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임대주택을 지을까?

조회수 2020. 4. 2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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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단기 임대공급량만 늘리는 방향보다는 저소득층이 자립할 길을 보조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부동산스나이퍼의 부동산 시장 저격 #38

2020년도 경기도 주거종합계획을 보면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 임대주택 공급계획이 눈에 띕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올해 총 4만 6천 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인데요. 의정부·양주·동두천 등 경기 북부에 3천 호, 고양·김포·파주 등 서북부에 5천 호, 남양주·광주·양평·이천·여주·가평·하남 등 중남부에 4천 호, 수원·성남·용인·과천·의왕 등 남부에 7천 호, 화성·안산·시흥·광명 등 서남부에 1만 4천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 즉 소득제한 등이 없는 주택을 광교에 마련하여 주거 안정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과연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임대주택 제도가 좋은 것일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직방
해가 지날수록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계속 증가하는 임대주택 공급

일단 임대주택의 정의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임대주택은 크게 공공기관, 즉 LH 등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임대해주는 공공 임대와 건설 사업자 등 민간 사업자가 내어주는 민간 임대가 있습니다. 유형별로는 영구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 행복주택, 기존주택 매입 임대 등이 있습니다. 여러 유형이 있지만 차이점은 임대주택의 거주 기간에 있습니다. 보통 5~10년의 단기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방식이 있고, 20년 이상의 장기 임대 방식이 있습니다.


이제 연도별 공급량을 알아보겠습니다. 2012년 이후의 임대주택 공급량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출처: 직방
최근 2018년 임대주택 공급량은 서울 14만 호, 경기 16.5만 호 수준이다.

임대주택은 2016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여 2012년만 해도 4~5만 호 수준이던 임대주택 공급량이 2018년에는 서울은 14만 호, 경기는 16.5만 호 수준까지 3배가량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과의 연관성도 있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로 줄곧 서민들을 위한 주거비 지원이나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책을 지속해서 발표했습니다. (2017년 11월, 현 정부 취임하자마자 국토부에서 청년층, 노년층, 신혼부부, 저소득층 대상으로 5년간 119조 원을 들여 공적 임대주택 85만 호에 공공분양 15만 호를 추가해 10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임대주택 공급의 명/암

임대주택 공급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높은 주거비용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좋은 취지의 정책입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똑같이 교통이 좋은 아파트에서 평등하게 살게 해주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같은 동네 사는 주변 이웃들의 인식은 싸늘합니다.


예를 들어 민간 분양 형식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고급 주거단지라도 싸구려 설계를 하거나 층수가 낮은 건물을 따로 만들어서 살게 하여, 비싼 돈 내고 들어온 신축 주택 매입자들과 차별을 합니다. 공공분양의 경우에도 아파트 네이밍에 LH나 휴먼시아가 들어가면서, 래미안 / 힐스테이트 등 일반적인 아파트 브랜드와는 차별화하여 같은 동네 주민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합니다. (즉, 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은 같은 아파트를 살아도 돈이 없으므로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는 인식입니다.)


빌거지, 휴거지, 엘사 같은 말들을 들어보셨나요?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말입니다. 빌거지는 빌라 거지, 휴거지는 휴먼시아 사는 거지, 엘사는 LH 사는 돈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린 자녀들 사이에서마저도 차별하다 보니 임대 아파트에 살았다가 내 자녀가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충격적인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을까 걱정까지 됩니다. 물론 차별화된 인식을 없애는 것이 제일 중요하긴 합니다만, 인식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겠죠.

피할 수 없는 홀로서기

저는 임대주택 제도는 좋으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홀로서기가 지연될까 걱정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임대주택 혜택을 받아도 거주 기간이 평생은 아닙니다.

출처: 직방
임대주택 혜택을 받아도, 기간의 만기는 있다.

2012년에서 2018년까지 공급된 임대주택(서울 : 54만 호 / 경기 : 61만 호) 중 5~10년 뒤면 나가야 할 단기 공급량이 서울 기준 47만 호로 전체 공급량이 85%가량을 차지합니다. 이 말은 임대주택에 살아도 85%의 대부분은 해당 입지가 갖는 교통/주거/교육/인프라의 편의성을 누리다가 10년 뒤면 안 좋은 동네로 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10년 안에 동일 수준 아파트를 살만큼의 돈을 모아야 하는데 임대라는 무상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사람이 동기부여가 약해져 5년이나 10년이 지나도 자산을 모으기가 힘듭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이 뒷받침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자립을 위한 정책이 중요

임대주택 공급이 무조건 좋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현재처럼 단기 임대 공급량만 늘리고 임대주택에 살지 않는 주민들이 그들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 차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A라는 사람은 어릴 때 학교 다닐 때부터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고 밤잠 안 자고 노력하여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결과로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얻고 돈을 더 벌어서 장기간 대출금을 갚는 고생까지 하며 아파트를 얻었습니다. 직장에서도 가깝고 학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출금이 아직 4억이나 남았지만 열심히 살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죽도록 4~50년을 경쟁하면서 겨우 이겨서 근로소득을 높게 받고 아파트도 겨우 장만했는데 공부도 못하고 경쟁에서 진 사람이 나와 똑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호의호식하면 왠지 억울하고 역차별당하는 것 같습니다. 자녀들에게 그 아파트 사는 사람과 놀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이러한 인식이 차별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차별은 없어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무조건 단기 임대공급량만 늘리는 방향보다는 저소득층이 자립할 길을 보조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 인상도 그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단기 임대 후 분양전환 전까지 예상 분양전환 금액에 맞춰 강제로 저축할 수 있도록 매월 저축액을 내도록해 임대 주민들의 공동기금 형태로 운용하면서 투자수익을 내고 10년 뒤에 돌려주는 형태 등 홀로 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주려는 별도의 섬세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 부동산 스나이퍼

(kostill@naver.com)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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