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영원한 상승은 없다

조회수 2019. 7. 25.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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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급격하게 상승한 영국 주택 가격은 2017년 이후 하락중이다.

최준영의 부동산 시그널 #6

부동산은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집’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한 대접과 많은 관심을 받지만 기본적으로 보면 하나의 ‘자산’이다. 다른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며, 다른 자산의 가격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한다. 부동산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으며, 수요의 증가에 따라 공급이 늘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소로 인해 부동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낮아지는 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산으로 꼽혀왔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토지가격과 주택가격은 오랫동안 상승해왔다. 특정 지역에 사람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수요의 증가에 비해 공급은 제한적이었으며,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땅에 묻어놔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부동산’이라는 말을 체감하였다. 연간 10%를 넘나드는 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한 토지, 공장, 도로 등 부동산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매년 반복되는 통화팽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떨어지는 화폐가치가 하락함에 비해 부동산은 자신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견해는 타당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가 20년 이상 지속되자 1980년대부터 토지소유제한을 비롯한 각종 규제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전두환 대통령의 5공화국 시절,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꽤 깊은 검토와 논의가 오랫동안 이루어졌다. 결국 이러한 검토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 ‘택지소유상한제’를 비롯한 토지공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 1990년대 제1기 신도시 건설로 대규모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주택가격은 처음으로 하락안정세를 보였으며, 이후 IMF때 기업투자가 감소하며 토지가격 역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부동산과 주택가격이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첫번째 시기였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토지’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출처: 직방
1990년대부터 부동산 문제는 '토지'에서 '주택'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인해 아파트 평면을 비롯한 단지외부공간 등의 질적 도약이 이뤄졌고, 이것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였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전세계적인 금융시장의 연계였다. 각 국가별로, 국가의 엄격한 통제하에 이루어지던 금융활동들이 이 시기부터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각국의 시장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시작되기 이전에 미국 주식시장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던 것이 이 시기부터였다.


금융이 발달하면서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역시 상호 연계되기 시작하였다. 한 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곧이어 다른 국가의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금융기법이 개발됨에 따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의 자금들이 전세계를 배회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동산에 투자됨으로써 높은 수익을 냈고,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을 한없이 끌어올렸다. 주택가격의 상승을 통해 이득을 본 사람들은 더 많은 대출과 투자에 나섰고, 이런 흐름들은 실물경기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영국의 경제지 Economist지는 2000년대 중반 “주택이 지구를 구하고 있다”고 까지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 우리나라의 부동산도 급등하였다.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강력한 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당시 이러한 상승에 대하여 수요가 몰리는 대형주택의 공급부족, 강남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주택공급 부족 등 수요-공급에 입각한 설명이 대세를 이루었으며, 정부가 어떠한 대책을 내놓더라도 주택가격은 우상향 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렇지만 이러한 무차별적인 상승은 결국 2007년을 전후해 둔화되기 시작하였으며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급락하여 오랫동안 침체되었다. 금융위기가 진정되기 시작한 이후 세계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2000년대 초중반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해 근본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팽창에 따른 유동성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에 비해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주택가격 상승폭이 작았던 만큼 하락의 충격 역시 상대적으로 작았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엄청난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였다.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 없던 제로금리는 물론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하였으며, 이렇게 해서도 금융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서 각종 채권과 주식을 매입하는 양적완화(QE)를 비롯한 극단적 방법들이 사용되었다. 시장은 잠시 회복되는듯 했으나 이내 다시 침체에 접어들었으며,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이때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이렇게 공급된 유동성은 다시 주택가격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국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주택가격상승세는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13년을 전후해 지방대도시를 시작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출처: 직방
2013년 이후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서울도 그중 하나다.

이때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상승은 전세계적으로 5년이상 지속되었으며, 최근에는 오랫동안 주택가격 상승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받아 들어져 왔던 독일의 대도시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의 2018년 상반기까지의 상승은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출처: 직방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를 보면 이번 상승은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상승세는 무한정 오래갈 수 없다. 오랫동안 지속된 유동성의 공급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미국의 경우 BBB등급 회사채 규모는 2008년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으며, 대학생들에 대한 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1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주택가격 역시 2018년 캐나다 및 오스트레일리아 대도시에서 하락세를 기록한 이후 2019년에는 뉴욕 맨하튼, 영국 런던 등 결코 내려갈 것 같지 않던 도시들의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까?

출처: 직방
2013년부터 급격하게 상승한 영국 특히 런던의 주택가격은 2017년 이후 하락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강력한 상승세를 경험한 많은 이들은 현재의 상승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08년과 같은 강력한 외부적 충격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영원이 상승하는 자산은 없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하락과 상승은 반복되며, 단지 시기별로 그 폭이 다를 뿐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동안 수출을 비롯한 모든 지표들은 하락하고 있으며, 국제적 지표 역시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시장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

글. 최준영 / 율촌법무법인 전문위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도시이야기> 진행

前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前 문화체육관광부 일반계약직5호

前 부천시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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