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에서 벗어난 지 이미 오래 – 1편

조회수 2020. 10. 29. 12: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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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의 부동산 프리뷰 #28

이상우의 부동산 프리뷰 #28

지난 수원의 바로 옆 동편지역으로 가본다. 언급했던 반시계방향 진행에서 약간 역행하지만 그렇게 큰 흠은 되지 않을 것이다. 수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무심결에 지나치는 지역이 바로 용인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가장 큰 길인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며, 영동고속도로가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바로 그 교통의 요지 용인이지만, 보통들 지나치기만 할 뿐 가던 길을 멈추는 경우는 아주 가끔 기흥 혹은 죽전휴게소에 개인적인 급한 사유로 들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 용인에서 통근/통학하는 사람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지금은 많지 줄었지만, 여전히 강남역에서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수많은 인파를 경험하기란 저녁9시 무렵엔 너무나 간단한 일이다.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 용인

지난 시간 다뤘던 수원인구가 약 120만명이었다면, 용인은 여기에 약간 못 미치는 107만명의 인구를 자랑한다. 수원이 4개구였다면 용인은 3개구다. 마지막으로 지정된 광역시인 울산이 113만인 것을 감안해보면, 용인이 얼마나 큰지를 우리는 간과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다른 지역과의 차별점은 바로 집중도다. 면적은 처인구(468km²)가 가장 넓어 전체 면적(529km²) 중 88.5%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가장 적다(2020년 9월말 기준 25.8만명). 반면 기흥구(82km², 17.5%), 수지구(42km², 8.9%)에 인구가 집중(나머지 81.7만명, 76%)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용인을 바라보는 눈은 상당히 쏠리게 된다. 어디냐면, 바로 인구밀집지역인 기흥과 수지다.

제목에도 써 놨지만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이 있다. 용인입장에선 약간 억울한 표현이다. 쌀광고에서 들어봤음직한 표현이지만(주,광고 아님) 이 같은 지역설화에서 비롯된 표현들은 생각 이상으로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의 뇌리에 존재한다. 풍수에서 말하는 음택(陰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음택에 굳이 거주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미심쩍음 말이다. 그런데, 막상 풍수를 중시하는 왕릉음택에 용인은 선정되지 못했다. 오히려 서울에(심지어는 강남구에)도 꽤 많으며, 고양/파주/남양주/양주/구리 등에 집중된 모습을 본다면 굳이 그런 생각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알수 있다. 최근 많이 조성된 공원묘지들이 용인에 많은 것은 어디까지나 ‘교통’이 좋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 아닐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용인은 고속도로를 이용한 교통이 탁월한 입지다. 이 탁월함은 지난 40년간 지속되었다. 경부/영동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부터 신갈JC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교차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명절에는 회덕, 남이JC가 자주 언급되었지만 요즘은 그리로 그렇게 차량들이 몰리지 않아 유명세는 많이 줄어들었다) 바로 용인의 거주지로 서울에 가까운 지역부터 신갈까지 먼저 개발되었다. 즉, 용인은 철도교통보다는 도로교통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중요했던 곳이다. 즉, 지하철은 힘을 더할 뿐 그렇게 중요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을 잘 봐둘 필요가 있다. 특히 대형평형은 더욱 그렇다. 생활에서 지하철이용도가 얼마나 높을지 잠깐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수지, 분당의 대체재로 생각되긴 아깝다

수지의 가장 북쪽인 동천동부터 가보자. 수지개발은 수지구청역 인근 아파트에서 시작했는데, 동천동 근처에는 지금까지도 물류창고들이 제법 많이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OO냉장과 같은 창고들을 본 기억을 떠올려보면 쉽다. 물론, 이 부지들은 현재 지가를 감안했을 때 부적절(!)한 사용이 이뤄지다 보니 개발의지가 더욱 샘솟게 되며, 그 첫번째 결과물은 동천역 바로 앞 유타워로 나타났다. 그 인근부터 고기리 유원지 들어가는 길을 따라 아파트들이 입지해있다. 재밌는 점은, 다른 지역들은 지하철 역세권의 가격흐름이 매우 강한데, 이 지역은 ‘신축’이 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천자이1차(1,437호, 2018년 준공)과 2차(1,057호, 2019년 준공)은 전용84 기준 매매가 10억원을 가볍게 넘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말해 평당 3,000만원/PY은 분당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이들에게 동천동의 신축가격은 충격을 주기 그지없다. 지하철역 도보거리라고 말하기엔 제법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세권에 신축이 공급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일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명확하지만, 당분간 그럴 가능성이 크진 않다. 그렇다면 신축프리미엄은 당분간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 입지가 어디든.


