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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피자, 무인 배달을 시작했다고? 어떻게?

조회수 2017. 9. 26. 13: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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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피자의 혁신적인 순간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행사장, 스티브 잡스가 첫 번째 아이폰을 공개한 순간 사람들은 혁신(Innovation)이란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시간 가량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스티브 잡스는 혁신이라는 말을 수십 번 언급했고, 그때마다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져 프리젠테이션은 몇 번이나 중단됐습니다. 혁신을 넘어서 혁명(Revolution)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아이폰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때, 저를 떨리게 한 혁신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롯데리아의 '라이스버거'입니다. 햄버거가 혁신이라니 뜬금없으신가요?


2000년 출시된 롯데리아의 라이스버거는 햄버거의 빵 부분을 밥으로 대체한 것으로 최근 대중화된 밥버거의 원조격 제품입니다. 아이와 어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한국인의 버거를 개발하겠다던 목표가 주효해 라이스버거는 출시 한 달 만에 80만개를 판매했습니다.

'혁신'의 아이콘들.

제게 라이스버거는 혁신적이었습니다. 점심시간 30분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사회 초년생에게 샌드위치나 빵이 아닌 '쌀밥'을 10분 안에 먹을 수 있는 혁신적 대안이었습니다. 


게다가 밥과 밥 사이에 들어가 있는 달달하고 두툼한 고기와 야채는 마치 고깃집에서 쌈을 먹는 듯한 식감을 줬습니다. 광고에서 남희석과 한스밴드가 부르던 "롯데리아~ 라이스버거~"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흥얼거릴 정도로 라이스버거를 참 좋아했습니다.


아이폰이나 증강현실이나 인공지능 같은 것에 비하면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제 점심시간의 메뉴를 변화시켜준 작은 혁신이지요. 이처럼 우리의 삶을 꾸준히 개선시키는 혁신의 사례는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소소한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한 기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도미노 피자(Domino Pizza)입니다. 도미노피자의 혁신은 소비자가 피자라는 상품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첫째, 맛있고 신선한(따끈따끈한) 피자 
둘째,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주문 
셋째, 신속하고 안전한 배달

1. 맛있고 신선한 피자


가장 맛있고 신선한 피자를 만들겠다는 도미노피자의 노력은 처절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2009년 도미노피자의 매출은 점차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피자 업계의 강자인 피자헛과 신규 업체 파파존스와의 경쟁에서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30분 내 신속배달’을 내세웠지만, ‘맛없는 피자’라는 혹평에 매출은 점차 감소했습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피자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도미노피자가 최악의 평가를 받고,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도미노피자 직원들이 피자에 이물질을 넣는 모습이 나오는 등 도미노피자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위기 앞에서 도미노피자는 문제를 감추기보다는 반대로 도미노피자가 최악의 맛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1년 안에 다시 최고의 피자를 만들어 소비자 신뢰를 되찾겠다는 약속도 합니다. 도미노피자의 신랄한 자기반성과 약속, ‘Pizza Turnaround’ 캠페인입니다.

미국 전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도미노 피자에 대한 설문조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광고 영상을 보면 실제 소비자들의 평은 매우 신랄합니다. "빵이 골판지 같아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요", "차라리 냉동 피자를 사먹겠어요" 등 실제 소비자 혹평을 미디어에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피자를 만들기 위해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피자 선호도 설문조사를 하고,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수개월의 노력 끝에 새로 출시된 도미노피자는 호평을 받으며 30%의 매출 증가, 160개의 신규 체인점 개설 등의 성과를 거둡니다.


이후에는 도미노피자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모든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지역별, 성별, 연령별 기호를 매달 분석하고 이를 반영해 피자를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Domino's Data’라고 불리는 도미노피자 고객 데이터베이스에는 수억 건의 구매정보가 쌓여있으며 이는 도미노피자의 맛을 꾸준히 개선하는 자산으로 관리합니다.


사실 아무리 맛있게 만든 피자라도 차갑게 식어버리면 더는 피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도미노는 맛있는 피자를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소비자의 입에 피자가 들어가는 순간까지 최고의 맛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화로 피자를 주문하고 가게에서 직접 피자를 가져가는 소비자들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차가운 피자를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GPS Customer Tracker’입니다.


GPS Customer Tracker는 고객의 위치를 추적해서 고객이 피자가게에 근접했을 때 요리를 시작하는 시스템입니다. 만약 피자를 만드는 데 30분이 걸린다면,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서 고객이 30분 내 위치(Cook Zone)에 진입했을 때 요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2016년 6월 미국과 호주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소비자들로부터 ‘피자의 생명을 지키는 혁명’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배달원이 배달을 하는지,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2.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주문


미국에서 피자는 가장 사랑받는 간편식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활의 모든 순간에 등장하죠.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 늦게까지 회의할 때, 집에서 파티할 때, 혼자 있다 출출할 때, 마땅히 먹을게 없을 때 등 미국인들은 습관적으로 피자를 주문합니다. 


