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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집 걱정 말아요?

조회수 2019. 11. 7.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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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자도 결국은 자신의 집을 보유하고 싶어 한다.

이상우의 부동산 프리뷰 #3

임대주택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어감이 멀다. 실생활에서 그만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단어가 친숙할까? 전셋집/월셋집 등이 더 자주 사용된다. 이렇게 단어를 바꿨을 경우, 품질이 다소 낮아지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 세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주로 중장년층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1980년대까지 성행하던 사글세(朔月貰, 예전엔 삭월세였지만 연음에 따른 사글세가 1988년 표준어로 변경)에 대한 아름답지만은 않은 추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도 아닌, 사글세’방’을 전전하던 시절, 집 없는 자의 서글픔을 강하게 겪어봤던 세대에게는 집을 빌려 사는 것은 어디까지나 능력이 다소 부족할 당시 ‘잠시’에 불과하지, 결국은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확고히 뿌리내렸다. 


출처: 직방
임대주택자도 결국은 자신의 집을 보유하고 싶어 한다.

임대주택에 대한 청년층의 생각은 과연 다를까? 그렇다고 믿고 싶어 하는 세대들이 있지만, 최근 30대가 강한 주택매입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정계층에서 주로 주택매입을 꺼렸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주택매입에 부정적이었던 이유가 평소 굳이 상상할 필요도 없는 거대 담론 때문이었던 것은 지나고 난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프랑스, 2030년까지 주택의 3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여기서 잠시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대한민국은 프랑스를 좋아한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프랑스를 매우 사랑한다. 각 분야에서 프랑스 정책 방향성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1960년대 출생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프랑스 문화 선호는 지금은 찾아 듣기도 쉽지 않은 샹송(chanson)이 인기 있었던 시절을 불현듯 떠오르게 한다.


한국 철도도 주택정책도, 그리고 경제성장이 저조하며 시위가 더욱 격렬해지는 사회 분위기도 점차 프랑스를 닮아가고 있다. 굳이 프랑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게 임대주택정책을 강하게 펼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세계화 물결 속에서 타 국가들이 복지축소라는 진리를 택했음에도 불구, 프랑스는 복지축소라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가장 강한 보수성을 보여왔다. 프랑스 임대주택정책을 한번 확인해보자. 2018년 기준 공공임대주택 480만호(전체 주택의 17%)를 확보했으며, 2025년(25%), 2030년(30%)까지 공공주택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하며, 모두에게 공평한 보편성(universal)과 저소득층을 배려한 잔여(residual)형의 사이에 위치한다. 국민의 80%가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한국 정부의 임대주택과 방향성이 유사하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임대주택정책의 문제점이 대거 나타나고 있다. 임대주택 숫자는 늘었어도, 임대주택 공급의 초점을 중산층에 두었기 때문에 사회 취약계층의 입주는 계속 어렵다. 또한, 소셜믹스의 적극 도입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단지별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충분히 많아 보이는 임대주택 재고도 멸실 증가에 따라 그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지어진 임대주택이 노후화될 경우, 예산증가가 수반되지 않으면 멸실 분을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 주거가 프랑스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지만, 도심이 아닌 외곽도시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외곽 신도시를 방리유(banlieue), 아파트 밀집 지역을 시테(cite)라 하는데, 외곽은 저소득층/외국인 중심으로 슬럼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임대주택을 집중 배치한 효과가 결국은 저소득층의 밀집을 가져온 것이다. 


출처: 직방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파리의 고풍스러움은 여행객들을 위함이고, 실제론 외곽도시의 노후아파트에서 대부분 거주한다.

