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에도 '초품아'가 뜨는 이유

조회수 2018. 4. 3.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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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천대사의 학군과 부동산 #12. 저출산 시대에도 '초품아'가 뜨는 이유
No.1 부동산 앱 직방이
집 구하는 모든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
국내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와 함께
‘부동산, 어떻게 살 것인가?’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그 네 번째 시리즈로
<월천 재테크 학군과 부동산>
블로그를 운영 중인 파워블로거이자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의 저자인
이주현 대표님과 함께
‘월천대사의 학군과 부동산’을
연재합니다.

학군과 부동산의 관계를
보다 통찰력 있게 파헤쳐보는 시간,
격주 화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얼마 전에 국민 학교 시절의 성적표를 밴드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네~ 저는 국민학교 세대랍니다. 제일 먼저 들은 이야기는 ‘어머 71번이요?’ 그렇습니다. 당시 한 반에 학생 수가 50명이 넘는 건 다반사였답니다. 저는 오전 오후반도 해봤어요. 학생 수가 많아서 저학년은 오전 오후 수업을 나눠서 들었답니다(웃음). 오후반을 하면 늦잠을 잘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고요.

출처: 월천대사
1970년대 '국민학교'의 생활통지표

예전엔 이렇게 아이들이 많고 학교는 모자라고 그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나만 낳아 잘 살자’는 구호로 대대적으로 캠페인도 하고 그랬으니까요. 그사이 참 시절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한 반에 35명이 넘으면 과밀 학급으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며칠 전 기사에 따르면 전교조 등 교육단체는 초등학생 수를 OECD 상위 수준인 20명으로 줄이고, 대도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으로 상한하는 제도를 신설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그 반대죠.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결혼들도 늦게 하고 저출산 기조로 아이들의 수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폐교하는 학교들도 생겨나고 있고요.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육 관련 학원 사업도 사양 사업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요. 이런 마당에 무슨 학군 타령이냐 의문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학생이 줄어드는 시대,
그래도 학군이 살아남는 이유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학군 수요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한민국 강남’ 하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죠. ‘나도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있었으면’ 하는 로망이 가슴 속에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학생 수는 줄었다지만 명문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수요는 여전히 많답니다. 학생 수가 줄어도 서울대를 비롯한 ‘의치한’(의대, 치대, 한의대를 줄여 부르는 말)과 상위권 명문대 진학은 바뀐 입시 제도 때문에 공부만 잘해서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예전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여전히 강남역 1번 출구 대성학원을 가보면 입시 열기를 느낄 수 있답니다. 우스갯소리로 ‘SKY 다음엔 강대’라는 말도 있죠. SKY 들어가지 못하면 재수하러 강남 대성학원에 지원하기 때문인데 인기가 높아 입학이 힘들답니다.

출처: 직방
직방 앱에서 찾아본 학구열이 높은 강남 인근의 아파트 평단가

학군은 여전히 존재하며, 맹모들이 모이는 그들만의 학군 특수가 존재합니다. 맹모라는 것이 예전에는 소위 ‘치맛바람’의 대명사였지만 요즘은 의미가 많이 변했습니다. 요즘은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가 높아지면서 맞벌이도 많고 전문직 숫자도 증가했습니다. 학구열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부모의 학력과 직업이 곧 자녀 교육에 대한 니즈와 부합하는데요.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학구열이 생긴다는 게 이런 부분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제는 자녀의 집을 사주거나 돈으로 부를 대물림하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졌다는 것을 중산층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신 양질의 교육으로 부를 대물림한답니다.



다만, 이 학구열이란 것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군은 소수의 지역에서만 존재하게 되는데요. 공부는 모두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잘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는 선택의 요소입니다. 그러나 내가 좀 더 희생해서라도 우리 아이를 위해서 응당 희생하고자 하는 부모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내가 사회에서 받는 부당함을 우리 아이는 좀 더 출세하고 더 배워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로 그 마음이 모든 부모의 마음 아닐까 합니다.



조기 영어 교육 붐이 이런 부모들의 학구열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회에 나와서 영어라는 벽에 부딪히는 분들은 더더욱 아이가 영어 때문에 고통받거나 불편함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영어만큼은 확실하게 해주고 싶다고 하십니다.

출처: 직방
대표적인 맹모 지역인 대치동, 목동의 아파트 시세. 직방 앱에서는 특정 동네의 아파트별 평단가를 지도상에서 볼 수 있다.

눈치가 빠른 엄마들은 아이가 유치원에 갈 무렵이면 살 동네에 미리 터를 잡습니다. 유치원부터 형성된 친구들이 같은 영유, 유치원, 태권도를 다니면서 한 동네 기관과 놀이터에서 얼굴을 익힙니다. 중간에 이사 온 친구들은 아무래도 몇 년간에 걸쳐 형성된 그 모임에 끼기가 매우 힘듭니다. 동네와 동네 친구들에 미리 적응을 하는 것이죠. 그래야 입학해서는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학구열이 센 지역은 선행이 좀 앞서갑니다. 그래서 뒤늦게 이사 오면 학원에 레벨을 맞출 수가 없어 다니기도 어렵습니다. 학원 때문에 이사를 왔는데 학원을 못 가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는 것이죠. 이놈의 학군의 세계, 참으로 어렵습니다.

