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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전래동화 (ver.2017)

조회수 2017. 9. 26. 11: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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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 안 튀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잔혹하다(..)


1. 헨젤과 그레텔 


부모에게 버림 받고 숲 속에서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 굶주림과 피곤에 지친 두 남매는 어두운 숲을 헤매다 꿈 같은 광경을 발견했어요.

아니 저건?!!!

과자로 만든 집이잖아?!
 초콜릿으로 만든 문, 사탕으로 만든 창문, 비스킷으로 만들어진 벽… 


눈이 뒤집힌 헨젤과 그레텔은 미친 듯이 집을 뜯어 먹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5분쯤 지났을까. 그들의 등 뒤에서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12만 3900원입니다. 손님. 카드로 하시면 수수료 10% 붙어요.

출처: JTBC
자연산은 카드가 안돼요.

입에 과자를 잔뜩 문 두 남매가 돌아보니, 깐깐해 보이는 마녀가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어요. 헨젤이 벙쪄 있는 사이, 사태를 파악한 그레텔이 따지기 시작했죠.


-아니 무슨 12만 원이 넘어요? 몇 개나 먹었다고. 금을 발랐나. 
-요즘 계란 값 오른 거 몰라요? 
-그래도 그렇지… 


우물쭈물대는 남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무일푼이라는 걸 알아챈 마녀의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이 어린 놈의 새X들이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돈 없으면 몸으로 때워!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그날로 마녀의 과자 집 알바생이 되었어요. 마녀는 그들에게 땀도 안 통하는 허접한 유니폼을 한 벌씩 안겨 주고, 그들이 먹은 과자 값과 유니폼 값, 그리고 앞으로의 식대를 모두 가불한 것으로 칠 테니 그 돈을 다 갚을 때까지 그만둘 꿈도 꾸지 말라고 윽박질렀죠. 


헨젤과 그레텔은 며칠이면 돈을 다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마녀의 제안을 수락했어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들의 빚은 계속 늘어났어요. 계산이 틀려도, 컵을 하나 깨도, 10분만 지각해도 마녀에게 돈을 물어내야 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마녀는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꺾어 기록했기 때문에, 1시간 44분을 일해도 남매가 받을 수 있는 건 1시간 30분 동안의 시급 뿐이었어요. 남매는 마녀를 신고하고 싶었지만, 주 7일 풀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평일에만 문을 여는 노동청을 찾아갈 여유 따위 나지 않았어요. 


따끈하고 맛있는 과자를 저렴하게 파는 마녀의 과자 집은,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유명해지기 시작했어요. 파워 블로거들이 앞다투어 찾아오고, 방송에도 소개됐죠. 과자 집 앞은 줄을 서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누군가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과자를 내놓는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마녀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어요. 


-좋은 재료를 쓰고, 쓸데없는 비용을 대폭 줄인답니다^^

출처: MBC
걱정 마. 내일은 더 힘들 거야...^^

2. 춘향전


과거 급제 후 돌아올 것을 다짐하며 춘향이와 눈물의 이별을 마친 이몽룡은 곧바로 과거 공부의 성지, 노량진으로 향했어요. 의욕 가득한 마음으로 노량진 역에 내린 그는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모두가 길에 서서 밥을 먹고 있었거든요. 걸어가면서 책을 보는 사람도 여럿 있었죠.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대는 그를 보고, 지나가던 이들이 크게 웃으며 말했어요. 


-지옥의 섬 노량도(島)에 온 것을 환영하네.

출처: KBS
성공한 자만이 탈출하리니...

과거 시험의 경쟁률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급제는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관료가 되고 싶다면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해야 했죠. 춘향과 다시 만날 날을 위해, 몽룡은 속세와의 연을 모두 끊고 공부에 몰두했어요. 매일 순 공부 시간 12시간을 달성하기 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지요.


그렇게 공부하는데도 급제는 만만치 않았어요. 간발의 차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몽룡은 노량진 입성 3년차에야 겨우 합격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답니다. 그는 뛸 듯이 기뻐할 춘향을 생각하며 곧바로 고향인 남원으로 향했어요. 


그러나 그가 남원에 도착했을 때, 춘향은 감옥에 갇혀 있었어요. 새로 부임한 남원부사 변학도의 추근거림을 거절하다 누명을 쓴 것이지요. 변학도의 탐욕으로 고통 받는 건 춘향 뿐만이 아니었어요. 그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남원 전체가 괴로워하고 있었지요. 


분노에 가득 찬 몽룡은 변학도를 찾아갔어요. 그리고는 그의 코 앞에 공무원증을 들이밀며 외쳤습니다. 


