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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이민경 “결혼하거나 혼자 살거나, 왜 둘밖에 없을까요?”

지금 우리 문화에 없는 문화, 혹은 가려져 있는 문화를 부각하고 섞이게 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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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상위 로펌의 고문 변호사로 화려한 삶을 살던 추 와이홍. 남성중심사회에서 어렵게 부와 명예를 쟁취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애인도, 아이도, 인간다운 삶 그 어느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일을 그만두고 선조들의 땅인 중국 윈난성에서 여신을 모시는 부족, 모쒀족을 만났다. 그곳에서는 아버지, 결혼, 혼외자식이라는 개념이 없다. 혈통과 재산은 모두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진다. 남자들은 평생 어머니의 집에 살며 누나와 여동생이 낳은 아이들을 돌본다.

페미니스트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이야기가 담긴 『어머니의 나라』 가 편집자의 눈에 띄었고, 책의 가치를 알아볼 번역자를 찾던 편집자의 머릿속에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의 이민경 작가가 떠올랐다. ‘맨땅에 헤딩하기’ 같은 섭외였지만, 이민경 작가는 흔쾌히 번역하겠다고 나섰다. “여태까지 두려워하던 여성들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어머니의 나라』 를 딛고 다른 길 위에 설 결심을 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005년 가족 구성원이 호주에게 종속되던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죄 위헌법률 심판이 진행 중이다. 느리게 바뀌는 사회 속에서 ‘오래된 미래’인 『어머니의 나라』 는 어떤 통찰을 전달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 활동가이자 번역자 이민경은 『어머니의 나라』 에서 모계 사회만을 볼 것이 아니라, 이성애 결혼 관계가 아닌 친밀성으로 맺어진 타인과의 결합을 상상해볼 것을 제안한다.

역자로 책이 나온 게 신기해요

출판사에서 먼저 『어머니의 나라』 번역 제안을 했다고 들었어요.

백지선 편집자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통번역대학원 불어과를 나왔는데, 보통 불어를 하면 한-영-불어를 다 하시는 줄 알거든요. 영어 번역자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페미니스트의 에세이였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사실 통번역자가 되려고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본의 아니게 페미니즘 활동가가 되면서 본 직업으로는 첫 데뷔를 하게 된 거죠.

제안은 언제 받으셨어요? 번역은 어느 정도 걸렸는지도 궁금해요.

작년 9월 즈음에 제안을 받고 졸업 시험이 끝난 뒤 작업을 시작해서 3월까지 했었어요. 한 석 달 걸렸던 것 같아요.

모쒀족 이야기가 처음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수업에서 들은 적이 있으시다고요.

수업에서 들었을 때는 해방감을 느꼈어요. 가부장제가 항구적이거나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걸 알았고, 제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단초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동시대에 가부장제 말고도 다른 게 존재할 수 있겠다는 실제 사례가 있으니까요.

다시 책으로 모쒀족의 사례를 만났을 때는 어떠셨어요?

때때로 사회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때 무언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위안이 되잖아요.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주고요. 수업에서 만난 뒤 저는 페미니스트가 되었고, 책으로 다시 만난 모쒀족에게서 제가 희구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다는 걸 새로 깨달았어요. 페미니스트가 쓴 책이라 만나는 지점이 더 정확했던 것 같고요.

여성이 쓴 에세이가 첫 역서가 됐다는 점에서 뿌듯하셨겠어요.

페미니즘 책을 번역하고 싶다는 모호한 꿈을 가지고 대학원에 들어갔었는데, 첫 작업으로 이 책을 하게 됐다는 게 좋았어요. 중학생 때부터 생각한 진로는 번역가가 유일했어요. 십몇 년 만에 꿈을 이룬 거죠. 서점에서 제 이름을 찾는 상상을 해도 늘 ‘옮김’과 같이 있을 거라고 상상했는데, ‘지음’으로 어떻게 하다 보니 먼저 나왔어요. 하지만 역자로 책이 나온 게 더 신기한 느낌이 들어요.

이민경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게 『우리에게도 언어가 필요하다』 였잖아요. 이렇게 팔릴 거라고는 예상 못 하셨을 테고, 예상하지 못한 만큼 그 당시에는 이름이 알려지는 게 부담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죠. 이후로 단행본을 3권 내고도 작가라는 생각을 안 해 봤어요. 이것도 여성으로서의 자기 비하가 어느 정도 담겨 있겠죠? 제가 작가라는 게 무슨 상황인지 가끔 생각해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해버렸다는 생각이 들면 등줄기가 쭈뼛거릴 때가 있어요. 봄알람 팀으로 출판한 건 훨씬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안 그랬으면 버티기 어려웠을 거예요.

최근 『유럽 낙태 여행』 을 내기도 했어요. 여행은 어느 정도 다녀오셨어요?

한 달 정도요. 꽤 바쁘게 돌아다녔어요. 일곱 개 나라를 돌아다니고 나라마다 인터뷰하고요. 말도 안 되게 스케줄을 잡았었어요. 이 책도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게, 올해 안에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하거든요. 내 몸이 내 것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다들 조금 더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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