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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박규리 “나만의 딱따구리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공격 받기가 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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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는 이렇게 나와 남편이 옮겨 다닌 최근 세 곳의 거처에서 용케 발견한 이웃이자, 꿈같은 행운이 우연을 가장하여 허락되는 우리 삶의 상징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집 찾는 기준에 딱따구리가 있던 건 아니다. 영국이나 한국이나 부동산에 가서 “딱따구리 소리가 들리는 집을 찾아요”라고 들이밀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을 당할 것이다! 단 한 번도 부동산에 그런 청을 한 적은 없었어도 이 세 보금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방향이 가리키는 곳과 딱따구리가 맞닿아 있음을 우리는 차근차근 알게 되었다.(11-12쪽)

지속가능 디자인 연구원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공대 산하 산업지속가능성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박규리와 영장류 학자 김산하 부부는 “단지 같이 있기 위해서 서로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를 희생하지는 말자는 합의 하에”(31쪽)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산다. 프로젝트에 따라 영국과 태국 등 세계 각지를 다니는 박규리는 번식기에는 만나 훌륭한 호흡으로 함께 알을 품고 육아를 나눠 맡으며 지내지만 평소에는 각자 지내는 딱따구리를 보며 “이마저도 우리는 딱따구리를 좀 닮았다”라고 쓴다. 이 사랑스러운 부부는 중고 가구와 살림살이로, 28명만 초대한 지리산에서의 작은 결혼으로 부부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이사한 고척동 집은 오래된, 현관 보안키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에서 먼 집이라는 남다른 조건에 꼭 맞는 산기슭 오래된 5층 아파트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인데 사람들에게는 유별나고 희한하게 보인다”는 사실에 답답했던 『아무튼, 딱따구리』 의 저자 박규리. 그는 환경 문제에 관심 두고 실천하는 일을 이렇게도 유쾌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부도 하고 변명도 하지만 스타일 있게 환경주의자로 사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의 열네 번째 책 『아무튼, 딱따구리』 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딱따구리를 찾고, 외롭지 않게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기를 바라는 박규리의 응원 같은 책이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 책은 산하 씨 동생 한민 씨가 고척동 집에 놀러오면서 아무튼 시리즈를 들고 온 데서 시작되었다.”(225쪽)고 적으셨잖아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저희가 고척동으로 이사 간 지 얼마 안 돼서 한민 씨가 집에 놀러왔어요. ‘아무튼 시리즈’를 들고 와서 한 번 읽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채식에 대해 쓰고 있다고요. 먼저 산하 씨에게 “형도 할 얘기 많을 테니까 편하게 한 번 써봐.”라고 해서 제가 옆에서 ‘아무튼 옛날’을 써보라고 했어요. 산하 씨가 “옛날엔 안 그랬다”는 얘기를 자주 하거든요.(웃음) 그러다가 “근데 나는 딱따구리 할래”라고 제가 말한 거죠. 마침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강릉에 살면서 쓰던 글이 있었거든요. 재미있는 얘기가 많았어요. 또 저랑 산하 씨랑 살면서 느낀 게 있어요. 우리에겐 당연한 일인데 사람들에게는 유별나고 희한하게 보인다는 사실인데요. 꼭 그럴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마침 잘 됐다, 싶었어요. 그때 한민 씨가 출판사를 소개시켜줬고 그렇게 시작됐어요.

이야기가 ‘딱따구리’라는 존재에게 모이는 것이 참 재미있었어요.

고척동 집에 이사한 첫날부터 딱따구리 3종을 다 봤어요. 제 방 창문에서 말이에요. 고척동 집에서 유별나게 딱따구리 소리가 많이 들리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딱따구리가 짝짓기를 하는 시기라 더 많이 들렸던 것 같은데요. 매일 들리니까 매일이 정말 황홀한 거예요. 처음에는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싶었는데요. 산하 씨와 얘기를 하다가 강릉에 살 때도, 그리고 케임브리지에 살 때도 딱따구리가 주변에 있었던 게 우연은 아니구나, 생각했죠. 

“알면 사랑한다는 최재천 선생님의 말씀”(153쪽)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누군가는 몰라서 알아채지 못한 것도 있을 테고요.

딱따구리를 잘 알아서 이 책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딱따구리 챕터는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웃음) 다만 산하 씨가 여러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니까 딱따구리의 생태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요. 그런 도움은 많이 받았어요.

