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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없어서 오른 '수원', 규제가 있어도 여전할까?

조회수 2020. 2. 20.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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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성의 조정대상지역 지정, 상승의 원동력이된 대전제가 바뀌는 것이다.

하얀그림자의 부동산 시그널#3

수용성의 상승, 그 가운데서도 수원의 상승세는 놀랍다. 한국감정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원시와 용인시의 공동주택 가격은 지난주 대비 2.04%, 0.73% 상승했다. 1년 동안 기대할 수 있는 상승률이 단 1주 만에 나타난 것이다. 


감정원의 주간시세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수원이 기록할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권선구 2.54%, 영통구 2.24%, 팔달구 2.15% 등 지역에 관계없이 높은 상승세를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간주되는 장안구의 경우도 1.03%로 타지역에 비해서는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출처: 직방
수용성의 지난 3개월간 변동률, 수원시 영통구는 11.8% 상승했다

익숙해짐

새로운 현상이나 환경이 처음에 낯설어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처음 보았을 때 경탄을 금치 못하던 아름다운 경치나 멋진 건물이라도 비슷한 것을 계속 보면 덤덤해지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항상 마주치는 성당 건축물들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좋고 아름다운 것뿐만 아니라 불편하고 답답한 상황도 지속되면 현실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된다.


주택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1999년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1,000만 원을 넘어섰다. 당시 언론을 비롯한 여론은 이에 대해 비판과 분노를 표하고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시장의 가격은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3,000만 원까지 단기간에 상승하였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다양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얼어붙었고 최고 가격에서 일정 수준 하락한 가격으로 시장은 평온해졌다. 


2017년 이후 본격화된 부동산 시장의 가격상승, 특히 서울의 가격 상승은 다시 한번 사람들을 놀람과 경악, 혼동과 좌절에 밀어 넣었다. 평당 5,000만 원을 훌쩍 넘어 1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감정은 복잡했다. 그리고 각자의 상황에 맞춰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였다. 원하는 것을 얻은 경우도 있지만 당연히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상실감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보니 괜찮은 지역에 나쁘지 않은 물건들이 저렴한 가격에 규제도 없이 놓여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비싸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제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던 가격들이 한번 높아진 눈에는 턱없이 저렴해 보였다.

출처: 직방
서울의 절반 수준인 수용성 아파트 시세

이러한 흐름이 한번 형성되자 경기 남부의 많은 지역은 어느 순간 ‘실속 투자처’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서울 아니면 쳐다도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은 상대적 저평가와 상승 여력을 외치면서 몰려들었고, 그 결과 수원을 필두로 하는 용인, 성남은 물론 구리, 의왕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지역의 시장은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원래 괜찮은 동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요인과 별도로 최근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는 지역은 원래 괜찮은 동네였다. 처음부터 서울과 별개의 경제력 및 생활권을 갖춘 도시(수원)이거나 서울 통근을 염두에 두고 조성된 베드타운 지역이기 때문에 주거, 교육 및 생활 여건은 좋은 곳이었다. 단지 투자의 유행과 맞지 않았을 따름이었다.


수원의 경우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대규모 사업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수원월드컵경지장, 광교신도시 등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수원역과 팔달문 사이의 구도심 지역은 편리한 교통 여건에도 불구하고 노후한 주택가로 존재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출처: 직방
광교호수공원 정경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대규모 재개발이 철거 단계에 이르면서 가시화되자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이 지역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되었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인구 120만 도시의 도심재개발에 대해 사람들이 무관심했던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성남도 비슷하다. 서울과 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양호한 교통망을 갖추고 있지만 구시가지의 급경사와 노후주택가로 대표되는 주거환경은 사람들에게 피하고 싶은 곳이었다. 필자가 이곳을 오가던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지역에 대한 재개발이 추진되었지만 20년 넘게 이루어지지 못하다가 최근 본격화되면서 새삼스럽게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게 되었다. 발목을 잡을 것으로 간주되던 교육 여건의 경우 서울 신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신축이 교육의 약점을 뛰어넘는 흐름이 형성되면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규제만 없으며 다 좋아

그러나 이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잠잠했던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던 계기는 역설적으로 규제였다. 고가 주택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되자 사람들은 다른 시장을 탐색했다.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에 몰려들었던 강력한 투자수요가 주변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규제가 없는 지역들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지역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신규주택에 대한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고, 대출 규제도 없다는 조건이 새삼스럽게 장점으로 인식됐다.

출처: 직방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현대힐스테이트는 지난 3개월간 26.5% 상승했다

이제 규제로 투자가 어려운 서울과 달리 다수의 동시다발적 투자로 단기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사람들이 2015년을 전후한 서울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이 지역으로 몰려든 것이 시장변화의 출발점이었고, 지금까지 상황을 이끄는 힘이기도 하다.

어떻게 될 것인가

2020년 들어 빠르게, 순식간에 진행된 이러한 변화에 제일 허탈한 사람들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들이다. 손만 뻗으면, 마음만 먹으면 옮겨갈 수 있던 곳이 이제는 바라볼 수 없거나 쉽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의 성장에 따라 학군을 따라 이주를 고려하고 있던 경우 이런 현상은 당혹스럽고 분노를 일으킨다.


너무나 급한 상승은 정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규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 지역에 대한 투자자와 수요자의 확신이 규제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상승이 시작되었는데 그런 규제가 들어온다면 시장 형성의 기본 전제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의 상승은 투자수요의 변화가 뒤따를 경우 유지될 수 있는데 과연 이 지역이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광역교통망 개선이라는 장점과 더불어 수요에 따른 지속적인 공급 가능이라는 특징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일 것이다. 판단에는 그만큼의 보상과 리스크가 따른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글. 하얀그림자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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