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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옹기종기] 옥수수 한 알만큼의 성장이면 돼요 (G. 김금희 작가)

제 곁에 등단 10년 차, 과장급 소설가(웃음) 김금희 작가님이 나와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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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름날 속에서 경애를 집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맥주와 옥수수뿐이었다. 어느날 시장에 갔다가 옥수수가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경애는 이삼일에 한번씩 나가서 옥수수를 사왔다. 옥수수의 힘센 잎들, 동물의 것처럼 부드러운 수염, 그리고 아주 꽉 차오른 알갱이들을 보고 있으면 창으로 문득 들어오는 밤바람을 느끼듯 어떤 환기가 들면서 산다, 라는 말이 생각나곤 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경애(敬愛). “공경하고 사랑함”이라는 의미의 단어죠. 그런데 이 ‘경애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옥수수의 질긴 잎줄기와 부드러운 수염을 보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그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오늘은 첫 장편 『경애의 마음』 을 쓰신 김금희 작가님을 모시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일과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 그리고 끝내 살아내는 일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인터뷰 - 김금희 작가 편>

오은 : 인터뷰를 시작에 앞서, 저희가 준비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소설가. 친구와 맛있는 음식과 각종 필기구와 체크무늬를 좋아하는 사람. 인천에서 자랐고, 인천에서 살았다. 어려서부터 꿈은 작가였다. 대학 졸업 후 6년 간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하루는 출근버스를 타려다 크게 넘어졌다. 그때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회사를 그만둔 이듬해인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번째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로 신동엽문학상(2014)을, 단편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 대상(2016)을, 단편 「체스의 모든 것」으로 현대문학상(2017)을 수상했다.

별명은 미어캣. 미어캣처럼 사람들을 관찰한다. 관찰한 모습을 소설에 들여와 마치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려 한다.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기도 하는,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 같다”는 독자 리뷰가 그래서 가장 좋다.

첫 장편 『경애의 마음』 은 계간지에 1년 동안 연재한 작품이다. 네 개의 계절을 오롯이 마감에만 집중하느라 계절마다 보약을 챙겨 먹어야 했다.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소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했을 때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다해 썼다.”” 저희가 준비한 소개, 어떻게 들으셨어요?

김금희 : 너무 놀라워요.(웃음) 체크 무늬도 놀랐고요. 보약도 놀랐어요.

오은 : 쓰는 동안 보약을 드셨어요? 궁금했어요.

오은 : 오늘 저희가 김금희 작가님께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김금희가 가장 좋아하는 마음은?” 어려운 질문인데요. 여기에 구체적으로 답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단골 카페에서 생크림 요거트 케이크를 주문하는 마음’처럼 말이에요. 하실 수 있겠죠?

김금희 : 네.

오은 : 일단 『경애의 마음』 , 출간 되자마자 굉장한 호응을 받고 있어요. 출간 소감을 안 여쭐 수 없을 것 같아요. 게다가 첫 장편이잖아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김금희 : 책 낸 직후에 만난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하면 주로 “안심이 돼요”, “불안에서 약간 벗어났어요” 같은 얘기를 한 것 같은데요. 두 달 정도가 지나니까 이것이 내가 작가로서 좀 더 단단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의 성장 과정이 있다면 장편은 정말이지 단편을 완성했을 때보다 더 깊이 흙을 발 아래 덮어주는 기분이랄까요. 전 같았으면 제 성격이 그런 생각이 들어도 ‘아냐, 그래도 모자란 점이 많고, 이런 한계가 있어’라는 생각에 붙들려 갔을 텐데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에 휩싸이지 않고요. ‘그래도 꽤 잘했어, 나쁘지 않았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오은 :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소설이었다고요?

김금희 : 2017년에 연재 마감을 했지만 소설의 끝을 못 냈었어요. 완성을 못했어요.(웃음) 그래서 그때 사람들이 걱정스러웠대요. 인물들이 베트남을 가고 나서의 며칠 모습만 보여주고 끝이 났거든요. 그 뒷부분이 500매 정도 되는데요. 그걸 반 년 동안 이어서 쓴 거예요. 물론 그때는 “잡지에서 끝을 내면 누가 책을 사서 보느냐”(웃음)라고 했지만 뒷부분을 쓰는 그때가 정말 힘들었어요. 겨울쯤에는 못하겠다는 생각과 몇 년을 더 묵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요. 일단 출판사에서 원고를 기다리고 계셨고, 용기를 주셔서 마무리를 할 수 있었죠.

오은 : 편집자로 일하신 적이 있잖아요. 편집자는 책을 기획하고, 작가를 만나고, 책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요. 현재는 전업작가로 계셔요. 편집자의 삶과 전업작가로서의 삶이 다른가요, 아니면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나요?

김금희 : 비슷한 것 같아요. 제 작업 시간이 낮 시간대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책을 다룬다는 생각에 가까운데요. 편집자가 사실은 저자와 같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물론 저자가 원작자이지만 글이 오면 편집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지잖아요. 편집자의 손을 벗어난 문장이 하나도 없어요. 편집자 시절에도 글을 만지면서 책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고요. 지금은 글을 쓰면서 책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동일하게 하기 때문에요.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오은 : 작가님의 하루 일정이 정해져 있나요? 직장인처럼 출퇴근 시간이 있는지 궁금해요.

김금희 : 분량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요. 몇 시간을 해야지, 는 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가 처음 됐을 때 서른 살이었고 지금 마흔이거든요. 십 년 동안 체력이 많이 쇠퇴를 했어요.(웃음) 하루에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준다는 걸 실제로 느끼고 있고요. 지금은 많아야 네다섯 시간 쓰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작업할 수 없더라고요.

오은 : 『경애의 마음』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재미있어요. 이름을 지을 때 경애, 상수 같은 이름이 딱 떠오른 건가요?

김금희 : 흔한 이름인데요. 주인공 이름들은 어렵지 않게 금세 떠올랐어요. 경애도 갑자기 떠오른 이름인데 따뜻해서 마음에 들었고요. 상수는 상수역에서 왔어요.(웃음) ‘공상수’라고 하니까 캐릭터와 잘 어울려서 좋았죠.

오은 : 인천이라는 공간도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도 등장하고요. 인천에서 소설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는지도 알고 싶어요.

김금희 : 인천은 제가 평생 자란 곳이에요. 작가가 가장 자신 있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자기가 보고, 가장 사랑해 온 공간과 사람들인 것 같은데요. 장편이라는 낯선 장르를 해야 할 때 일단 제게 자신감이 필요했고요. 그래서 그 공간에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어요. 인천에서 성장한 아이가 봤던 비극적인 사건을 떠올렸던 것 같고요. 그렇게 해서 인천을 가장 중요한 소재로 삼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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