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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이경미 “에세이 쓴 이유?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다”

어떤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 일에 대한 무게감이 생기면서 어떻게 되야 한다는 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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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 영화감독 이경미는 매일 다이어리를 썼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때의 솔직함은 더욱 가감 없었다. 꾸준히 그의 글을 탐독하던 한 출판 마케터가 있었다. 하루는 그가 다니는 출판사에서 마케터들도 기획 아이템을 내라고 했다. “이때다” 싶어 마케터는 이경미 감독에게 기획안을 보낸다. “당신의 책을 만들고 싶어요.” 마케터는 이경미 감독만이 쓸 수 있는 문장, 글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8년을 기다렸고 이경미 감독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이 세상에 나왔다. 2016년 12월부터 6개월간, <채널예스>에서 연재한 ‘이경미의 어쨌든’이 초고가 됐다. 이경미 감독은 ‘안 해봤던 걸 해본다’는 작심으로 책을 썼는데, 막상 책이 나오자 마음이 달라졌다. “어쨌든 잘돼야 한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출간 1주일만에 3쇄. 저자가 의도적으로 쓴 비문(非文) 앞에서 독자들은 아찔한 해방감을 만끽하는 중이다.

이경미 감독은 『잘돼가? 무엇이든』 을 두고, “연세가 많은 분들에겐 철없는 어른의 농담으로 여겨질 책”이라고 했다. 저자로서 가장 바라는 것은 ‘부담 없는 위로’가 되는 일. 오래 전부터 이경미 감독은 영화감독 이후의 삶으로 작가의 삶을 그려왔다.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다

얼마 전 북 콘서트를 했다. 영화 GV와는 느낌이 달랐을 텐데.

정말 그렇더라.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는 것과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게 완전히 달랐다. 책에서는 워낙 솔직하게 나를 드러냈으니까,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안심이 됐다. 이걸 좋아할까? 싫어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나 신경 쓰는 일이 없었으니까, 재밌었다.

기억 남는 질문이 있었나?

책의 일러스트를 그린 동생 이야기를 궁금해하더라. 동생이랑 작업을 다신 안 하겠다고 해놓고 왜 또 책을 같이 했냐고 묻는 독자 분이 있었다. (웃음)

<채널예스>에 연재했던 ‘이경미의 어쨌든’이 초고가 됐다. 연재 때도 일러스트를 동생 이경아 작가가 그렸다.

(웃음) 나는 선의를 갖고 한 제안이었는데 동생은 내가 독단적으로 스케줄을 결정했다고 분노했다. 말다툼의 처음은 사소했지만 동생은 끝내 울었고 나도 밤새 잠 한 숨 못 잤다. 결국엔 책까지 같이 작업하게 됐지만. 성인이 되어서, 칼럼을 연재하기 전까지 동생이랑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 공교롭게 작업을 같이 하면서 정도 쌓였고, 서로를 조금은 억지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책을 본 동생의 반응은 어땠나?

너무 좋아했다. 만족스러워 했고. 티저 예고편을 보고 울었다고도 했다. 너무 기쁘고 뭉클하다고, 온갖 감정이 다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에 책 작업을 같이 한 후, 여러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책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 (웃음) 표지 일러스트가 좋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이경미 감독이 요가를 하는 장면을 그린 컷이다.

책에 일러스트를 넣을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결혼식 전날, 동생이 아침에 전화를 해서는 우리 부부의 얼굴을 그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림을 받고 비공개 계정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잘돼가? 무엇이든』을 기획한 정유선 아르테 팀장이 표지에 그림을 넣어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동생과의 두 번째 작업이 시작됐다. (웃음)

연재 종료 후 1년이 지나서 책이 나온 셈인데, 그동안 이경미 감독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출판편집자들의 전화를 정말 많이 받았다. 책 출간 제안도 많이 받았을 텐데.

연락을 받긴 했는데 이 원고는 이미 정유선 팀장과 약속되어 있는 책이었다. 정유선 팀장은 나의 글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준 고마운 사람이다. 원래는 올해 초 책을 내고 싶었다. 그런데 칼럼 연재가 끝날 무렵, 결혼 날짜를 잡게 되면서 결혼식 후에 책을 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결혼을 준비하며 있었던 일을 글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왜냐면 연재 때는 결혼 계획도 없었고, 남자친구도 없었으니까. 일상이 바뀐 모습을 담아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퇴고를 꼼꼼히 하는 성격이다. 책은 어땠나?

교정 보는 선생님께서 많이 힘드셨던 걸로 안다. 내 글의 성격이 비문이 특징이 되는 글들이라서. 어디까지 비문을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신 걸로 안다. 나로서는 교정을 몇 번 거치면서 정신을 좀 차렸다. 되도록 읽기 쉽게 하려고 노력을 하긴 했다.  

칼럼 연재 때도 등장했던 문장 “못.쌩.겨.가지고.”(41쪽)가 다시 등장해서 반갑더라. “영화를 보면 이경미 감독은 평생 남자한테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한 여자가 분명하다”고 말한 한 영화 관계자의 말을 듣고 난 속내다.

(웃음) 출판사에서 ‘못 생겨가지고’라고 두 번 고치셨는데, 이건 ‘못.쌩’으로 써야한다고 우겼다. 두 번쯤 메일을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영화 관계자가 이 책을 볼 가능성이 있을까?

안 볼 것 같다. 봤다고 하더라도 본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거다.

책 중간중간에 10년 전부터 쓴 매우 오래된 일기가 실렸다.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인 시절에 썼던 일기라고.

평소에 혼잣말을 절대 안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외마디도 지르지 않는 성격인데, 싸이월드에는 그렇게 오래 일기를 썼다.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하고 낯설다. 아마 가장 오래된 일기가 2003년도에 쓴 글일 거다.

그렇다면 이경미의 15년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잘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웃음) 글을 너무 솔직하게 썼기 때문에 걱정도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쓴 건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어떤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 일에 대한 무게감이 생기면서 어떻게 해야 한다, 되야 한다는 틀이 생긴다. 이 틀을 깨버리고 싶다는 마음속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해방감을 느끼고 싶기도 했다. 이를 테면, 부모의 기대를 받는 애들 중에 삐뚤게 성장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스스로 어때야 한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 버린. 삐뚤게 나가야지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어떤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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