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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다음 사이클은 언제 시작될까?

조회수 2019. 9. 5.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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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생활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람의 욕구를 반영한다.

최준영의 부동산 시그널#9

많은 전문가가 2019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안정 내지 소폭 하락을 예상하였지만 실제로는 4월을 전후한 시점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등하였으며 최근에는 중랑 등 소외되었던 지역까지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부동산 시장과 증권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래와 관련된 정보량 및 속도이다. 증권시장의 경우 실시간으로 거래가 체결되며, 투자자의 성격도 개인, 기관, 외국인으로 구분하여 쉽게 살펴볼 수 있다. 부동산은 이러한 점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크며, 이는 시장이 급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보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승세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출처: 직방
마포구 대장아파트로 자리매김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용성, 신화의 시작

201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미분양과 하우스 푸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쏟아졌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부동산 수요층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사회적 변화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맞벌이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맞벌이는 급속히 증가하였고, 이러한 맞벌이 증가는 상대적 고소득 가구의 등장과 더불어 여러 가지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육아에 대한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맞벌이가구가 늘자 출산율의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과거 기본으로 생각하던 4인 가구는 소수로 바뀌었고, 아이가 없거나 아니면 부부와 아이 1명으로 구성된 3인 가구가 대세가 되었다. 


가구원 수의 감소는 주택 크기의 감소를 가져오게 되었다. 2000년대 중반 중소형 평수로 분류되던 전용면적 85㎡는 갑자기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전용면적 59㎡도 충분하다는 인식의 변화가 등장하게 되었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평면의 등장도 일조하였다. 


그럼 이러한 아파트들은 어디에 주로 공급되었을까? 전용59㎡ 아파트들은 힘겹게 재건축 및 재개발을 진행하던 곳에서 집중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였다. 마포와 성동 등에서 공급되는 재개발 아파트는 이러한 수요로 인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맞벌이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교통에 대하여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가구원 1인이 장거리 출퇴근을 하더라도 나머지 가족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면 괜찮았지만, 맞벌이에서는 이러한 장거리 출퇴근은 가족의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하게 되었다. 아이라도 하나 있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과거에는 주거지로 선호되지 않던 서울역 주변이나 신길동 등의 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들은 뒤늦게나마 주인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일단 이 지역에 입주한 사람들은 새아파트와 더불어 교통의 편리가 주는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장점들은 금방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했다. 마용성 신화의 등장이었다. 

출처: 직방
직방 앱에서 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실거래가이지뷰. 2016~2017년 서서히 상승하다 2018년 급등했다.

강남권 구축아파트의 상승

뒤늦게 이러한 장점에 대해 눈을 뜬 사람들과 더불어 새롭게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고소득 맞벌이 가구들이 이 지역으로 몰리면서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게 되었다. 


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교육 여건의 상대적 낙후이다. 사람들이 떠나서 지역이 낙후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곳에 남아있는 학교의 학업성취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고, 학원 등 지원시설 역시 미비하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없거나 어려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더 중요한 가구로서는 이러한 단점은 크게 인식되지 않았다. 교통, 새아파트, 그리고 교통의 중심지에 새롭게 자리 잡기 시작한 다양한 식당 등은 거주 만족도 측면에서 아쉬운 것이 없었다. 2017년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서 이 지역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용성 지역에 초기 입주했던 사람들의 자녀들이 성장해서 중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낮았던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랐던 마용성 지역에 입주했던 거주민들로서는 강화된 대출 규정에도 불구하고 갈아타기를 시도해 볼 만한 상황으로 받아 들어졌다. 신축아파트 단지가 주는 편리성이 아쉽기는 했지만 넓은 면적, 그리고 강남의 교육 여건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투자수요를 위주로 움직이던 강남권에 실수요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여 A급지에 위치한, 실거주 여건이 양호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2019년 3월 이후 자신의 집을 매도하고 대출금을 상환하고 확보할 수 있는 10억 원 정도의 자기자본으로 강남권 진입을 시도하는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였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던 시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던 아파트들까지 상승대열에 합류했고, 잠재적 수요자들까지 이러한 변화에 놀라 추격매수에 나서면서 상승폭은 커졌다. 나홀로 아파트나 그동안 거래가 거의 되지 않던 소규모 주상복합들마저 이러한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그것이 8월 말까지 지속되었다.

출처: 직방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렉슬. 전용86㎡ B타입의 실거래가 그래프 및 거래 현황은 위와 같다.

평당 1억, 그들만의 리그

단기간에 급등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이제 다시 한번 많은 사람에게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많은 사람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분양가상한제의 주요한 효과는 가장 선호되는 아파트의 수익률을 제한함으로써 나머지 아파트들의 상승폭을 억제하고 시장 가격을 안정화하는데 있다. 


아파트 가격은 경험적으로 볼 때 항상 일정 수준에 이르면 감정적 거부감을 초래하게 된다. 1999년의 경우 평당 1000만 원이었고, 2006년에는 평당 4000만 원이었다. 평당 1억 원에 거래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나와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리그’로 간주하기 시작하고 시장참여자와 열기는 줄어들게 된다.

출처: 직방
최초로 평당 1억을 넘긴 아크로리버파크.

여기에 거시경기의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전년 대비 수출이 10% 이상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기가 좋을 수는 없다. 당연히 기업들은 허리를 졸라매기 시작하고, 이러한 영향은 맞벌이 고소득 가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장이 차분함을 되찾고 안정세를 찾으면 사람들은 이 기회를 노려 원하던 아파트를 장만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상승세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수요를 격감시키고 시장은 냉각된다. 각종 규제 조치들이 여전히 작동하는 가운데 시장의 냉각이 발생하면 그 속도는 빠르다. 일부 사람들이 희망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가격의 급락이나 시장이 붕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강화된 정부의 대출 규제 덕이라고 볼 수 있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다음 사이클은 언제 시작될까? 그것은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예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와 같은 패턴은 아니라는 점이다. 항상 똑같은 모습처럼 보이지만 매번 다른 패턴과 모습을 보여왔다.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주택이기 때문에 사람의 욕구와 사회적 변화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순한 매도호가와 실거래가 그래프만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변화를 주시하고, 변화의 요인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을 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글. 최준영 / 율촌법무법인 전문위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도시이야기> 진행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前 문화체육관광부 일반계약직5호

前 부천시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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