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채널예스

[커버 스토리] 뇌과학자 정재승의 새로고침

새로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와 즐거움은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788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정재승 박사의 신작 『열두 발자국』 을 읽다 보면 인간이란 어쩌면 복잡계 행성에서 떨어진 가장 흥미로운 객체 같다. 정재승은 책 제목을 궁리하며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을 올렸다. 인간이라는 미지의 숲을 탐험한 과학자들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싶었다. 지금까지 20가지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한 그는 10년 전부터 모든 강연을 녹취하고 있다. 과학을 구술 문화의 한 형태로 소통하고 싶었다. 2001년 첫 책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를 쓴 후 17년 만의 단독 저서. 독자들이 책을 읽다가 막히는 순간이 없도록 수십 번 퇴고했고, 읽는 맛을 살리기 위해 강연 분위기를 담은 추임새도 곁들었다. 의사 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혁신, 혁명이라는 키워드를 들었을 때, 단 하나라도 귀에 콕 박히는 단어가 있다면 정재승이 권하는 ‘미지의 인간 숲’으로 탐험을 떠나보자.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일종의 탐험이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10년간의 뇌과학 강연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12편을 선별했다. 책을 하나로 묶는 큰 주제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이다.

내 인생의 화두 같은 질문이기도 하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니까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뇌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울 때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지?’ 이건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전 연령대가 가진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들에 관해 생각해본 책이다.

첫 발걸음부터 거슬러 올라가보자.

‘선택하는 뇌’를 첫 번째 키워드로 꼽았다. 사람들은 선택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 선택했으니까 반드시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은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는 것처럼 분명한 답이 없다. 잡았어야 할 기회를 놓쳤다면 쉽게 털어버리는 편이 낫다. 시도했는데 실패했다면 결과를 받아들이고 빠르게 대응하는 편이 현명하다. 이건 신경과학자들의 의사 결정법에서 배운 것이다. 그동안 내겐 정말 많은 기회가 왔다. 돌이켜보면 ‘이걸 왜 했지’ 싶은 것도 있고, 정말 잘한 선택도 있었다. 수많은 기회를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앞으로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을지 알게 됐다. 물론 내 선택이 옳지 않았을 때도 있다. 스스로의 동력에 의해 엎어지는 일도 있으니까. ‘이건 절실하게 꼭 해야 한다, 안 해야겠다’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은 의사 결정 자체에 큰 부담감을 갖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일이면 하되, 다만 적절한 시기에 선택하고자 노력한다.

‘결정 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가 두 번째 키워드다. 신념 체계가 확실하지 않아서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책을 많이 읽고 고민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자기 객관화’다. 흔히 우리는 우유부단해서 선택을 미루거나, 결정했지만 완수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결정 장애가 있다’고 말한다. “난 원래 성격이 이래”라고 단정지어버리면, 그 사람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남에게 항상 결정을 미루는 사람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배려일 수도, 확신의 부재일 수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따른 후회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선택을 빨리 한다. 자신이 선택을 못하거나 굼뜨다면 자기 밑에 있는 이야기를 들춰낼 필요가 있다.

의사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새로운 환경이 놓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집에서 키우는 개와 들에서 자란 개 중에 누가 더 의사 결정을 잘할까? 정답은 후자다. 들에서 자란 개는 집에서 키우는 개와 달리 다양한 상황에 놓이고, 그때마다 해야 하는 의사 결정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반면 안전한 집에서 편하게 자란 개들의 의사 결정은 제한돼 있다. 결과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정해보고, 이것이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경험을 많이 해보면 의사 결정에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세 번째 챕터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를 읽으니 ‘정재승에게도 결핍이 존재할까’ 궁금해졌다.

글쎄, 지금 내 삶을 돌아보면 너무 많은 기회가 몰아닥치고 있다. 강연 요청도 너무 많고, 세종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수행해야 하고, 논문도 써야 하고, 학생들 상담도 하다 보니 중요한 일과 급한 일 사이에서 자꾸 급한 일만 처리하게 된다. 지금에서야 책이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 우리의 뇌는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이 있으면 급한 일에 먼저 반응한다. 그러다 보면 중요한 것들이 계속 밀리게 되는데, 급한 일이 항상 중요한 건 아니라서 나도 종종 반성하곤 한다.

“어떻게 노느냐가 그 사람을 규정한다”고 했다.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챕터를 쓰면서 생각한 문제의식이 왜 우리는 어릴 때부터 모든 질문의 초점이 ‘어떤 일을 하면서 살까’에 있느냐였다. 대부분의 청소년이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살까’를 생각하며 삶을 준비한다. 정작 사람은 하루의 1/3을 자는 일로 보내는데도. 한 사람을 이해하고 파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즐기며 사는가에 있다. 놀이가 갖고 있는 속성을 살펴보자. 첫째, 자발적이고 평가에 민감하지 않다. 둘째, 좋은 사람과 함께할 때도 재밌고 혼자 해도 즐겁다. 이런 마음으로 놀이를 즐기다 보면 우연히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재승은 어떤 놀이를 즐기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 사진 촬영도 나에겐 일종의 놀이다. 단순히 책을 홍보하는 일을 넘어 내겐 매우 즐겁고 흥미로운 시간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닐 때 사람은 즐거운 감정을 느낀다. 인터뷰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매우 자발적으로 즐겁게 했는데, 심지어 결과물도 근사하고 생산적일 때 이보다 더 좋은 놀이가 있을까? 나는 일과 놀이를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 취미가 나에겐 어떤 생산물로 탄생하기도 하니까.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