-나랏밥만 축내는 도둑놈 같으니! 내 중앙정부에 네놈을 고발할 것이야!

또ㅏ아!!!!!

하지만 몽룡의 서슬 퍼런 호령에도 변학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싱글싱글 웃으며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던졌습니다.


-감히 너 같은 놈이? 내 뒤에 VIP가 있는데… 


변학도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별 것 아닌 오기일 거라 생각한 몽룡은 그 길로 서울로 향했어요. 그리고는 상부 기관에 변학도의 만행을 보고서로 정리해 제출했지요. 며칠 지나지 않아 몽룡의 보고서가 왕에게까지 전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는 곧 변학도가 쫓겨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주일 뒤, 백수가 된 건 몽룡이었어요. 그의 상사는 이유조차 제대로 말하지 않은 채 몽룡을 내쫓았지요. 상사의 옷자락을 물고 늘어져 몇 번을 묻고 물어 겨우 듣게 된 건 ‘윗선의 지시였다’는 한 마디 뿐이었어요. 몽룡은 반쯤 넋을 놓은 채 자신이 파면된 이유를 찾아 헤맸고, 그런 몽룡을 딱하게 본 선배 하나가 그에게 귀띔해 줬어요. 


-자네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 변학도가 왕의 최측근의 최측근인 걸 몰랐나? 왕이 영의정을 불러다가 자네 이름을 콕 찝으며 ‘나쁜 사람’이라고 외쳤다니… 자네는 이제 이 나라에서 밥 먹고 살기는 틀렸네. 

출처: MBC
나..쁜...사.....람.

그 말은 모두 사실이었어요. 작은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어 쩔쩔매는 몽룡과 달리, 변학도는 여전히 남원을 휘어잡으며 떵떵거리고 있었지요. 이내 변학도를 내쫓는 걸 포기한 몽룡은 선배의 말대로 춘향과 함께 외국에 나가 살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았어요. 얼마 전 즉위한 이웃나라의 왕이 외국인의 이주를 엄격하게 막기 시작했거든요. 난다긴다 하는 실력자들도 쫓겨나는 마당에, 별다른 경력도 기술도 없었던 몽룡은 국경을 밟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모든 희망을 잃은 몽룡은 절망에 빠졌어요. 삶의 의욕도 희망도 잃은 그는 연고가 없는 첩첩산중으로 들어가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며 살았습니다. 


간혹 막 과거에 급제한 이들이, 불의에 저항한 몽룡의 기개를 존경한다며 찾아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몽룡은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이 ‘공직자로서 마음에 새겨야 할 구절이 무엇이냐’ 간절히 물으면, 그 때만은 빙긋이 웃으며 종이에 세 글자를 적어 내밀었답니다. 


‘脫朝鮮(탈조선)’

3. 선녀와 나무꾼


‘착하고 예쁜 여자와의 결혼’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나무꾼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뒷산 연못에서 목욕하고 있던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 숨긴 후 당황한 그녀를 협박했어요. 


-너는 이제 너희 나라에도 갈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불법체류자 신분이지. 내가 신고하면 너는 그냥 감옥에 갇히는 거야. 우리나라 법이 그래. 대신 나랑 결혼해서 살면 우리나라 사람으로 살 수 있어. 어쩔 거야? 


지상의 법을 잘 몰랐던 선녀는 나무꾼의 협박을 곧이곧대로 믿었어요. 나무꾼이 무서웠지만 감옥에 갇히는 것이 더 무서웠던 그녀는 별 수 없이 나무꾼과 결혼하기로 했지요. 


매번 여성들에게 차이기만 하던 나무꾼이 엄청난 미인과 결혼했다는 소문은 곧 온 마을에 퍼졌어요. 선녀를 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나무꾼은 그 모습에 우쭐해졌지요.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쁜 아내를 자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나무꾼은 매일같이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이닥쳤고, 선녀에게 ‘간단한 술상’을 보아 오라고 주문했어요. 예쁜 아내가 자기 어머니에게 배워 만든 잡채를 들고 들어오는 모습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거든요.

간단한_술상.jpg

그렇게 몇 년이 지났습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어느덧 세 딸이 생겼어요. 아들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좋아하던 나무꾼의 늙은 어머니는 이제 선녀와 손녀들을 볼 때마다 며느리를 잘못 들여 대가 끊어지게 생겼다며 한숨을 푹푹 쉬었어요.


