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혈은 더러운 게 아니야. 그냥 피일 뿐이야"

조회수 2017. 9. 26. 12: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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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학생리대에서 해방됐다

요 며칠 내 페이스북 피드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생리대로 뒤덮여 있다. 나는 2년 넘게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는 지라 그 민감한 이슈에서 떨어져 있다. 남편이 "이제 당신에겐 남의 일이 되었네?"라고 말하면 "응 그렇지"라고 대꾸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내게 해당이 없는 문제일까.


내가 면생리대를 사용한 기간은 고작 2년 반이다. 지난 20년간 나 역시도 화학생리대를 사용했다.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고 언론에 발표된 생리대는 나에게도 익숙한 제품이다. 조사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면생리대를 쓰고 있는 내 몸이 말한다. 지난 20년간 너는 네 몸에 몸쓸 짓을 해왔다고. 나쁜 물질에 자궁을 노출시켜왔다고.

며칠간 많은 여성들이 나와 같은 마음, 같은 분노로 기사를 읽고 대안을 찾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면생리대와 생리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리하고 간편한 화학 생리대를 두고 이 귀찮고 불편한 면생리대를 찾고 있는 상황에 우선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본론을 이야기 한다. 면생리대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면생리대를 쓰기 전의 나는 생리통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생리를 시작하고 끝날 때 쯤에 아랫배에 가해지는 묵직한 통증이 있었지만 그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두 어 달에 한번 쯤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데굴데굴 구르는 일이 있긴 했지만 그 역시도 생리를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오히려 생리기간 동안에 매일 매일 움직이지 못할 통증으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주변에 널렸다. 그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아이였다. 


화학 생리대가 몸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의심은 늘 있었지만 내 자궁은 고통에 둔감한 편이어서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겨왔다. 그러던 중에 어느날 남편이 내게 면생리대를 권했다. 빨아서 쓸 생각하니 너무 끔찍해서 바로 거절했는데 남편이 물러서질 않는 거다. 남편은 어디서 들었는지 면생리대의 장점을 늘어 놓았는데 그 중에 딱 하나에 마음이 동해서 시작했다.

"생리대는 썩지도 않는다"

어릴 적부터 환경운동연합에 기웃거리고, 어쩌다 일회용품을 쓸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는 내게 남편은 죄의식을 심어주었다. 니가 20년 넘게 써 왔던 생리대가 일회용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밤에 잠도 안왔다. 불편하지만 시작해보고 싶었다. 꽃무늬의 촌스러운 면생리대를 손에 처음 쥐고도 자신이 없었다. 그 때마다 남편이 반복해서 내게 말했다.

"생리혈은 더러운 게 아니야. 그냥 피일 뿐이야." 

"당신의 몸에서 나온 피야. 이걸 징그럽게 보는 게 더 이상한 거야."

출처: 오마이뉴스
여성환경연대가 전시한 면생리대, 생리컵 등 대안 월경용품.

그 말에 힘을 얻어서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세탁이 간편한 것이다. 결국 면생리대를 사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내가 생리혈에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관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리컵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면생리대보다) 어떻게 더 좋을 수 있지?’라는 생각에 시도를 안하고 있는 지경이니 말 다 했다.  


진짜 생리통 없어지냐고 묻는 분들 많은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없어졌다. 생리기간에 늘 있던 아랫배에 통증이 거짓말처럼 싹 없어졌다. 가끔씩 데굴데굴 구르는 일도 사라졌다. 피부가 짓무르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내 몸을 혐오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내 자궁이 뱉어낸 피를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내 몸이 가지고 있는 패턴을 익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2년을 넘게 사용하다보니 화학생리대는 쳐다도 보지 않게 되었다. 사실 간편하고 편리한 화학 생리대를 두고 면생리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마치 예쁜 기성복 대신에 투박한 개량한복 입으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전처럼 편한 마음으로 화학생리대를 쓸 수는 없는데.  


나는 화학생리대 조사결과가 잘못됐을 거라 믿는 대신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면생리대의 세탁방법을 이곳에 적으며 글을 마치겠다. 부디 모든 여성이 걱정없이 생리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빈다.


[면생리대 빠는 법] 


면생리대를 빨기 전에 확실히 알아두세요. 생리혈은 더러운 것이 아닙니다. 혐오스럽지도 않습니다. 무서운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내 몸에서 빠져나온 자연스러운 피일 뿐입니다. 이 당연한 개념에 불필요한 관념을 덧붙이지 마세요. 그럼 면생리대를 빨아보겠습니다.


준비물: 빨간 양동이 (가장 작은 사이즈) 


1. 생리 첫날입니다. 면 생리대가 묵직하게 피를 흡수했습니다. 샤워기로 찬물을 틀어 면생리대에 쏩니다. 피가 죽죽 빠집니다. 다 뺄 필요 없습니다. 대충만 빼고 빨간 양동이에 생리대를 투척하세요. 그리고 양동이에 찬물을 채운 후 뚜껑을 닫아주세요. 


2. 생리대가 또 나왔습니다. 또 샤워기로 대충 헹궈줍니다. 양동이를 열어보니 핏물이 가득입니다. 물을 갈아주고 피 뺀 생리대를 투척하세요. (자주 안 갈아주시면 물에서 썩은내 나니까 하루에 한 번은 꼭 갈아주세요) 


3. 생리 끝날 때까지 그렇게 합니다. 그때 그때 빠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때 그때 귀찮아서 못하겠습니다. 


4. 생리가 끝났습니다. 양동이에는 생리기간 동안 쓴 면생리대가 물에 퉁퉁 불어있습니다. 피는 거의 다 빠지고 얼룩만 남아있습니다. 


물을 버리고 생리대에 세제를 바릅니다. 친환경 세제도 좋고 빨래비누도 좋고 뭐 맘대로 비누칠을 두툼하게 하세요. 그리곤 촥촥 접어서 양동이에 투척하고 하루나 이틀 묵힙니다. (비누칠 하는 시간 대략 3분 소요) 


5. 손으로 조물조물 빨고 헹궈냅니다. 촥촥펴서 말립니다. 빨래 끗 (대략 15분 소요) 


6. 5번이 귀찮으면 그냥 4번이 된 면생리대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립니다. 빨래 끗.


출처: 그나랜

저는 대충 이렇게 빨아쓰고 있습니다. 2년 넘게 쓰니까 얼룩이 좀 남긴 하는데 뭐 어떻습니까. 그래봤자 제 피의 얼룩인데.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의외로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한달에 20분) 간단해요. 


그리고 이건 저도 아직 시도해 보지 못한 방법인데, 듣기로는 과탄산수소가 핏물 빼는데는 최고라고 합니다. 비누칠 할 필요도 없이 통에 관탄산수소 한 스푼 넣으면 된다는데, 이번 달에 당장 해보려고요. 참고로 저는 콸콸콸 타입이 아니라서 면생리대가 잘 맞는 케이스예요. 며칠 내내 양이 많으신 분들은 생리컵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럼 우리 모두 즐생❤️


요약


1. 생리기간동안 핏물 빼서 모아놓고

2. 한꺼번에 비누칠해서 며칠 묵힌 후에

3. 조물조물 헹궈서 빨래 끗


* 이 글은 외부 필진 수진배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글: 수진배님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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