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원가' 공개, 누구에게 이익일까?

조회수 2018. 11. 30.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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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가 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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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알아야 할 정보를
알기 쉽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김인만의 트루 내 집 마련 스토리 #61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가 10여 년 만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분양가와 집값 거품을 빼기 위하여 정부는 내년 2019년부터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을 대폭 늘리기로 하였다. 하지만 분양 원가 공개가 분양가 인하 효과보다는 오히려 주택감소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출처: 직방
분양 원가 공개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분양 원가 공개, 내용은?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공공 민간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 공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늘리는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을 16일 입법 예고했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분양 원가 공개 확대는 새삼스럽지는 않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분양 원가 공개 확대에 대해 말을 했고, 김수현 대통령 정책실장도 분양 원가 공개가 늦어지는 바람에 집값이 더 올랐다고 한 만큼 분양 원가 공개 확대는 시간 문제였다.


현재 공개되는 분양가 정보는 택지비, 공사비, 간접비, 기타비용 등 4개 부문 12개 항목인데 이를 세분화하여 62개로 늘리겠다는 것으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 건설하는 아파트는 LH 아파트가 아닌 민간건설사의 물량이라도 분양을 할 때 62개의 분양 원가 항목 모두를 공개해야 한다.


어떤 항목들이 원가 공개 대상이 되는지 아래 표를 보자. 건축을 해본 분들이라면 거의 모든 항목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건축 원가가 완전히 까발려지는 것이다. 커피전문점을 예를 들면 커피 원두와 우유 등 재료의 매입원가, 관리비, 임대료, 인건비, 마진 등을 커피잔에 붙여서 팔아야 한다는 것과 같다.

출처: 직방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이 훨씬 다양해진다.
분양 원가 공개 약인가, 독인가?

공개는 반시장적인 정책이다. 애플이나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이나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의 원가가 공개된다면 어떨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반도체 회사의 영업이익 분기당 수조 원이 될 정도로 마진이 크지만, 시장에서 필요로 하고 그 가격에도 먹히니까 팔리는 것이다. 분양가격이 비싸다 해도 분양이 되니까 가격형성이 된다.


분양 원가 공개는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반도체 제조원가 공개와 다를 바가 없다. 부동산시장 분위기에 편승하여 과도한 분양가 인상은 분명 문제지만 분양가를 억제하는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굳이 원가까지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반시장적인 분양 원가 공개는 명분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분양 원가 공개를 하는 명분은 서민 주거 안정이다. 물론 다수 국민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된다면 분양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분양 원가 공개의 정당성은 서민 주거 안정에서 나온다.

출처: 직방
분양을 앞둔 북위례 일대의 모습이다. 직방에서는 신축 분양 단지와 주변 시세를 지도 위에서 비교할 수 있다.

2012년 3.3㎡당 840만 원이던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2015년 985만 원, 2018년 1,258만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물론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그 정도 상승으로 분양 원가까지 공개할 명분이 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래도 최근 분양가 상승 폭이 가팔랐고 2017~2018년 서울 주택시장 과열을 고려하면 충분한 명분은 있는 셈이다. 분양 원가가 더 자세히 공개되면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건설회사들의 막무가내식 분양가 인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분양가를 잡는 모양새는 나올 것 같다.

분양 원가 공개, 부정적인 효과가 클 것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 같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주춤해지면 건설회사들이 분양가를 마구잡이로 올려도 시장에서 따라가지 않는다. 분위기에 편승한 분양가 인상은 시장 분위기에 따라 다시 조정이 되는 것이 시장원리다.


인위적인 분양 원가 공개는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이익이 줄어드는 건설회사는 미분양 우려가 적은 될 만한 분양사업에만 집중하면서 분양물량을 줄일 것이다. 건설회사 마진이 줄어드는 대신 당첨이 된 수분양자의 이익은 커질 수 있다.


생각해보자. 주변 시세가 10억 원인데 9억 원에 분양하면 시세가 9억 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세는 10억 원 그대로고 분양가와 시세 차이만큼의 1억 원에 대한 이익을 수분양자가 가지고 간다. 대출 규제까지 맞물려 자금력이 되는 투자수요층이 이익을 더 가지고 갈 수도 있다.

출처: 직방
분양가 12억이 넘는 ‘래미안 리더스원’에 1만 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고분양가와 대출 규제에도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 수요는 넘쳐난다.

여러 이유로 향후 주택가격이 안정될 수는 있지만, 분양 원가 공개가 결정적인 요인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향후 공급물량 감소와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내수경제 침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이야 서울 집값 잡기가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과제일지 모르나 수년 후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이 오면 다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하여 분양 원가 공개를 다시 축소해야 할지도 모른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분양 원가공개를 하려면 지금이 아니라 적어도 작년 2017년 8·2 대책 정도에는 했어야 했다.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지금은 타이밍이 늦었다. 9·13 대책 후 안정을 찾고 있는 주택시장에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글. 김인만 /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7일만에 끝내는 부동산 지식' 저자

네이버 카페 김인만 부동산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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