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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보호 제도가 전세가격 폭등을 부른다고?

조회수 2019. 10. 11.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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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김인만의 트루 내 집 마련 스토리 #107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법제화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국회를 거쳐야 하기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어떤 내용으로 개정이 될지도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부는 일단 시동을 건 셈이다.

출처: 직방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 확보를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란, 현재 2년까지 보장되는 전세나 월세 계약 기간을 더 늘릴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임대차 계약이 끝난 임차인(세입자)이 재계약을 요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집주인)은 갱신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상가의 경우에는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이 5년으로 시행되고 있고 올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10년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상가는 첫 임대차계약 후 10년 동안은 임차인이 원하면 임대차를 이어갈 수 있지만, 주택은 2년이 지나면 세입자와 집주인이 협의해서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세금 인상이라는 짐이 무겁게 다가온다.


사실 전세나 월세 사는 사람들은 2년이 얼마나 짧은 기간인지 안다. 전세 계약하고 돌아서면 벌써 다음 전세 계약이 걱정된다. 집주인이 연장 안 해주면 어디로 가야 하나, 다음에는 전세금을 얼마나 올려줘야 할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을 위하여 계약갱신청구권 카드를 빼 들었다. 갱신 기간은 4년이 유력하지만,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과정을 고려해 6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갱신 기간 동안 전세금 인상을 5% 정도로 제한하는 상한제도 같이 적용될 수 있다.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전·월세 계약 갱신청구권은 지금이라도 적용되는 것이 맞다.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처음으로 제정되기 전에는 임대차의무기간도 없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2년 의무기간도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30년만에 다시 주택 임대차 의무기간이 연장되려고 하고 있다.

출처: 직방
직방에서 본 최근 2년간 수도권 일대의 전세, 월세 시세 변동률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부작용은 없나?

이전 정부에서도 주택 계약갱신청구권을 검토했지만 예상되는 여러 부작용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그만큼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제도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전세 기간이 현행 2년에서 4년 또는 6년으로 길어지고, 전세금 인상도 제한된다면 당연히 미리 전세금을 올리거나 갱신 기간 만료 후 왕창 올리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될 당시에도 전세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길어지자 당시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이 23%가 넘을 정도로 전세가격이 폭등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다시 움직이고 있는데 괜히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위험 없는 투자 없고, 부작용 없는 정책은 없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고 해야 한다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빨리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 공익을 위한 제도지만 사익의 제한과 피해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임대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감면해주는 등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집주인을 위한 당근도 같이 준비를 해주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그것, 전세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전세제도는 도대체 언제부터 생겼고,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흔히 전세제도를 두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인도와 볼리비아에도 전세제도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독특한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전세제도를 보고 두 번 놀란다고 한다. 처음에는 집값의 절반이나 되는 큰 보증금을 알지도 못하는 집주인한테 맡기고 불안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놀라며, 두 번째는 살아보니 세금도 안 내고 전세 기간 동안 집주인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잘 살고 계약이 끝나면 전세보증금을 그대로 받아 나오니 너무 좋다는 것이다.


외국에는 10개월이나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저금리 상황이 익숙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공짜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옛날 필자가 중학교 시절 만기 되면 그대로 돌려주는 전세제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부모님께 물어보았던 기억도 난다.

출처: 직방
직방 앱에서는 원하는 단지의 전·월세 물건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금리 상황이다. 예전 고금리 시대처럼 이자 수입을 많이 올릴 수 없음에도 전세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전세는 무이자 대출과 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내가 거주하지 않는 대가로 집값의 절반 정도 되는 금액을 이자 없이 대출받는 것과 같다.


유독 아파트 시장에 투자 수요가 많이 유입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전세제도의 이와 같은 측면 때문이다. 상가나 토지의 경우에는 전세가 없으니 자기자본이나 대출을 통한 구매 능력이 유일하지만, 주택은 대출 규제로 구매능력을 억제하더라도 전세를 활용하면 집값의 절반 정도 되는 투자금액만 가지고도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갭 투자’가 바로 전세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MB 정부 시절 전세자금대출을 허용하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했고, 2016년까지 상승한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의 상승원동력이 되었고 하방 경직성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아파트 시장에 만연한 투기를 잡으려면 전세를 잡아야 구매 능력을 억제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1일, 정부는 전세 대출을 이용한 갭 투자 축소 유도를 위해 고가 1주택자의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전세 제도, 계속 유지될까?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제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고려 시대의 전당 제도가 조선 시대에 와서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가사 전당으로 발전하여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의견도 있으나, 가사전당은 단순한 사금융의 형태로 주택을 담보로 하는 금전 대차 제도다. 요즘으로 따지면 담보 대출 같은 개념인지라 전세와는 다르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여러 문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시작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시 부산, 인천, 원산 등 3개 항구 개항과 일본인 거류지 조성, 농촌인구의 이동 등으로 서울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택 임대차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조선 말기 전세 가격은 기와집과 초가집에 따라 달랐는데 보통 집값의 반 정도를 받았고, 비싼 집은 집값의 70~80%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전세 기간은 1년 정도였으나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6·25전쟁 이후 경제가 성장하면서 도시의 주택난은 심화하였고, 경제 성장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이 필요한 정부,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업계, 주택구입자금이 부족한 집주인, 집값보다 낮은 금액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입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전세제도는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따라 전세의 종말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전세라는 무이자 대출이 필요한 집주인과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한 세입자 모두에게 좋은 제도인 전세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글. 김인만 /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7일만에 끝내는 부동산 지식' 저자

네이버 카페 '김인만 부동산 연구소'

유튜브 '김인만 부동산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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