임대주택 분양전환, LH와 임차인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

대한민국은 여기에선 보다 자유롭다. 왜냐면, 중산층 중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은 지난 참여정부에서부터 확대되었는데, 임대주택에 거주 중인 입주자조차도 영원히 집을 사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은 왠만해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바로 10년 공공임대에서 확인된다. 최근 여러 잡음이 들려오는 10년 임대주택은 임차인에게 향후 우선분양권을 부여한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임대주택 정책이다. 임대주택에 거주 중인 임차인들이 임대 전환하는 행위는 내 소유의 주택을 갖겠다는 것으로 이미 임대분양 시 우선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분양전환가 산정방식에 대해 임대사업자(LH)와 임차인 간 이견이 발생했다. 현행 임대주택법에 따르면 5년 임대의 경우, 분양전환 기준가는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으로 책정하도록 되어있는데 10년 임대주택은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만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10년이라는 임대 기간을 고려해, 사업자의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기준을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정평가금액’은 보통 시세의 80% 선으로 산정되어 임차인들이 주장하는 분양전환가와 괴리가 크다. 임차인들은 현재 과거 판교 분양 당시의 분양가 혹은 5년 임대와 같은 조건으로 분양전환가 산정을 요구 중인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집에 '분양가 산정방식을 5년/10년임대 모두 같게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10년 임대라는 미봉책 성격의 정책도, 분양전환 과정에서 기존 규정을 깨뜨리려는 정치적 행보도 분양전환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 물론, 여기에 뭉치면 강해진다는 이 땅의 오랜 전통도 한몫 한다.


현재 산운마을8단지사랑으로의 분양전환가는 32PY(5.7~6.5억 원, 1,795만 원~2,031만 원/PY), 판교원마을 7단지는 32PY(7.1~7.8억 원, 2,222만 원~2,457만 원/PY)로 승인된 상태다. 주변 시세가 PY당 3,000만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분양전환가로도 충분히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임대인인 건설사와 임차인 간의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출처: 직방
산운마을8단지사랑으로 32PY의 매매 시세는 8억 5,000만 원이다.

임대주택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도 문제투성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주거 취약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자격 논란이다. 임대주택에 ‘적절치’ 못한 수요가 입주돼 있다는 지적은 하루이틀 된 이야기가 아닌데, ‘공공’이라는 관점이 적절히 적용되지 못한 채 이러한 정책들이 특정인의 이익 실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50년 공공임대주택 하면 영구임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전국 25,742호의 50년 임대주택 중 1) 2대 이상 차량 보유(3,038세대), 2) 외제차 보유(188호) 등 ‘공공 임대’에 걸맞지 않은 수요가 적발됐다. 소득/재산과 무관하게 무주택 청약통장만으로 입주 자격을 판단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영구임대는 소득 기준도 엄격할 뿐 아니라, 고가차량 주차등록이 제한되어 있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지만 50년 공공임대는 자격기준이 이보다 허술하다. 이 같은 50년 공공 임대는 인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아 고소득자의 저렴한 임대주거를 정부가 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집 걱정 말아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서울시 주택의 30%까지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할 경우 서울시 주거 문제가 ‘상당히’ 해결된다고 얘기했다. 집 걱정 없는 천국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 시장들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이 늘지 못했으며, 서울시뿐 아니라 정부 지원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이 많아질수록 투기가 어려워진다는 지론을 밝힌 것과 다름없다. 한국 권력층들의 사고체계가 프랑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의 주택 상황은 점점 어렵고 힘들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처럼, 서울 주택가격은 독야청청 강세를 띄고 있는 것도 親프랑스화(化) 정책의 결과 아닐까?


10년 임대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한국의 임대주택정책은 ‘단기’임대 후 ‘장기’ 주택보유라는 지극히도 정상적인 체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많은 임대주택 거주자도 자신의 집을 보유하고 싶어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쉬운 내 집 마련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해야 한다. 결국 LTV 완화라는 귀결이다. 임대라는 방식으로 먼저 주거를 제공한 후, 나중에 그 집을 분양 받으라는 감언이설에 가까운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동안 집값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기 때문에, 10년 뒤 가격에 대해 큰 걱정을 가질 필요 없다는 생각 또한 유념해야 한다. 


출처: 직방
2018년 공급된 10년 공공임대주택은 1만 3,358가구로, 2016년 대비 65%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행히도, 10년공공임대는 여러 문제로 인해 이제 잘 지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실거주자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실수요자가 굳이 임대가 아니더라도 원하는 지역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산증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소유를 권유하는 사회가 아니라 임대주택에서 안분지족을 강요하는 사회상이 많이 아쉽다.

글.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의 저자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 저자

前 매경/한경 Best Analyst

前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2014~2019)

前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2011~2014)

前 대우조선해양 미래연구소(200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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