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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차상진, 하태욱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고민할 기회’”

결국 각자가 각자의 파도를 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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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하이스코프(Highscope, 아이를 자발성을 가진 배움의 주체로 여기는 교육)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유아교육을 연구해온 건신대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 영유아센터장 차상진, 대안교육과 혁신교육, 마을교육공동체 등을 연구하며 건신대 대안교육학과 주임교수를 지내고 있는 하태욱. 이 부부가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자녀의 초등학교 생활 시작 후 3년 간이었다. 영국에서 영유아기를 보낸 이들의 자녀는 한국에서 시작된 초등학교 생활을 무척이나 힘들어 했다. 그 동안 해온 연구가 무색하게 ‘남들처럼’ 키우려고 했던 부부의 선택이 자녀를 행복하지 않게 했던 것이다. 어느 날 부부에게 ‘우리 왜 이러고 있지?’라는 물음이 사이렌처럼 떠올랐고, 이들은 그때부터 다시 자녀의 본성과 우리의 행복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이들 자녀는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중고등과정을 졸업했다.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 는 이 교육학자 부부가 어떻게 선택의 순간 자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는지, 그 기본적인 태도가 어떻게 남들과는 다른 육아라는 형태로 뻗어나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이 책을 내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그럼 당신들 자식은 어떻게 키웠어?’예요. 하지만 저희도 어려워요. 힘들죠. 힘들지만 하는 거고요. 어렵지만 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예요. 부모는 다 어렵고, 다 잘 안 되죠. 답은 없지만 이런 길도 걸어보았다, 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 말이 힌트가 될지 모르겠다. 책에서 여러 번 얘기했듯 우리는 모두 ‘함께 배워가는 중’인 완벽하지 않은 각자이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 서울 마포에서 부모 교육을 막 마치고 온 두 저자를 만났다.

우리 왜 이러고 있지?

강연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요즘 부모들이 관심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차상진 : 일단 관심 자체를 많이 갖고 계시죠. 대안교육에 대해서도 관심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고요. 지금 이대로 키워도 될까, 하는 걱정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영유아 부모 대상 교육을 많이 하는데요. 영유아, 초등까지는 소신대로 키운다 해도, 이대로 중고등학교에 간다면 아이가 낙오자가 되지는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셔요. 제가 꼭 하는 얘기는 대안교육이나 그 외의 교육이라는 건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라는 이야기예요. 오직 한 길만이 정도(正道)고, 이 길을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많이 드리죠.

책에서 이른바 ‘사다리론(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 마치 사다리를 잘 오르고 있는 아이를 끌어내리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말하는 부모에게 ‘길론’으로 대답한다는 이야기도 하셨죠.

하태욱 : 내 아이의 인생을 섣불리 잘못 인도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시는 건데요. 거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죠. 먼저 내 아이의 인생을 내가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일 수 있고요. 또 인생이 계획해서 된 게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해요. 잘 가고 있는 아이를 끌어내린다는 건 어쨌든 사다리를 올라가면 도착하는 한 곳이 있다는 전제가 있는 거잖아요. 흔히 명문대, 대기업으로 이야기되는 사다리인데요. 사실 우리는 길을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그때그때 선택할 뿐이고, 그것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사다리를 잘 올라가도록 돕는 것보다는 세상에는 굉장히 많은 길이 있다, 네가 그 중 선택을 할 때 조언이 필요하면 얘기 나눌 수 있다, 때로 혼자 걷는 게 외로우면 같이 걸어준다, 라고 할 수 있는 동반자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것이 제가 얘기하는 ‘길론’이에요.

여전히 불안함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로 내가 남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낯설게 느껴요.

하태욱 : 많이 낯설죠.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 체감되지 않아요. 일단 저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요. 저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세대예요. 학교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죠.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어쨌든 대안학교, 혁신학교 등이 있고요. 조금씩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잖아요. 저는 그런 선택지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아도 된다, 라는 이야기죠. 더구나 이것이 그저 당위론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근거가 있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독자 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차상진 : 책에 아주 자세하게 내용을 넣었고요. 이를 통해 작은 데에 해답이 있다, 해답은 당신에게 있다, 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용기만 내면 해답은 당신, 그리고 아이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요. 사소한 데서 큰 게 만들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아주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진짜 물어봐야 하는 질문은 다른 것이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25쪽)라는 대목이었어요. 부모됨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질문을 먼저 하는 것, 참 중요하겠더라고요.

