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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젊은 작가 특집] 전석순 “감정에도 계급이 있는 사회를 그렸다”

소설은 가장 섬세하고 촘촘하게 약자를 위로하는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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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이 ‘감정 측정기’로 분석되는 시대, 불안과 긴장, 두려움, 불쾌 등의 감정은 숫자로 표기된다. 결혼하는 사람들끼리 감정 진단서를 교환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감정 분석 결과는 개인 정보가 되어 암암리에 직장과 보험 회사에 공유된다. 표준 감정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보호 관찰 대상자가 되어 제대로 된 직장도, 제대로 된 집도 구할 수 없다. 표준 감정으로 돌아가기 위한 감정 치료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나’는 감정 분석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 업체에서 밤마다 빌라를 철거하는 일을 맡는다.

미메시스 단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은 젊은 소설가 20명을 선정해 이들의 단편 소설과 일러스트레이터 20명의 작품을 함께 넣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네 번째 『밤이 아홉이라도』 에서는 소설가 전석순과 일러스트레이터 훗한나가 섬세하게 밤결을 축조해 ‘감정마저 팔아넘겨야’ 하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를 지나다니며 켜켜이 쌓았던 밤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작지만 묵직하게 담겼다.

입체적으로 만든 이야기

이제까지 낸 책보다 작은 판형으로 나왔어요.

‘테이크아웃’ 이름에 걸맞은 판형인 것 같아요. 시리즈 중에서는 제 책이 제일 두꺼운데, 정말 작은 작품은 외투에도 들어가겠더라고요. 책을 보려면 속된 말로 각 잡고 보게 되잖아요. 들고 다니기도 쉽고 가방 안에 들어가 있으면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외형의 가벼움에 초점이 맞춰지면 내용도 가볍게 가게 될 때가 많은데, 무거운 내용이든 외부에서 돌아다니면서 읽을 수 있게 만든 시리즈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소설이 접근하는 방식은 가벼워야 하는 게 맞지만, 내용도 다 가벼워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훗한나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한 결과물이에요.

삽화가 들어가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소설에 삽화가 들어가면 오히려 소설 내용을 제한해서 읽는 사람이 마음속에 떠올리는 재미를 많이 반감시킨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걱정했는데, 처음 보고 너무 예뻐서 소리 질렀어요. (웃음) 제가 생각하던 소설의 이미지와 거의 일치했어요. 밤의 질감은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렵기도 하고 한계도 있는데, 미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더라고요. 이야기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튕겨내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와의 인터뷰가 같이 들어가서 더 좋았어요. 그림을 그린 사람이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쓴 사람이 또 이야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작품과 함께 세 가지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면서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이 책이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밤을 생각하면 대개 어두운 색을 생각하는데, 밝은 노란색이 들어가요. 밤을 더 부각하는 느낌이었어요.

새벽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운교동 골목을 돌아다녔어요. 오히려 시커먼 밤보다 중간중간 가로등이 있는 거리가 더 무섭더라고요. 그냥 까맣다면 눈이 암순응을 하면서 돌아다닐 텐데, 가로등이 있으면 가로등 사이는 훨씬 어두워 보이고 그 사이가 너무 무서웠어요. 그림에서도 노란색을 넣어서 소설 속 생각한 이미지가 나왔어요.

이전에 발표했던 단편 「고공행진」을 새로 썼는데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표정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요. 조만간 표정뿐만 아니라 혈액이나 심박수 등 모든 신체 조건을 통틀어서 사람의 감정을 분석하고 건강검진처럼 감정검진도 받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정도 중요한 스펙의 하나가 되는 거죠. 그때부터 감정노동자를 썼던 「고공행진」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처음 감정노동을 조사하고 공부하면서는 마치 허공을 걷는 걸음 같았어요. 분명히 걷고 있지만 땅이 아니라 허공을 걷는 게 감정노동자들의 감정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처음 제목이 ‘고공행진’이었어요.

새로 쓴 가제는 ‘밤결’이었더라고요.

새로 고쳐 쓰면서 생각해보니 감정노동자들은 감정이 뒤섞인 상태 같았어요. 모든 색이 합쳐지면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낮 이미지가 응축되면 밤이라는 이미지가 되는 거죠. 감정노동자의 감정도 어둡고 우울하고 칙칙한 것 같지만, 사실 그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감정이 다 응축되어야 하는 것처럼요. 검은색은 결이 있어도 잘 안 보여요. 그래서 밤에도 분명 결이 있고 감정노동자에게도 결이 있지만, 우리는 그걸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 같아 ‘밤결’이란 단어를 썼어요.

‘밤결’이 ‘밤이 아홉이라도’로 된 과정이 궁금해요.

글을 고치는 와중에 ‘밤이 아홉이라도’라는 말을 알게 되었는데요. 어느 순간까지는 그 일을 끝내야 한다는 말이더라고요. 밤이 아홉이라도 꼭 끝내야 하는 일,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오히려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려낼 것 같았어요. 지금 감정노동자가 상처받아 보이는 것도 몇 년 전부터 스트레스가 겹치고 겹쳐서 결을 이루었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작가님도 밤형 인간에 더 가까운 편인가요?

절대 안 고쳐지더라고요. (웃음) 나이를 먹으니 건강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면과학센터 같은 곳에서 상담을 받았었어요. 중요한 건 언제 자느냐가 아니고 안 깨고 여섯 시간 이상 자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안 고쳐도 된다고 해서 안심하고 밤에 안 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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