역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약간 오래된 구축급(!)에 속하는 래미안이스트팰리스로 가보자. 2010년 준공단지지만, 1단지(460호), 2단지(428호), 3단지(885호), 4단지(620호)를 합하면 2,393호의 대단지를 자랑한다. 연예인이 거주하는 것으로도 제법 언론을 탔던 단지인데, 3단지에만 존재하는 전용84 매매가 9.5억원(2,900만원/PY)은 지어진 지 10년이나 된 단지임에도 전혀 뒤지는 가격흐름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상품성에서도 조금 전 신축단지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근처 신축단지인 동천더샵파크사이드(330호, 2018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9억원(2,600만원/PY)과 동천파크자이(388호, 2019년 준공) 전용61 매매가 7억원(2,900만원/PY)은 소단지라는 약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흐름은 꼭 용인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나 확인되고 있는 그런 모습이다.


조금 전 동천역 인근의 소형 단지들을 가보자. 대부분 2000년대 입주한 단지들로 인지도에서 약간 밀리는 브랜드가 달려있을 뿐 지하철 접근성에서는 지금까지 언급했던 단지들보다 우위에 있다. 대표적으로 동문굿모닝힐5차(1,334호, 2007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8억원(2,400만원/PY)과 현대홈타운 1차(466호, 2002년 준공), 2차(1,128호, 2002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7.5억원(2,000만원/PY)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구축단지들에서 확인되는 가격은 아직 평당 2,000만원 선이다. 


조금 더 들어간 동문그린2차(227호, 1998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5.3억원(1,600만원/PY)은 더욱 저렴해진다. 앞에서 언급했던 바로 옆 동천자이2차 전용84 매매가 11억원(3,300만원/PY)와의 가격차이는 거의 2배에 달한다. 신축과 구축의 경계가 이렇게 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있지만, 시장은 현재 그만큼 신축을 선호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하철역을 바꿔보자. 풍덕천동인 수지구청역이다. 동천역보다 더 오래된 아파트들은 수지구청역 인근에 많다. 초입마을(1,620호, 1994년 준공), 수지삼성4차(1,137호, 1994년 준공)은 대표적인 수지 초기개발 단지들인데, 조금 전 동천역과는 달리 20PY대의 존재가 강하다. 바로옆 수지동부(612호, 1995년 준공), 수지삼성2차(420호, 1995년 준공) 및 현대(1,168호, 1994년 준공), 한성(774호, 1995년 준공), 보원(619호, 1994년 준공)은 모두 20PY대로만 구성된 대단지들이다. 보통 이런 경우 관심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 굳이 20PY대를 선호하는 수요란 많지 않기 때문인데, 매매가를 확인하면 그렇지도 않다. 


수지삼성4차 전용59 매매가 5.5억원(2,200만원/PY), 초입마을 전용59 4.7억원(1,900만원/PY) 뿐 아니라 보원 전용59 매매가 5억원(2,000만원/PY), 한성 6.5억원(2,700만원/PY)은 동천역 인근에서 봤던 신축단지들의 평당가에 근접하고 있다. 지어진지 25년이 넘어가는 아파트들의 가격이 이렇게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축으로 변모하기라도 하는 걸까? 라는 질문이 응당 나와야 할 텐데, 이 지역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수평증축 리모델링 움직임이 거센 곳들이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재건축으로는 별다른 승산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막상 서울보다도 수지에서 리모델링을 강하게 원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수지구청역 언저리는 대표적인 학원가이다. 분당에 못지않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곳인데, 이런 곳의 주변에는 대형평형들이 있기 마련이다. 소비력을 갖춘 것이다. 대표적 단지가 진산마을 삼성5,6,7차다. 5차(1,828호, 2003년 준공), 6차(343호, 2002년 준공), 7차(501호, 2002년 준공)을 합하면 2,672호의 대단지인데, 단지 바로 앞 롯데마트가 재개발에 들어가는 소소한 변화뿐 아니라 지금까지 신경도 안 쓰던 바로 인근지역이 용인 부동산 최대이슈인 플랫폼시티 개발지역으로 지정된 변화의 흐름의 한복판에 서게 해줬다. 물론, 지금까지도 죽전역에 가깝다는 점(약간 거짓말 보태 도보로 접근도 충분히 가능한)과 조금 전 언급한 학원가, 그리고 성복천이라는 자연입지까지 더해지는 곳임에도 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곳이었는데, 그런 통념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마련이다. 진실이 밝혀졌을 때.


대형평형 위주인 이 곳의 최근 시세는 전용84(34PY) 매매가 8억원(2,300만원/PY), 전용164(65PY) 매매가 11억(1,700만원/PY) 등 최근 몇 년간의 시세를 확인해본다면 화들짝 놀랄만한 가격 변화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이 만들어진 것은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수지 대형평형을 폄하하던 세력들이 존재했던가? 죽전역에 있는 백화점에서 강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에 자부심을 가지라’는 말을 자주 던졌었는데, 그때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제라도 알 수 있었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성복역으로 가기 전에 조금 더 들어가보자. 상현동이다. 북쪽 신봉동, 성복동과 함께 남쪽 상현동은 대형평형 위주로 구성된 지역이다. 그리고, 남측 일부지역은 광교신도시로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용인에서도 존재감이 강하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 같은 대형임에도 가격차이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하철 접근성에서 신봉이나 상현이나 가깝지 않기론 같은데 말이다.