하태욱 : 저희 아이가 영국에서 태어나 8살 되던 해에 한국에 초등학교 입학을 하러 왔어요. 이후 3년이 가장 힘들었어요. 이유를 생각하면, 우리도 남들처럼 육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에요. 아이는 안 바뀌었는데 영국에서는 장점이라고 받아들여졌던 면들이 한국에서는 다 단점으로 받아들여진 거죠. ‘남들처럼’의 기준에 안 맞으니까요. 에너지 많은 아이가 산만한 아이로, 스스로 잘하는 아이가 혼자만 튀는 아이로. 저희는 이런 주장을 하고, 이런 공부를 했음에도 한국에 들어와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휩쓸려 간 거예요. 그러다 어느 날, “우리 왜 이러고 있지?”했어요.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죠.

차상진 : 남들이 원하는 틀에 아이를 맞추려니까 아이를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요. 아이에게 가장 미안했던, 부모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 싶은 때가 바로 그 3년이에요. 그 시간을 거치면서 저희 생각이 확고해졌고요.

하태욱 : 그 이후에 아이가 자기 본성대로 해나갈 수 있는, 다른 선택을 해나가면서 그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지 깨달았어요. 아이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한 길이 그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죠.

그 3년 동안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하태욱 : 학원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들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숙제를 잘 한다거나 시험을 잘 봐야 한다거나, 이런 거예요. 선행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요. 어쨌든 학교와 동떨어진 아이가 되지 않기 위해 기본적으로 따라야 하는 질서가 있으니까요. 저희가 그 질서를 확 내려놓거나 떠나오지 못했던 거죠. 그러는 동안에도 아이는 꾸준히 ‘이건 아니야, 난 싫어, 나는 행복하지 않아’라는 신호를 보내왔던 것 같은데요. 저희는 어쩔 수 없다, 는 이야기로 그 신호를 무시해왔던 거죠.

책에도 자녀 교육에 있어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하셨잖아요.

하태욱 : 중요한 건 소통이고요. 대화도 많이 하고, 소통도 많이 했죠. 그러다가 사춘기 때는 또 벽이 확 쳐지더라고요. 힘들었죠. 하지만 아이를 보며 우리의 선택에 교육적인 의미가 있겠구나, 느꼈던 때가 있었어요. 아이가 고2때예요. 너무 불안해했어요. 비인가 학교를 나왔으니까 최종학력은 초졸이잖아요. 아이가 다닌 학교는 고등학교 2-3학년 때 인턴십이라고 해서 실제로 사회에 나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일들을 한 학기씩 해보거든요. 그게 만만치 않았던 거죠. 이런 사회에서 초졸 학력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확 불안해진 것 같더라고요. 18살에게 얼마나 무거웠겠어요. 어느 날 펑펑 울면서 따지는 거예요. 무섭고, 길이 보이지 않는데 왜 부모님은 괜찮다고만 하느냐고요.

괜찮다고만 하는 부모를 원망할 만하네요.(웃음)

하태욱 : 저는 그때 ‘아, 그렇구나, 다행이다’했어요. 사실 그 고민은 각자가 언젠가 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은 살면서 꼭 해야 하는 건데 우리는 계속 뒤로 미뤄요.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교 가서, 취업해서, 승진해서,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얘는 18살에 이미 그 고민을 심각하게 한 번 한 거죠. 눈물이 펑펑 쏟아질 정도로요. 이 아이가 이 시기에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우리는 그 고민해볼 기회를 아이들로부터 빼앗고 있는 거다, 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그 고민을 아이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어요. 그 두렵고, 막연하고, 힘든 시기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차상진 : 아이에게 잘 하는 말이 “네 인생이야. 너 좋으면 돼.”예요.(웃음) 조금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어도 말이에요. 그 태도는 아주 중요해요. 그런데 저희가 가는 길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부작용도 있고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가는 길에 있는 부작용도 생각해보면 어차피 위험은 양쪽에 다 있는 거예요. 그런데 한쪽 길은 가는 내내 힘들고 아이와의 관계도 나빠지지만 한쪽 길은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와 관계도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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