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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개노답 삼형제

조회수 2017. 9. 26. 15: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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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정위에게 뚝배기가 깨지고 마는데..

   

1. BBQ

과거 5000원짜리 갓갓치킨 통큰치킨의 관뚜껑을 닫는 데 크게 일조했던 치킨계 일진 BBQ. 치킨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개소리와 함께 값싼 치킨을 증발시킨 주제에 엑스트라 버진을 쓰네 마네 하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론 성에 차지 않았는지 2017년 3월, 모든 메뉴의 약 10% 인상을 전격 발표한다. 발표대로라면 후라이드 치킨은 18,000원, 일부 메뉴들은 무려 20,000원이 넘어가게 된 것. 우리나라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이니만큼 BBQ의 가격 인상은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불러올 것이 뻔했다. 바야흐로 치킨 이만원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는 가격에 오열하는 소비자

이때 BBQ가 가격을 올린 핑계는 AI였다. 유행하던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 하지만 사실 프랜차이즈는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생닭을 공급받는다. 따라서 이미 사놓은 생닭이 AI에 걸리지 않는 이상, 단기적인 닭고기 가격 변동이 원재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그냥 올리고 싶었는데 AI가 터져 핑계를 댄 전형적인 꼼수였던 것.


그렇게 치느님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던 BBQ는 예상치 못한 정부의 세무조사와 여론의 악화라는 난관에 부딪힌다. 당황한 BBQ는 임시방편으로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듯한 페이크를 보여주다가 분위기가 잠잠해지자 슬그머니 2차에 걸쳐 치킨값을 인상해버리는데...

나름대로 회심의 전략인듯했지만 함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던 업체들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가격을 동결하거나 심지어 인하해버린다. 그렇게 눈치 없는 BBQ는 훈련소에 젓가락 가져온 고문관처럼 홀로 가격을 인상한 꼴이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가맹점에 생닭 한 마리 당 500원씩 광고비를 걷었다는 갑질 의혹까지 제기된다.


소신 있는 가격 인상과 광고비 갑질 의혹으로 성난 여론과 김상조 공정위의 조사에 직격당한 BBQ는 결국 사과문과 함께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결정은 높으신 분들이 했을 텐데 직원들 머리 숙이게 하고 ‘싸나이답게(?)’ 용서를 구하는 스웩(swag)이 인상적인 부분. 


늠름하고 멋진 BBQ의 사과

그런데, 치킨값이 동결되니 이제는 치킨 크기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치킨값 안 올릴 테니까 작은 치킨을 주겠다는 창조경제. 이에 정부는 닭고기 중량 표시제를 그램 단위로 세분화해 장난질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명치 때리고 싶다.

   

2. 호식이 두마리치킨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준다는 호식이 두마리치킨. 치킨 팔아서 강남에 빌딩까지 세운 걸로 유명한 치킨계의 거두다. 하지만 2017년 6월 3일, 최호식 사장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기껏 일군 기업을 빌딩 옥상에서 냅다 밀어버리는 파국을 초래하는데...

출처: YTN

최 사장이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것.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최호식 사장은 “여직원이 어지럽다고 해서 호텔 방을 잡아주려 했을 뿐”이라는 참신한 변명을 내놓는다.

갑자기 이분이 떠올랐을 뿐

결국 자사 직원이었던 피해자와 합의 후 고소는 취하되었지만, 성추행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강제 추행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앞장서서 추문을 선도하신 사장님 덕에 매출은 최대 40% 가까이 하락했고, 열심히 일하던 가맹점들만 날벼락을 맞았다. 잘못은 사장이 했는데 죗값은 가맹점이 치르는 쓰디쓴 현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하지만, 개노답 삼형제의 일원답게 호식이의 행보는 성추행에서 그치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직원 수당 일부를 미지급한 사례가 밝혀진 것. 갑질월드에서 미지급 정도는 식상한 사례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그 과정에서 수당을 치킨쿠폰(?)으로 줬다는 제보였다.

어차피 월급으로 치킨 사 먹을 거 편하게 쿠폰으로 받으라는 배려였을까? 위 기사를 본 순간 문득 키 많이 크라고 월급 대신 우유를 줬던 서울우유의 친절이 생각나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진다.

비슷한 패턴. 갑질 학원이라도 다니는 걸까?

호식이 측에서는 일부 퇴사자 혹은 종사자들의 악의적인 제보라고 전면 부인했지만, 진실은 제보자와 호식이 본사, 그리고 월급날만 되면 쿠폰을 무더기로 받았을 배달원만이 알고 있다. 치킨 수당이 진짜라면, 조만간 지갑 대신 리어카에 치킨과 우유를 끌고 다니는 날이 올지도.

물물교환의 선구자

   

3. 미스터피자

개노답 삼형제 중 제일 악질이자 끝판왕 갱스터피자. 갑질 사례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우선, 2016년 4월, 회장이 술을 먹고 경비원을 폭행한다.

피해자는 자사 직원도 아니고 계열사 매장이 입점해 있는 대학 소유의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원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갑질도 아니고 술 먹고 개가 되어 부린 난동이었던 것. 이 정도면 술 처음 먹어본 신입생도 아싸로 직행해 학교 화장실에서 혼밥할 수준이다. 사건 이후 진심이 듬뿍 담긴 사과문이 모두를 감동시켰다. 수업 째서 혼난 초등학생도 이 정도 퀄리티의 반성문은 뽑아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쓰면 선생님한테 호되게 맞는다.

그렇다면 남의 직원한테 갑질 부려서 스트레스를 풀었을 테니 자사 직원들은 사랑으로 다독여주지 않았을까?

응 아니다. 미스터피자는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회장의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끼워 넣어 비싼 가격으로 팔아먹었다. 또한 광고비 절반을 본사가 부담해야 하는 정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광고비의 90% 이상을 점주들이 부담하게 하는 등 참된 갱스터의 면모를 보인다.

게다가 회장 자서전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야 한다는 이유로 가맹점주들에게 자서전을 수백 권 씩 강매한다. 가장 무서운 점은 이런 갑질 횡포에 견디지 못한 가맹점주가 탈퇴하자 해당 점주의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내고 일부러 손해를 보면서까지 보복 영업을 감행했다는 사실이다.

술 먹고 난동에 재료 강매, 책 강매, 광고비 강제 부담, 폭행과 보복 영업까지. 피자가게 회장보다는 어디 삼합회나 칠성파 행동대장에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사퇴한 김에 한번 알아보시면 어떨까 싶다.

   

4. 개노답 삼형제의 최후

누가누가 더 갑질 하나 경쟁하던 프랜차이즈 개노답 삼형제들은 김상조 체제의 공정위에 시범 케이스로 찍혀버리고 말았다. 눈물의 사퇴 쑈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미스터피자와 호식이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공정위는 지자체와 공조해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갑질’ 피해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개별 가맹점을 직접 찾아가 법을 어긴 계약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


지금까지 공정위는 대형마트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두 배 올리는 개정안을 발표했고, 반복적으로 법규를 어기는 기업의 과징급을 최대 50% 늘리는 개정안을 내놨다. 


그동안 수많은 소시민들의 눈물을 짜내며 헬조선 만들기의 1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던 개노답 프랜차이즈 3형제. 그들이 처음 당해보는 공정위의 '갑질'을 어떻게 버텨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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