만현마을 1단지 롯데캐슬(992호, 2002년 준공) 전용134(49PY) 매매가 7.5억원(1,500만원/PY)이나 쌍용1차(992호, 2001년 준공) 전용121(44PY) 매매가 7억원(1,600만원/PY), 바로 옆 상현마을 금호베스트빌1단지(573호, 2001년 준공) 전용122(48PY) 매매가 6억원(1,300만원/PY)은 상현역 인근 광교경남아너스빌(700호, 2011년 준공) 전용84 10억원(3,000만원/PY), 광교상록자이(1,035호, 2012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11억원(3,200만원/PY)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여기에는 대형/중형 가격차이와 함께 지하철 접근성에서 큰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같은 ‘상현동’의 가격흐름 치고도, 그리고 최근의 대형평형 선호현상에도 불구 가격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물론, 어느 단지의 가격을 찾아보더라도 지난 1년여의 시간동안 얼마나 큰 가격변화가 나타났는지는 긴 설명을 할 필요도 없다. 1년 전 가격은 그렇다면 얼마나 저렴했단 말인가? 


조광조의 혼이 서려있는 심곡서원 인근 신축단지인 상현꿈에그린(639호, 2018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8억원(2,400만원/PY)는 많은 부연설명을 요구한다. OO뷰로 폄하하던 사람들이 넘쳐났었고 분양가는 1,368만원/PY에 불과했었다. 오래된 이야기 같지만, 겨우 5년전 이야기로 분양가는 5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었다. 인근 심곡마을 힐스테이트(860호, 2009년 준공)도 전용134(48PY) 매매가 10억원(2,000만원/PY) 수준인데, 바로 옆 매봉초와 길 건너 심곡초 학군은 명확히 구분되고 있다. 물론 두 군데 모두 인기있는 학교들이다.


거기에 가세한 단지가 바로 ‘신축’인 롯데캐슬 파크나인이다. 1차(534호, 2020년 준공), 2차(1,094호, 2021년 준공 예정) 모두 10억원(3,000만원/PY)을 유지하고 있는데 내년 입주가 마무리되면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롯데캐슬 파크나인 길 건너 LG빌리지2차(758호, 2001년 준공) 전용134(49PY) 매매가 10억원(2,000만원/PY)은 대형평형임에도 심곡마을 힐스테이트와 비슷한 가격을 형성중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신분당선 성복역에 와버렸다.


성복역은 롯데몰 수지가 생기면서 완전히 탈바꿈된 곳이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의 힘을 ‘상당히’ 끌어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그 흐름이 약간 애매해진 감도 없지 않지만, 집 근처에 대형몰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슬세권이 괜히 슬세권이겠는가? 그 슬세권을 무기로 롯데캐슬 골드타운(2,356호, 2019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13.5억원(3,900만원/PY)은 이미 탈(脫)수지 그 자체다. 조금 전 상현꿈에그린 분양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롯데캐슬 골드타운 분양가는 또 얼마나 저렴했단 말인가? 입주전에도 저 가격을 상상이나 했던가? 인근 정자뜰마을 태영데시앙1차(648호, 2004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8.5억원(2,500만원/PY), 수지대우푸르지오 전용118(44PY) 매매가 10억원(2,200만원/PY)은 역세권에서 비슷한 거리에 위치한 곳들의 가격과 함께하고 있다. 


조금 북쪽으로 가보자. 조금 전 성복역 이름을 따온 성복동이다. LG빌리지와 자이,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아파트 위주로 이뤄진 지역은 대형평형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현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복자이1차(719호, 2010년 준공) 전용124(47PY) 매매가 9억원(1,900만원/PY), 성복힐스테이트1차(645호, 2011년 준공) 전용124(47PY) 매매가 9억원(1,900만원/PY)의 가격은 수지LG빌리지3차(1,234호, 2002년 준공) 전용164(64PY) 매매가 9.5억원(1,500만원/PY)과 유사한데, 이 근처에는 심지어 전용239(93PY), 244(92PY)도 12억원(1,250만원/PY) 수준에서 매매가 가능하다.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신봉동이다. 성복동과 마찬가지로 브랜드아파트들로 이뤄진 곳인데, 용서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수지IC를 이용해 강남접근이 용이해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신봉자이1차(1,990호, 2004년 준공) 전용84 매매가 7억원(2,100만원/PY)과 전용162 매매가 8억원(1,300만원/PY)의 차이는 타단지와 마찬가지로 격차가 매우 큰데, 이럴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지금까지의 선택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생각만큼 통념을 깨기란 쉽지 않다. 


쓰다 보니 벌써 양이 이렇게 많아졌다. 지난 시간 수원도 한시간에 다루기 힘든 정도였는데, 용인은 더 그렇다. 수지구만 바라보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인근 기흥구와 처인구는 다음시간으로 미뤄야겠다. 직방 마감시간도 임박했고, 점심시간도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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