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매매가가 전세가 수준으로 빠질까?"

조회수 2018. 11. 2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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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물었습니다.
No.1 부동산 앱 직방이
집 구하는 모든 분에게
유용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
국내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와 함께
‘부동산, 어떻게 살 것인가?’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그 두 번째 시리즈로,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저자,
16년간 대형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해온 컨설턴트,
‘빠숑의 세상 답사기’ 블로그를
운영 중인 파워블로거,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
김학렬 소장과 함께
‘빠숑의 입지 분석 레시피’를
연재합니다.

논리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부동산 입지를 보는 시야를
넓혀드릴 칼럼과 함께
매주 수요일에 찾아가겠습니다.
(편집자 주)

빠숑의 입지 분석 레시피 #61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 친구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잠실 엘스' 아파트에 사는 친구입니다.

출처: 직방
통화가 생각보다 좀 길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친구

"학렬아! 집주인이 전세 7천만 원 올려 달래. 6년째 살고 있는데, 전세만 그동안 4억 9천이나 올려줬어. 더 올려주는 것이 좋을까? 지금이라도 매수하는 것이 좋을까?"


빠숑

"O호야. 2년마다 똑같은 질문을 하는구나. 9호선 연장 개통되기 전에 그냥 사라고 했잖아. 그게 5년 전 아니었니? 너네 단지 정말 좋은 단지라고. 네가 은퇴한 후에 살아도 될 만큼 좋은 단지라고. 그런 입지 조건 갖춘 단지 드물다고."


친구

"그랬었지. 그런데 여기 집값은 너무 비싼 거 같아. 30평형대가 15억이 넘는 게 말이 되냐? 많이 빠져야 맞는 거 아니야?"


빠숑

"집값이 비싸서 네가 안 산다고 정말 집값이 빠질까? 그러는 너는 왜 거기 7년째 살려고 하니?"


친구

"애들한테 좋으니까 그렇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주변에 다 있어. 대치동 학원가도 멀지 않고. 주변에 편의시설도 많아서 애 엄마도 좋아하는 거 같고. 그런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어. 9호선 종점이라 앉아서 출근하는 거 말고는 다른 장점을 모르겠어."

출처: 직방
잠실엘스 전용 84㎡의 국토부 실거래가 내역입니다. 15억이 넘는 수준이 아니라 이제 17억, 18억에 육박하네요.

빠숑

"네가 말한 장점이 얼마나 큰 프리미엄인지 모르지? 네가 말한 조건을 다 갖춘 지역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어. 네가 사는 단지 딱 한 곳이야. 그러니까 비싸지. 비싼 데도 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싶어 하고. 으이그 내가 이 이야기를 몇 번째 하니? 그만하자. 그래서 계획이 뭔데?"


친구

"두 가지! 하나는 지금 전세 수준으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매수한다. 다른 하나는 지금 전세 수준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이사한다."


빠숑

"친구야,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완전 다른 이야기야. 아니다. 일단 네 이야기 다 듣고. 그래서 너와 네 가족 선택은 뭔데?"


친구

"아내하고 애들은 지금 있는 곳이 좋대.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 싫다는 거야. 그런데 나는 전세금을 올려주는 것이 싫어. 부담도 되고. 그리고 다른 곳으로 집을 사서 이사 간다고 해도 여기가 집값이 빠지면 그곳도 빠질 거 아니야. 그래서 그쪽도 매수해서 가는 것이 좀 그래.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네게 연락을 했지."


빠숑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 주길 기대한 거니? 그래 잠실 집값이 거품이라 곧 빠질 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봐. 이런 답변해 주길 기대한 거니? 그래, 네 말대로 잠실 집값이 거품이라고 치자. 그래서 집값이 실제 빠진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정말 집을 사긴 할 거니? 빠지는 집값을 보게 되면 오히려 일반인들은 대부분 매수 못 해. 1가구 1주택도 투자잖아. 투자 심리가 무너지는데 누가 집을 사겠어?"


