남은 뿌리까지 뽑히게 생겼어 지금. 


김백진: 그런 거 따지기 전에 팩트체크부터 해야지. 우리가 선동질 하려고 이 자리 앉아 있는 거 아니잖아. 


PD: 저쪽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거면, 너도 마찬가지야. 니 말에 확인된 사실이 하나라도 있어? 


김백진: 없어. 하지만 경찰 확인 없는 반쪽 특종 빨아주느니 내 의심을 믿겠어. 사실 하나 있네. 도망갔다는 소장. 아직,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어.


출처: tvN

언론은 사고나 재난 상황에서 벌어진 사망 소식을 받아쓰기와 속보라는 형태로만 보도합니다. 여기에 생명의 소중함이나 ‘저널리즘’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배우 김주혁씨 사망 관련 보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로지 클릭과 조회수에 몰두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진실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150개의 스토리가 있다


<아르곤> 출연 당시 김주혁씨는 “우리에겐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150개의 스토리가 있다”를 자신의 명대사로 꼽았습니다.

언론이 사망 소식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전하는지는 다양합니다. 그 영향도 다양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라 죽은 사람이 선인이나 악인으로 결정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언론의 엉터리 보도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여전히 누군가의 죽음을 오로지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고 김주혁씨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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