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채널예스

한정주 “인간의 도리는 관계에서 나온다”

용서할 서 자는 같을 여(如) 자에 마음 심(心)자가 합해 있어요.

1,781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한자는 오랜 시간 인간의 형상과 본성을 투영해 왔다. 화목할 화(和)에는 농경사회에서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의 화목함이 떠오르고, 아첨할 첨(諂)에서는 교묘한 말 속에 함정이 있다는 교훈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반대로 재벌가의 갑질과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폭력을 목격했을 때, 우리는 어떤 한자를 떠올릴까?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라는 뜻에서 짐승 수(獸)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부끄러운 줄 알라는 뜻에서 부끄러울 치(恥)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정주 작가는 이처럼 『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 에서 한자라는 창을 통해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았다.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인간됨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고칠 개(改)와 어질 인(仁)을 떠올린다. 잘못을 고치는 용기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인간됨’이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인간됨이 시작된다

출판사에서 먼저 ‘한자에서 인간학을 읽는’ 책을 만들자고 제안하셨다고요.

한자를 파자(破字)해서 한자에 담긴 의미나 뜻을 가지고 요즘 독자들의 읽는 속도에 맞게 짧게 써보자는 제안을 하더라고요. 다른 전작에 비해 집필하기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얼른 들었어요. 평소에 사람들과 모여 차 한잔하며 나눈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고요. 많이 고민하지 않고 하자고 했죠.

뉴스를 보거나 일상생활에서 감정이 생기면 한자를 떠올리는 버릇이 있다고 하셨어요. 예를 든다면 어떤 걸까요?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국정농단 사건이 있었어요. TV를 보면 항상 자기가 잘못했다거나 뭔가 다른 사람들 보기에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사람이 없었죠. ‘왜 저렇게 당당하지? 왜 아무렇지도 않지?’ 생각해보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구나 싶었어요. 남 앞에 잘못한 게 없으니까 부끄러운 게 없고, 부끄러운 게 없으니까 당당한 거예요.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가 부끄러울 치(恥)와 고칠 개(改)였어요. 공자와 제자 자로 간의 이야기인 지과필개(支過必改)도 떠오르고요.

그래서 그럴까요? 책의 홍보 문구가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전하는’ 교양 한자 에세이에요. 요즘 세상에서 인간의 도리를 경시한다고 느끼시나요?

그런 편이죠. 다만 독자들이 도덕이나 윤리를 훈계하고 가르치는 책으로 읽을까 우려가 돼요.

고전을 이야기하면 일단 교훈적이라고 느끼죠.

그런 의도에서 쓴 건 아니거든요. 도리어 인간됨이라는 걸 제 나름대로 질문을 던진 거였어요. 흔히 고전을 ‘사람이라면 이래야 한다’고 가르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추상적인 개념의 ‘인간됨’은 실체가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예의 바르고 정의롭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무례하고 폭력적일 수 있잖아요. 우리가 어떤 사람의 인간됨을 이야기하는 건 상대적이에요. 상대적이라는 말은 결국 관계죠. 개인의 존재가 아니라 관계에서 인간됨이 오는 것 같아요.

책에서도 관계를 중심으로 한자를 풀어 설명했어요.

예를 들어 흔하게 직장 내 회식 자리에서 상사 옆에 여직원을 앉히는 게 예의 바르다고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어요. 여직원 입장에서는 예의가 아니라 폭력이죠. 인간됨은 결국 관계에서 그 사람이 도리를 다하는지를 보는 게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간됨 아닐까요?

선생님이 생각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고민이 담겼다고 해주셨는데, 독자에게 드러내면서 두려운 마음도 있으셨다고요.

사람이 다양하고, 보기에 선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면이 있어요. 자기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요. 그런 면에서 부담은 되죠. 사람들이 바라볼 때 이 책에 쓴 제 생각대로 제가 살았다고 볼 지도 모르잖아요. 사실 그렇게 살아서 쓴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이 있었고, 스스로 더 많은 문제제기를 한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요.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