도미노는 고객들이 전화기를 들어 원하는 피자를 설명하고, 주소를 알려주고, 결제카드 번호를 알려주는 절차마저 없애버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문방법을 만듭니다. ‘ANYWARE’ 캠페인으로 알려진 도미노의 전천후 주문 시스템입니다. 


스마트폰, TV, 문자 메시지 어떤 도구로든 도미노 피자를 시킬 수 있다.

도미노는 고객들이 스마트폰, TV, 텍스트 메시지 심지어 자동차 보이스 시스템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애플의 아이워치 그리고 아마존과 구글의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해서도 주문 가능합니다.


스피커에 대고 "안녕 도미노, 피자를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고객이 기존에 등록한 피자가 자동으로 주문됩니다. 전화 걸어서 피자 주문하는 게 뭐 얼마나 번거로운 일일까 싶지만 피자로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기상천외한 방법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Zero Click Ordering’은 스마트폰 앱을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바로 피자가 주문됩니다.


앱을 클릭하는 순간 10초 카운트 후, 자동으로 미리 등록한 피자가 주문되는 것입니다. 일요일 자정쯤 간신히 눈만 뜨고서 핸드폰을 들 힘도 없이 소파에 누워 피자를 주문하는 모습이 상상 되시나요? 또 하나는 이모티콘으로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Emoji Ordering’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피자 모양의 이모티콘(emoji)을 보내면 피자가 자동 주문됩니다.


노력의 결과, 현재 도미노피자 매출의 60%가 온라인 주문입니다. 3년 전 20%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3. 신속하고 안전한 배달


도미노피자가 세상에 알려진 가장 큰 계기는 ‘30초 배달 보증’ 서비스입니다. 30분 안에 피자가 도착하지 않으면 피자값을 받지 않는다거나, 무료쿠폰을 주는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하면서 신속배달의 대명사가 되었죠. 


하지만 그로 인해 피자 배달원들의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서비스를 악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폐지됐습니다. 이후 도미노피자는 단순히 빨리 배달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배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주문한 피자가 어디까지 왔는지 고객들이 알게 하는 방법입니다.

도미노는 피자 배달원의 위치, 이동 경로를 지도상으로 보여줬습니다.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가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게 한 방법과 같습니다. 


배달원의 오토바이 소리를 기다리며 현관문을 서성일 필요 없이 휴대전화 앱을 보며 맛있는 피자를 맞을 준비를 하면 됩니다. 


더불어 피자가 안전하게 배달되는 것에도 노력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덜컹거리는 오토바이나 배달차량 때문에 뒤집히거나, 한쪽으로 쏠린 피자는 바로 고객의 불만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면 피자를 오븐에서 나온 상태 그대로 배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피자배달 전용차량을 개발했습니다.



도미노 피자 전용 배달 차량.

짜잔, 도미노피자만을 위한 전용 배달 차량 입니다.


Ultimate Pizza Delivery Vehicle(궁극의 피자 배달 차량)이라 불리우는 이 차량은 GM의 Shevy의 뒷좌석을 피자오븐으로 개조해서 최대 80개의 피자가 최적 온도를 유지됩니다. 


저진동 설계를 해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피자가 흔들리지 않고 오븐에서 갓 나온 모양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피자뿐 아니라 콜라와 피클도 보조석 아이스박스에 넣어 시원함을 유지합니다. 2016년 여름에 처음 도입돼 현재 미국에서는 약 150대 운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2017년 여름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무인배달 로봇입니다. 도로가 잘 정비된 주택단지에서 배달을 전담할 이 로봇은 무인자동차와 동일한 시스템으로 스스로 길을 찾고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피자를 안전하게 배달합니다. 피자 배달에 무인자동차라니... 정말 도미노피자의 안전하고 신속한 배달을 향한 혁신의 끝은 어디일까요?


물론 생활 전반을 뒤바꾸는 인공지능이나 가상 현실 등에 비교하면 도미노의 혁신은 매우 소소합니다.


하지만 이 소소한 혁신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혁신은 그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맛있는 피자를 간편하게 주문하고 신속하게 배달한다’는 혁신의 방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그대로 정의한 것입니다.

이 글은 외부 필진 두루마리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http://blog.naver.com/hbogi/220894018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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