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C가 이제까지 소외당한 이유

조회수 2019. 11. 14.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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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족형 신도시' DMC가 변하고 있다.

최준영의 부동산 시그널 #14

언제부터인가 신도시를 계획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자족형’이라는 단어다. 인근 대도시로의 출퇴근을 전제로 한 도시나 시가지가 아니라 그 자체적으로 충분한 일자리를 공급함으로써 교통수요와 통근거리를 줄여 자체적으로 주거-산업이 균형을 갖춘 완결된 구조의 도시를 자족형 신도시라 지칭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 1기 신도시때부터 시작된 이러한 논의들은 2기 신도시 가운데 판교가 IT업체들의 대규모 이전을 통해 자체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자 더욱 추진해야 할 목표가 되었다.


장거리 통근에 대한 기피가 심해지면서 서울의 기존 업무중심지역 인근에 대한 선호현상이 높아진 것이 최근 서울 주택가격의 상승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음을 감안해보면 이러한 자족형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과연 이런 자족형 신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많은 사람은 기업체가 들어올 수 있는 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것으로 자족형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서울 서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자족형 도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샘플이다. 과거 난지도 쓰레기매립장과 연탄공장 등이 들어서 있던 이 지역은 1997년 상암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이후, 1999년 새서울타운발전구상과 2000년 상암새천년신도시기본계획을 통해 본격적으로 서울시 서북부의 중심지역으로 고려되기 시작하였다.

출처: 직방
DMC 인근 단지 시세.

2002년 월드컵 개최에 맞춰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이 완성되면서 상암동은 과거 쓰레기매립지에서 완전히 새롭게 변모한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DMC는 단순한 주거지역이 아니라 당시 새롭게 부상하는 IT기술과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공간이었다. 정부는 MBC를 비롯한 다수의 방송기관과 관련 업종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제공을 포함한 각종 편익을 제공했고, 관련된 서울시의 공공기관도 상암동으로 이전하였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현재 DMC에는 553개의 방송 콘텐츠 및 IT기업들이 입주하였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컨설팅, 금융 등의 기관들도 112개 입주하였다. 현재 상암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수는 약 4만 5천 명에 이르고 있다. 교통망도 경의선, 6호선, 공항철도 등이 주변 지역을 통과하고 있으며, 가양대교와 강변북로를 통해 인천공항을 비롯하여 서울 및 수도권 전역을 이동할 수 있다. 잘 갖춰진 공원, 풍부한 일자리, 괜찮은 대중교통망이 갖춰진 이 지역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서울 서부권의 핵심지역이라고 인정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상암동의 주택은 이러한 양호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서울지역 주택가격의 상승세에 맞춰서 꽤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 지역에 처음 입주가 이루어지던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보면 아쉬운 결과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수색차량기지 건너편의 수색뉴타운 지역이나 향동지구가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상암동은 소외된 느낌까지 든다. 주요 방송사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입주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을까? 


출처: 직방
향동지구에 위치한 DMC호반베르디옴더포레2단지의 평당가는 1,800만 원 수준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일단 가장 큰 원인은 주변 지역과의 단절이다. 남쪽으로는 한강, 북쪽으로는 거대한 규모의 수색차량기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서울시 경계인 가양대로, 동쪽으로는 평화의 공원과 월드컵경기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 지역과의 연결과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들어오면 내부적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하면서 잘 정비된 좋은 주거와 업무지역이지만 외부에서 이곳을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각종 철도의 경우 주변 지역을 지나가지만 막상 DMC 핵심 지역을 지나가지는 않아서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불편하다는 인상을 준다.


아파트 단지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입주함으로써 주거형태가 단순하고, 노후화되고 있음에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교육여건의 한계와 당초 입점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대형 상업시설이 인허가 문제로 인해 제대로 설치되지 못하는 점 등도 주택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는 원인이다.

출처: 직방
DMC에 위치한 상암월드컵파크4단지의 3년간 변동률. 상승장을 타고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기대보다는 아쉽다.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기업들로 인해 하나의 지역이 활력을 띄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만다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을 DMC를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과 한계들이 점차 개선되어 극복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던 수색차량기지의 경우 지난 6월 서울시와 코레일이 공동으로 1조 7,000억 원을 투입하여 22만㎡ 규모의 부지를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민자복합역사를 비롯해 문화, 관광, 컨벤션, 상업 및 업무시설들이 들어올 뿐만 아니라 철도로 단절되었던 수색역세권 지역과 연결됨으로써 DMC 지역의 확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직방
수색역세권 개발 계획은 위와 같다.

아울러 서쪽으로는 덕은택지개발지구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강 변에 위치한 덕은택지개발지구는 그 자체로도 좋은 위치이지만 동쪽의 DMC 지역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계획된 지역으로서 DMC가 서쪽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인근에 3시 신도시인 창릉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데 기본적으로 이러한 택지지구 및 신도시들은 모두 DMC 지역과의 연계를 전제로 하고 있어 DMC 지역은 명실상부하게 서울 서부권의 핵심 지역으로서 다시 부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원종홍대선을 비롯한 새로운 철도노선의 계획, 지연되고 있던 대규모 상업시설의 입점이 다수 추진되면서 그동안의 약점이 강점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출처: 직방
2020년 6월 입주 예정인 DMC롯데캐슬더퍼스트의 분양권은 현재 전용 25평 기준 10억 선이다.

하나의 계획이 발표되면 우리는 지속적인 성장과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이러한 계획이 당초 의도대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일차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를 이뤄낼지는 더욱더 예측하기 어렵다. DMC 지역은 이러한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하지만 반면 결국 서울과 같은 핵심지역에서 일단 추진된 계획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진되고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월드컵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DMC는 이제 청년의 티를 벗고 완숙한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주변의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글. 최준영 / 율촌법무법인 전문위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도시이야기> 진행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前 문화체육관광부 일반계약직5호

前 부천시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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