학군을 찾으려면
OOOO 구조를 보라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 엄마들은 통학 안전이 최우선인 초품아(초등학교를 품고 있어 길을 건너지 않고 통학이 가능한 단지)를 선호한답니다. 그러다 초등 고학년을 올라가면서 학원의 부재, 학원이 너무 멀고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인근에 면학 분위기가 좋고 진학 성적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네마다 그 지역의 로망 동네, 로망 단지들이 있답니다.

출처: <조선일보> 2010년 9월 기사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이는 대치초등학교의 2010년도 학급별 학생 수

그러면서 학생이 유출되는 지역과 유입되는 지역으로 양분화됩니다. 고학년이 될수록 전학생의 수가 많아 입학 시보다 학급 수가 배가 많은 학급을 보이는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이는 동네가 바로 학군 지역입니다. 중학교 배정을 위해서는 적어도 10월 말까지는 전입을 마쳐야 합니다. 2차 배정이 있지만, 그때는 TO가 있어야 배정을 받습니다. (*학군 배정 방식은 해당 시도 교육청에 따라 다릅니다)

출처: 서울시교육청
대표적인 학군 지역인 도곡동 대도초등학교의 2017년 학급 수와 학생 수. 작년 교육청과 강남구청의 협약 체결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학급 증설로 교육 여건이 개선될 예정이다.
과밀 학급이 생기는 이유

과밀 학급이 생기게 되는 지역들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요?

출처: 월천대사
과밀 학급이 생기게 되는 지역은 위와 같다.

학군이 좋은 지역은 학원가가 발달하기 마련입니다. 이 학원가라고 하는 것은 쉽게 없어지지 않아요. 그 역사가 오래되었기에 다 함께 이사 가기가 힘들거든요. 인프라 같은 거죠. 좋은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고, 학원가로의 이동이 좋은 지역이라면 초등학교 때 전학생이 많은 과밀 구조를 보이게 된답니다. 사립초등학교로 통학이 쉬운 지역에서도 6학년 말이 되면 중학교를 고려해 이사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중산층이 모여 사는 지역은 학구열이 계속해서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세계일보에는 ‘신도시 과밀학급 심각: 집값 쫓겨 신도시 왔더니 우리 아이 콩나물 교실서 공부’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KBS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사가 났습니다. 경기권 신도시에 있는 한 학교의 증축 공사가 방학 동안 제때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지연되어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14년 학생 수를 900명으로 예측하고 개교했으나, 현재 학생 수는 무려 1,300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신도시는 형성 과정 특성상 입주 초기에는 과밀일 수밖에 없는데요. 다자녀 특공, 신혼부부 특공 그리고 신도시에 첫 집을 마련하는 청약자들 특성상 영유아가 많을 수밖에 없는 젊은 도시가 됩니다. 초기엔 학교를 충분히 지어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중간중간 증축을 하고 그사이에 아이들은 과밀 학급에 시달리게 됩니다.



‘미리 교사를 충분히 배정했더니 전입률이 낮은 경우도 많았기에 입주 전에는 수요를 초과해 예측해 학교를 제공할 수 없다.’ 제가 입대협으로 활동하는 곳의 해당 교육청에서 답변을 받은 내용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인기 신도시에서는 입주 초기에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예비 입주민들도 이 때문에 학교 추가신설과 개교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출처: 직방
직방 앱에서 본 수도권 신도시 하남시의 최근 2년간의 인구흐름. 신도시의 형성 과정 특성상 입주 초기에 과밀 학급이 많아지게 된다.

수도권의 재개발지에서도 이런 일들을 종종 겪고 있는데요. 특히 대단지로 개발되는 곳은 학교 배정 과정에서 입주민들이 해당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재개발지 특성상 낡은 주거 시설과 뒤섞여 있기 때문에 새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학교가 아무래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입니다. 인근 단지에서는 근거리 배정을 요청할 것이고, 이미 해당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단지 입주민들은 과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아 반대할 테고요. 이미 단지 내 학교도 입주민 수가 증가하여 대부분은 과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에 강서구,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학군 갈등이 그 예입니다.


오늘은 과밀 학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교육 이야기가 우리 학부모님 그리고 예비 학부모님들에 재미있으셨어야 할 텐데요. 그럼 다음 칼럼에서도 유익한 학군 현장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글. 월천대사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 저자

블로그 '월천 재테크 학군과 부동산'

http://blog.naver.com/iampicky

카페 '월천 재테크 학군과 부동산'

http://cafe.naver.com/1000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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