친구

"그렇겠지. 집값이 빠지면 더 매수할 마음이 안 생기겠지. 진짜 정부는 뭐 하는 거야. 집값 이렇게 올라갈 때까지 내버려 두고! 대책이니 뭐니 그거 나오고 나서 더 올랐어. 이게 뭐야! 확, 전쟁이나 났으면 좋겠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빠숑

"그런 말을 하는 네가 정말 대한민국 국민 맞냐? 그따위 소리나 하게! 대한민국에서는 상위 1% 연봉을 받는 일을 하면서, 그동안 네가 받아온 특혜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고 그딴 소리를 해? 집을 사든 말든 전세로 가든 월세로 가든 네 맘대로 해! 그런 정신 상태로는 절대 연락도 하지 마! 내가 네 친구라는 게 부끄럽다! 전쟁? 그게 할 소리냐?"

매매가가 전세가 수준으로 내려간다면?

너무나 놀라운 사실은 제 친구와의 대화와 거의 같은 이야기를 최근에 다른 사람과도 했었다는 겁니다. 친구처럼 전쟁 같은 소리를 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 처음이라는 것이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일까요? 그 처음이 지금이 되면 안 될까요? 아까 통화에서 친구가 제안했던 두 가지 대안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금 전세가 수준으로 매매가가 내려오는 겁니다. 전세가 수준으로 매매가가 내려오는 경우를 과거 사례를 통해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전국 단위로 모두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찾으실 수 있나요? 없을 겁니다. 그럼 답은 나온 거잖아요. 그렇게 될 일은 없다는 것이죠.

출처: 직방
아까 보여드렸던 잠실엘스 전용 84㎡의 매매, 전세 그래프입니다. 과연 매매가가 전세가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을까요?

물론 저는 매매가가 전세가 수준으로 내려온 단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찾으면 충분히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지는 그냥 모르시는 게 좋습니다. 수요가 거의 없는 단지니까요. 매매든, 임대든 수요층을 억지로 찾아와야 거래가 되는 단지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아파트는 절대 거래하시면 안 됩니다. 매매는 물론, 임대로도요.


정상적인 거래가 되는 아파트일 경우 매매가가 조정되어 낮아져도 전세가 수준으로 내려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매매가가 조정되는 경우는 투자 수요가 집단으로 빠져나가는 경우입니다. 미래 가치가 높은 단지는 이미 전세가율이 매우 낮습니다. 아무리 시세가 조정되어도 전세가 수준으로는 내려올 일이 없다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당부를 드립니다. 전세가 수준으로 매매가가 내려올 단지는 아예 검토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절대 수요량이 적다는 의미니까요.

전세가 수준으로
매수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간다면?

친구가 말한 두 번째 대안은 뭐였나요? 살고 있는 단지의 전세가로 매수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겁니다.


제 친구가 사는 잠실 정도의 전세금이라고 하면 강남구나 송파구 정도를 제외하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잠실을 제외한 송파구도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선택의 대안이 많다는 것이지요. 특정 세대의 입장에서는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하니까요.


문제는 잠실에서 누리던 여러 가지 편의성을 포기해야 합니다. 단지 안으로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밖의 학교로 통학을 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슬리퍼 생활권으로 이용하던 상권은 이제 없을 수도 있습니다. 매일 도보로 산책 다니던 한강은 이제 차를 타고 방문해야 할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옥철인 9호선을 앉아서 출발할 수 있는 역은 딱 2곳입니다. 한 곳은 원래 이 친구 집에서는 고려 대상 지역도 안되고요. 사실상 이곳이 9호선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입지입니다.

출처: 직방
이 단지는 어떻게 이런 시세를 갖게 되었을까요? 비싼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시세가 순전히 거품일까요?

결국 선택은 간단합니다. 더 큰 비용을 주고 다시 이 단지를 선택해서 혜택을 누리거나, 그냥 적당한 생활권으로 자산 수준에 맞춰서 이사하거나, 둘 중 하나죠.


제 친구와 결론을 내지 않고 이야기가 끝났지만, 저는 압니다. 이 친구는 이 지역을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겁니다. 매매는 돈이 없어서 못할 수도 있고, 집값 하락을 기대하고 있어서 못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임대 형태로 다시 선택할 것입니다. 전세를 올려주거나, 전세를 올려줄 돈이 안 되면 반전세로 돌리겠지요.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제 친구와 같은 상황에 처한 분이 많을 겁니다. 그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세가 수준으로 매매가가 내려오는 지역은 쳐다보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그곳은 원래 절대 매수해서도 안 되는 지역이었던 것입니다.


현재 매매가격은 입지 사용 가치만큼의 프리미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절대 자가 거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입니다.



글. 빠숑(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저자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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