무엇보다 발랄함과 유쾌함이 좋았어요. “궁상스러운 괴짜나 교조주의적 독설가의 함정”(28쪽)을 경계하는 모습도 좋은 시사점이 되고요.

제 캐릭터가 그런 것 같아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 안 받아들여지거나 사회에서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을 때 산하 씨는 독설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인데요. 저는 산하 씨가 왜 햇볕정책을 안 펴나(웃음), 생각해요. 저는 아부도 많이 떨고요. 그런 식으로 스며들면서 딱딱하지 않게 다가가려고 해요. 산하 씨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제가 하는 역할이 있는 거겠죠.

환경에 대해 고민할 때 삶의 지향점과 실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중요할 것 같아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어떤 건가요?

얼마 전 있던 일이에요. 마음 맞는 동료들에게 ‘플라스틱 프리 피크닉’을 제안했어요. 빵도 비닐에 든 것은 사면 안 되고, 음식은 집에 있는 반찬통에 담아 와야 한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한 동료가 “그런데 너 초콜릿은 어떻게 생각해?”라는 거예요. 이런 것 잘하려면 저것도 잘해야 한다, 는 태도가 많잖아요. 거기에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다 죽는 게 맞을 거야.”라고요. 전부 해낼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죠. 초콜릿은 내게 약점인데 지금 네게 선물한 초콜릿은 오가닉이고, 플라스틱 안 쓰고 종이로 포장한 거야, 라고 해서 넘어갔거든요.(웃음) 공격 받기가 쉽잖아요. 하지만 일관적으로 지속불가능한 것보다는 비일관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실천하는 사람이 공격 받을 때가 정말 많아요. 공격 받기 쉽기 때문에 선택을 보류하거나 고민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도덕을 내세우면 일관성으로 반박하더라고요. 하지만 일관적으로 안 하는 것보다는 저희가 사는 방식이 훨씬 나은 거죠. 적어도 저희가 노력한 부분에는 변화를 일으키는 거니까요. 이런 것은 어떤 사람이 실천하는 것만으로, ‘너는 왜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공격받았다고 느끼게 마련이에요. 그러다보니 너 그건 안 하던데, 라면서 실천하는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것 같아요.

제가 일하는 연구소에 채식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어떻게 하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공장식 사육에 충격을 받아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를 몇 년 후에 봤는데요. 버거를 시키는 거예요.(웃음) 멋쩍어하긴 했지만 먹고 싶으면 먹어야죠. 적어도 멋쩍어하고, 양심에 찔려하는 것도 저는 되게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실은 저도 얼마간 채식을 한 적이 있는데요. 주변의 놀림 같은 말들이 많았어요. 그게 참 외로웠던 기억이 나거든요. 작가님도 그런 외로움을 느낀 경험 있으시겠죠?

그럼요, 제일 친구에게도 외로움을 느끼는 걸요. 집에 놀러 가면 플라스틱 쌓여 있고 그래요. 하지만 그럴 때 “너 이러면 안 돼!”라고 하는 것보다 제가 한 번씩 걔네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요리해주고, 재활용 잘 버려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도 이쪽으로 넘어 오기를 기다리는 거죠. 그래도 몇 년 지난 지금 친구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 친구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뭐라고 하지 않고, 아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재미(웃음)를 만들려고 해요. 화를 다스리는 게 중요하죠.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요.

다 바꿀 수 없고, 모두를 설득할 수도 없지만 오늘, 내가, 실천한다, 는 감각이 중요하겠네요.

한 번은 일로 만난 분이 저를 대접해주신다고 참치집을 데려가셨어요. 좋은 걸 대접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참치가 정말 멋있고 훌륭한 생명인데다 멸종 위기이기도 해서 저는 안 먹으니까 다른 곳을 가면 어떻겠느냐고 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갔어요. 제게는 다른 것을 시켜주시고 그분들은 참치를 드시더라고요. 그런데 적어도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하나 안 먹어도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안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달라지는 건 크게 없겠죠. 그렇지만 저는 안 먹었고, 메시지는 전달했으니까요. 그분도 참치 두 번 드시려던 것 한 번 드시게 되겠죠. 그렇게 생각해요. 더구나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없을 때는 이런 노력이 더 힘이 없잖아요. 또 훌륭하신 분들은 목소리가 안 크신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책이 그런 분들을 잘 모으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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