처음에는 선녀의 외모에 홀딱 반했던 나무꾼도 언젠가부터 그녀의 외모를 깎아 내리고 구박하기 시작했어요. 애를 낳고 나니 꾸밀 줄도 모르고 게을러졌다는 이유였지요. 물론 그녀가 여섯 식구의 살림을 혼자 도맡느라 잠 잘 틈도 없다는 사실은 무시했답니다.

출처: MBC
지금 DAE가 끊기게 생겼는데!!!!!!

그러던 어느 날, 나무꾼의 방을 치우던 선녀는 장롱 한 구석에서 나무꾼이 숨겨둔 날개옷을 발견했어요. 그 옷만 있다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었지요. 그녀는 세 딸을 불러모아 마을을 떠나버렸습니다.


그날 밤, 술에 취해 뒤늦게 집에 돌아온 나무꾼은 아내와 딸들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어요. 숨겨둔 날개옷도 함께 없어진 것을 발견한 그는 가족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눈이 뒤집힌 나무꾼은 경찰서에 달려갔어요. 


하지만 이미 떠나버린 그들을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오히려 결혼을 위해 선녀를 협박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무꾼의 입장만 불리해지기 시작했지요. 경찰의 추궁에 나무꾼은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충격] 나무꾼 산 속에서 목욕하던 선女에게…’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어 큰 화제가 되었어요. 그는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절망했죠. 하지만 행운은 그의 편이었어요. 나무꾼의 사건을 맡은 판사님은 아주 동정심이 많고 너그러운 분이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꾼은 솜털처럼 가벼운 처벌을 받은 뒤 풀려났어요. 그리고는 어디선가 또 어린 신부를 데려와 혼자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한때 레전설.txt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던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어요. 어쩌다 한 번씩 달리는 댓글만이, 그들을 잊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답니다. 


‘성지순례 왔습니다. 외국인 꽃뱀 조심하세요.’

4. 잭과 콩나무


아침에 일어난 잭은, 전날 자신이 소 한 마리와 바꿔 온 콩 세 알이 엄청나게 큰 나무로 자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콩나무를 올려다보던 잭은 꼭대기에 올라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출처: 위키백과
이것보다 좀 더 컸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기어 올라가자, 어느덧 구름 위에 도착했어요. 처음 본 광경에 신기해하며 푹신푹신한 구름 위를 걸어다니던 잭의 눈에 거대한 성 한 채가 보였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코를 골며 자는 거인이 있었습니다. 옆에는 온갖 금은보화와 진귀한 물건들이 쌓여 있었지요.


마을에서 제일가는 관심종자였던 잭은 거인을 배경으로 몰래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는 쌓여있는 보물 중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훔쳐 아래로 내려왔지요. 이후 그는 매일같이 콩나무를 기어올랐고, 거인의 성에 갈 때마다 보물을 훔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곤 했어요.

출처: pinterest
#콩나무#거인#거인의집#성#일상#소통#여행#맞팔#환영

그러던 어느 날, 잭의 SNS가 그를 우연히 발견한 유명인사에 의해 소개되었어요. 잭에게는 어마어마한 팔로워가 따라붙었고, 거인의 성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죠. 잭을 취재하려고 수많은 방송사가 찾아왔습니다.


우쭐해진 잭은 카메라를 앞세우고 거인의 성으로 찾아가는 길을 안내했어요. 잭이 보여준 구름 위의 환상적인 풍경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콩나무를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시골이었던 잭의 마을은 곧 카메라를 든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마을 공터는 관광버스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지요. 관광객들이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통에, 마을 사람들은 집 앞을 청소하느라 애먹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쓰레기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어요...

그런데, 곧 더 큰 문제가 발생했어요. 도시에 살던 마을의 땅 주인들과 부동산 업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겁니다. 그들은 마을이 발전했다는 이유를 들며 세 들어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집세를 무시무시하게 올려 내라고 강요했고, 자가를 가진 주민들에게는 가진 집을 팔라고 회유했죠.


집세를 감당할 수 없었던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몰려오는 관광객과 변해버린 마을 분위기에 지쳐 집을 팔고 떠나버리는 주민들도 늘었지요. 어머니와 함께 전셋집에 살고 있었던 잭도 집주인의 횡포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팔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오르는 세를 내기에는 부족했지요. 결국 잭은 마을 사람들의 원망을 들으며 쓸쓸히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모든 마을 주민들이 떠난 뒤, 가정집이 있던 자리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과 화장품 가게들이 빽빽이 들어섰습니다. 아무도 이 곳이 예전의 그 한적한 마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그나마 옛날의 기억력을 되살려 주는 건 콩나무 앞 요금소에 걸린 잭의 인증샷 뿐이었답니다.

그리고 남겨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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