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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특집] 박영 “전혀 모르는 사람과 연애하듯 썼다”

독자 분들도 제 소설을 보면서 정서적 해방감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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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을 인정 받은 무용가 ‘제인’은 그러나 은퇴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몸으로 느낀다. 오로지 무용가로서의 성공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제인, 그에게는 남편 ‘진’도, 딸 ‘레나’도, 딸의 곁에서 엄마의 자리를 완벽하게 지켜온 하우스헬퍼 ‘크리스티나’도 무용보다 중요하지 않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텐’이라는, 무용가로서의 경력을 한 발짝 더 내딛도록 도와줄 유명 안무가가 나타나고, 이제 남은 제인의 목표는 그와의 공연, 그뿐이다. 그러나 미스터리한 그 인물은 어째선지 제인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제인에게 텐은 어떤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박영 작가의 『불온한 숨』 은 첫 장편 『위안의 서』 로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이다. 그 자체로 도전이었던 소설. 그만큼 힘들고 그만큼 치열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연애하듯 썼다는 작가는 어느 날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크리스티나의 질문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나요?”라는 말을 적고 숨이 막혔다. 목표지향적인 인물 제인과 치열한 사춘기를 보내는 인물 레나, 내면의 약함과 불안을 들키지 않으려 위악을 부리는 인물 텐,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세상의 금기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 크리스티나 등 강렬한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이 질문을 독자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일면”을 되찾자고 말이다.

경계

소설의 배경이 싱가포르죠. 작가의 말에서 “한국에 돌아와서야 나는 이국의 거리에서 한 여자가 나를 따라왔음을 알아차렸다.(221쪽)”고 하셨는데요. 왜 한 여자가 작가를 따라오게 됐는지, 궁금해요. 싱가포르의 어떤 점이 소설을 시작하게 만들었나요?

싱가포르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간 것은 아니고, 그냥 여행을 갔던 건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니는 풍경이었어요. 다양한 나라의 음식, 음악이 거리에 함께 공존하고 있었거든요. 그 속에 함께 어우러지면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갑자기 느끼게 되더라고요. 특히 중국인 거리가 소설에도 등장하는데요. 제가 갔을 때는 그곳에서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어요. 거리는 축제 분위기였고요. 알아보니 싱가포르에 축제가 많더라고요. 그날은 축제 전날이어서 설렘 같은 게 거리에 가득했어요. 한쪽은 축제에 대한 설렘으로 들떠있는데 한쪽에서는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던 거죠. 길의 한복판에 관이 놓여 있고, 향을 피우고,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기리고 있었어요. 그 장면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요. 보는데 신선한 충격 같은 걸 느꼈어요. 이런 거리에서 마지막을 맞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지금까지의 제 삶과는 거리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렬했어요.

해방감을 느꼈다고 하셨는데요.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이었을까요?

켄 윌버의 『무경계』 를 보면서 생각할 게 많았는데요. 까닭 없이 미워하게 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그 사람이 가진 일면이 내 안의 어떤 면과 닮아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우리는 여러 가지 면을 갖고 있죠. 그중 내가 추구하는 것이 강해질수록 추구하지 않는 것을 배척하게 되고 그것을 나의 일부가 아니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면서 경계를 짓는 거예요. 그 경계를 통해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협소해지고 있는 거죠. 그 내용을 보고 한참 멍했던 기억이 나요. 그동안 제가 써온 작품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힘들고, 고독한 작업인데 왜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가, 무엇 때문에 이 작업에 끌리는가, 가 늘 의문이었는데요. 그 책을 읽고는 소설을 쓰면서 내가 나의 경계를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님과 닮지 않은 부분이 많겠어요.

그럴 때 너무 신이 나요. 사실은 원래 나였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버린 나죠. 사실 나였지만 지금은 멀어진 나, 이런 사람들을 불러서 인물에 반영을 많이 하고요. 그것은 나에 대한 도전인 것 같은데요. 나아가 이것이 제 책을 읽는 독자 분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독자 분들도 제 소설을 보면서 정서적 해방감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같은 테이블에서 보드 게임을 즐기듯이 말이에요. 제 소설 속 인물들과 만나고, 소설 속 거리를 거닐면서 심리적인 모험을 하시길 바라요.  

주인공 제인은 한국에서 태어나 입양되었고, 텐은 중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죠. 크리스티나 역시 이주노동자고요. 이 인물들의 경계성이 방금 말씀하신 ‘모험’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러 캐릭터를 모험적으로 했어요. 『위안의 서』 는 첫 소설이라 차가 우러나듯 제 안에서 걸어 나온 인물들이었는데요. 운 좋게도 그 작품으로 여러 독자 분들을 만났고요. 소설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분들과 용기 내어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는 지금 소설을 모험처럼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요. 현실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요. 그 맥락에서 인물 설정을 했죠. 대표적인 인물이 크리스티나예요. 욕망이 강하고, 야성적인 인물이잖아요. 어찌 보면 저는 크리스티나처럼 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그리게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제게는 금기 그 자체인 인물이에요. 우리가 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일면 같아요.

공감해요. 왜 그렇게 크리스티나에게 마음이 갔는지 몰라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웃음) 소설을 읽은 분들이 제인에게는 애증을 느낀다면 크리스티나에게는 굉장한 애정을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크리스티나라는 캐릭터는 여기서 끝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설을 퇴고할수록 크리스티나의 숨결과 체취가 강하게 되살아나서 통제가 안 되는 느낌이었거든요. 저에게는 운명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크리스티나가 아니더라도 이런 캐릭터가 주인공인 소설을 언젠가는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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